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빛이 되고 싶어서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글 입력 2019.11.24 20:58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31.jpg

 

 

너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매일매일 쓴다고 했다. 나는 유념하여 걱정하는 척하며 물었다. 등단의 가능성은 희박하고 훗날까지 그 꿈을 붙들고 있을 때 적어도 자기 몸 하나 지탱할 정도의 벌이는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너는 그렇게까지 생각해 본 적 없다고 했다. 나는 지금 이렇게 쓰는 게 좋아서 열심히 쓰고 직업으로 삼고 싶을 뿐이다. 그는 웃었다. 나는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딘가에 열렬한 사람의 심정을 헤아리면 일단 부러웠다. 그걸 꿈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데 나도 꿈이 있었다.

 

속물인 나는 꿈 자체보다 꿈의 주변이 더 신경 쓰였다. 구체적으로 실천될 가능성을 따졌다. 혼자 검증한 가능성은 매번 0에 가까웠다. 돈을 벌고 학교를 졸업하고 생존의 궤도를 모색해야 했다. 꿈은 그것들과 병존할 수 없었다. 꿈만큼 자신을 책임지는 인간이 되는 것도 중요했다.


변명이다. 꿈이 있다는 말이 현실감각의 결여로 치부되는 시대라서 이렇게 속물이 된 건지 모르겠다. 꿈이 취업과 동일한 단어가 됐다. 뭘 하고 싶냐는 물음은 어디로 어떻게 생존수단을 쟁취할 건지 묻는 문장이 됐다. 국문과에 진학했다고 하면 어떻게 밥 벌어 먹고살 거냐고 되묻는 이들이 많았다. 1학년 때부터 어떤 진로를 택할 거냐는 물음을 자주 받았다.

 

이제 막 성년에 진입한 나이에 직업과 진로에 대한 생각이 정착되지 못한 게 당연한데 나는 주변의 언어에 영향 받았다. 내가 어떤 궤도쯤에 와 있는지 타인과 비교했다. 궤도는 위계가 됐다. 이 정도면 어느 지점 정도겠다고 짐작하는 순간이 잦았다. 그리고 내 재능을 쉽게 재단했다. 그것을 계발하는데 투신하여 꿈을 성취하는데 집중하는 게 아니라 어설픈 재능이라 단념하여 가능성을 스스로 축소했다.


그래서 네가 웃었을 때 당황했던 거 같다.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말을 웃으면서 하는 네 심상이 뭔지 몰랐었다. 저럴 수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너는 솔직한 것이었다. 정말 생각해 본 적 없고 단지 글 쓰는 게 좋아서 그렇게 말한 것뿐이었다. 너는 다른데 눈 돌리지 않았던 거다.

 

 

IMG_6908.jpg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이풍세도 비슷하다. 김광석을 좋아하는 그는 김광석 같은 가수가 되고 싶다.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고 가수 말고 별도의 경로를 모색하지 않는다. 낙천적으로 보이지만 그가 낙천적일 수 있는 건 음악 말고 다른데 관심 가지지 않아서다.

 

그는 의심하지 않는다. 자문하지 않는다. 음악이 재미있고 그걸로 즐기며 최고가 되고 싶다. 열렬한 인간은 유희 때문에 열렬해질 수 있다.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인간만이 열렬한 인간이 된다. 그리고 열렬한 인간은 그 자체로 빛난다. 빛은 사위를 밝힌다. 빛은 사람을 모은다. ‘바람’ 밴드가 금방 결성돼 대학가요제에서 우승할 수 있던 것도 일원들이 그 빛을 목도해서다. 그들은 이풍세가 자아내는 빛에 물들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해가 저무는 것처럼 인간이 자아내는 빛도 유한하다. 바람의 일원들은 현실과 타협한다. 빛을 쬐는 것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 기타 치던 상백과 키보드 연주하던 은영은 음악을 중단하고 생활 수단을 찾는 것으로 궤도를 수정한다. 고은 역시 겨우 방송국 말단으로 입사한다. 이풍세만이 거기 우뚝 서 있지만 김광석처럼 되고 싶다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부족하다. 그래도 그는 자기를 탓하지 않는다. 사회에서 이유를 찾지 않는다. 그래도 외롭다.


'바람'의 일원들은 과거를 향수한다. 겨우 버티는 지금의 삶보다 과거가 나은 듯해서가 아니다. 마냥 추억으로 보정돼 그것을 그리워한다기보다 열렬했던 자신을 그리워한다. 삶은 인간에게 더께를 덧붙이고 광원이었던 그들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그들은 열렬해지고 싶다. 다시 빛나고 싶다. 그들이 다시 뭉친다.

 


김광석1.jpg

 

 

사실 내가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서사보다 음악이다. 김광석의 노래가 왜 고전으로 호명되며 여전히 소환되는지 알 수 있었다. ‘사랑했지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가사를 곱씹는다.

 

외로움과 자기성찰, 김광석이 어떤 심상으로 가사를 썼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지만 그는 고독의 성분을 아는 사람인 듯하다. 고독은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아서 생기는 감정인지도 모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바람 밴드는 다시 뭉쳐 김광석의 노래들을 가창할 테지만, 대학 시절 때 부르던 만큼의 여운을 획득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알 테다.


이풍세 역을 맡은 박형규 배우는 거의 김광석의 재림이다. 목소리, 외모도 유사하고 무엇보다 노래를 잘한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을까. 기회 닿으면 인터뷰해 보고 싶다.

 

 

포스터.jpg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박성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5651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