[Review] 생생하게 남아있는 98년도 서울, "지하철 1호선"

글 입력 2019.12.0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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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소극장 뮤지컬은 이번이 첫 관람이라 굉장히 신선했다. 배우들의 연기, 노래, 춤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자신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 않아도 한 명 한 명 모두 표정과 감정이 살아 움직이는 게 생생하게 느껴져서 극에 몰입할 수 있었다. 11명의 배우들이 각자 1인 다역을 맡아 97명의 인물을 연기하는데, 그들이 배역이 바뀔 때마다 못 알아볼 정도로 연기변신을 하는 모습 또한 정말 멋지고 흥미로웠다.

 

무대가 넓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안무 구성은 센스가 돋보였다. 배우들이 안무를 하며 자연스럽게 지하철의 의자를 움직이고 완벽한 동선을 이루며 춤을 추는 것이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무대 연출 또한 흥미로웠는데, 장면이 바뀔 때마다 자연스럽게 변신하는 무대 구조가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지하철이라는 배경에 맞게 실제 지하철처럼 문이 열리는 모션과 역을 지나가는 창밖의 배경 등 디테일한 연출들이 극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했다.

 

또 무대 바로 위에서 5인조 밴드의 연주가 라이브로 진행된다는 걸 관객들이 볼 수 있게 연출했는데, 관객으로서 연주자들의 모습과 연기자들의 모습을 함께 보는 것은 극의 스토리와 인물들의 상황에 더욱 동화되고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했고, 극의 분위기를 더 고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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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대부분은 그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다. 2019년 현재와 비슷하게 지하철에 탄 도시 사람들은 서로 외면한 채 각자 갈 길을 가기 바쁘다. 지금과 비교해도 극 중에 나오는 대부분의 인물들을 현대사회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말 그들의 모습에 공감되고 친근하면서도 짠하게 와 닿았다.

 

극 중에서 ‘걸레’의 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 가장 큰 아픔이 느껴졌다. ‘걸레’가 ‘선녀’를 위로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장면에서, 정작 자신의 아픔과 외로움을 말하는 걸레는 담담한데, 옆에서 듣는 ‘선녀’는 펑펑 울고 있었다.

 

선녀에게 너는 우는 모습조차 예쁘니까 나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위로하는 걸레의 따뜻한 모습이 정말 마음 아팠다. 그리고 ‘걸레’의 죽음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슬퍼하며 그녀의 인생에 대해 노래할 때, 스쳐지나가는 이 세상의 또 다른 외로운 인생들이 막연하게 떠올라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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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사람들 받아주는 건 지하철 밖에 없어”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였다. 그 대사를 듣는 순간 왜 이 뮤지컬의 배경이 지하철인지, 인물들의 이야기가 왜 지하철에서 주로 펼쳐지는 지 이해가 되었다. 이 뮤지컬에서 97명의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만큼 정말 많은 사연을 들었고, 관객으로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들은 아무래도 가장 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이다.

 

그들의 입장에 초점을 맞추자면,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저 대사처럼 그들에게 가장 쉽게 올라타고 내릴 수 있는 곳이다. 그들을 흔쾌히 받아주는 곳이 없었을 것이다. 지하철에 함께 탄 다른 사람들마저 그들의 존재를 불쾌해하니까. 여전히 이 현대에도 그들은 있고 우리는 외면한다.

 

태어날 때부터 누가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어찌 되돌릴 수 없이 자신은 이미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며 노래하는 인물의 말은 현대 사회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인생들을 어찌 구원할 수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고 보면서 안타까워만 할 뿐이다. 차가운 세상을 살아가다가 지하철이라는 그 차가운 공간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진정한 자유를 얻은 듯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뛰어노는 ‘걸레’의 모습을 보며 더 큰 공허함을 느꼈다.

 

이미 이 작품은 94년도부터 오랜 시간 흥행했지만 앞으로도 더 오랫동안 공연되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5년 뒤 10년 뒤에 이 뮤지컬을 다시 봤을 때 또 다른 의미로 와닿지 않을까. 이번 관람을 통해 받은 감동만큼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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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1호선
- 원작을 뛰어넘는 감동 -

 
일자 : 2019.10.29 ~ 2020.01.04

시간

화~금 19시 30분

토 14시, 18시 30분

일 15시

 

*

월 공연없음

12/25 (수) 14시, 18시 30분


장소 : 대학로 학전블루 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60,000원

 
기획/제작
학전

관람연령
만 13세 이상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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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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