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김광석의 존재를 느끼다.

김광석의 부재 속에 김광석의 존재를 느끼다.
글 입력 2019.11.24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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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날씨는 으레 그랬듯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수능 전 날부터 기온이 뚝 떨어졌고 그 주 주말 찬 바람이 부는 날 오랜만에 대학로에 갔다. 장소는 SH아트홀이었는데, 객석은 1층 2층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소극장 치고는 조금 큰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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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은 예상한 대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시작했다. 은발의 머리를 한 사회자가 불쑥 나와 대학가요제 대상 출신 밴드 '바람'이라고 소개했다. 무대 위 다섯 명의 사람들은 각각 베이스, 젬베, 기타, 건반, 보컬을 맡았다. 다섯 명의 사람들이 어떤 사이고 각각 어떤 연유로 밴드를 결성해 대학가요제 대상까지 받았는지, 김광석과의 연결고리는 무엇인지 궁금증을 유발했다.

 

 

<시놉시스>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팀 금구대학교 동아리 밴드 '바람'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하며 대학시절 꿈과 사람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함께 보냈다.


멤버들에게는 자신들의 인생에서 꿈을 꾸고 노래를 하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다. 멤버들은 밴드 활동을 평생 하겠다고 약속하지만 군대, 취직, 결혼, 육아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바람 밴드는 자연스럽게 유명무실화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고 무미건조한 일상에 완벽하게 적응해 살고 있는 멤버들은 문득 자신들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시간을 돌릴 수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바람 밴드 멤버들은 누군가의 편지가 라디오 DJ의 목소리로 나오는 것을 듣게 된다. 그리고 라디오에선 지금은 폐지된 MBC 대학가요제를 추억하는 DJ의 이야기와 함께 제19회 대학가요제 대상곡인 바람 밴드의 '와장창!'이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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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암막 후 무대가 전환되며 다섯 명의 사람들의 청춘을 보여준다. 밴드 '바람'의 멤버 다섯 명은 대학의 밴드 동아리 출신이며 그 속에서 사랑과 우정을 키운다. 한때는 비길 데 없는 패기로 대학가요제에서 자작곡을 불러 대상을 거머쥐었으나, 가진 것이 없어 잃을 것도 없었던 짧은 봄은 지나가기 마련이다. 30대에 가까워지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가질 것보다는 잃을 것이 두려워 점점 현실의 논리에 순응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을 김광석의 노래로 표현한다. 역대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표현한 아티스트라는 명성대로 김광석의 노래는 우리네 현실과 밀접히 맞닿아있다. 군대에서 우연히 후임과 선임으로 만난 밴드 멤버들은 소주 한 병을 놓고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고, 한때는 둘도 없이 사랑했던 사이였으나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파도에 따라 이별로 치닫는 이들은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부른다.


극 중 '바람'밴드에서 보컬을 맡은 배우 박형규 씨는 노래를 잘 부르는 것은 고사하고 김광석의 창법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한 것으로 보였는데 언뜻 들으면 음원 같았다. 특히나 발음을 흘리지 않고 부른 것이 좋았는데 그것이 극의 내용과 노래를 연결하는 데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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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광석

 

 

내가 김광석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일부러 치장하지 않는다. 김광석은 단어가 지닌 본연의 발음을 최대한 살려서 부른다. 발음을 흩날리지 않는다. 단어를 단어 그대로 내뱉는 것, 고통을 말할 때 얼버무리지 않는다는 것. 얼버무리지 않기까지의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또박또박 들리는 그의 음성과 떨리는 입술에서 아픔을 견딘 자만의 굳은 심지와 진솔함이 느껴진다. 배우의 치밀한 분석으로 공연 내내 김광석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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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맨역의 배우 박신후

  

 

1인 다역 멀티맨의 역할을 한 박신후 배우의 연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수위 아저씨, 학교 앞 술집 주인, 기획사 사장 등의 역할을 번갈아 맡았는데 인물마다 말투, 걸음걸이, 제스처 등을 바꾸어 디테일한 연기를 보여주었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행동뿐 아니라 각 인물이 가진 감정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수위 아저씨가 먼저 간 아내를 추억하며 '어느 60대 이야기'를 부르는 장면이 있었는데 수준급의 실력은 아니었으나 층층이 쌓인 감정으로 덤덤히 부르는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했다.


또한 연출 부분에 있어 무대라는 한정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과 시대의 흐름을 느끼게 해줘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30대가 되고 나서야 노래할 때는 발판으로 된 무대가 앞으로 오고 20대 시절에서 노래할 때는 무대가 뒤로 갔다.

 

이러한 무대장치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었고 또 앞에 설치한 스크린에서는 티비 프레임을 만들어 90년대의 대학가요제, 2002월드컵 등의 매체 영상을 틀어 시대흐름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시대의 아픔을 노래할 때에는 최루탄 연기 속에서 곤봉을 든 경찰과 시민으로 만난 바람 멤버들의 실감나는 감정 연기로 아픔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김광석 라이브 공연 영상의 내용을 참고하여 각색한 부분도 있어 반가웠다. 극 중 라이브 공연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보컬 풍세는 관객들에게 쪽지로 신청곡을 받고 노래를 부른다. 생전 어머니가 창밖을 보면서 들었다던 '사랑했지만'을 신청하는 장면이었다. 쪽지의 내용이 어쩐지 익숙했다. 김광석이 라이브 공연에서 언급한 내용이었다.

 

김광석 본인은 '사랑했지만' 가사 속의 화자가 사랑에 대한 태도가 수동적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24년생 할머님이 길거리 레코드방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다 맞고 들었다며 열여섯 소녀의 감정을 되찾아준 노래라고 고맙다고 한 뒤로 더 열심히 잘 불러야지 생각했다고 한 내용이다. 김광석이 라이브 영상에서 했던 말을 인용하고 중간에 스크린에 김광석의 사진과 감사의 말을 띄움으로써 관객들과 같이 김광석을 추모했다.

 

*

 

김광석이 부재하는 곳에서 김광석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보고 나서 집에 돌아온 내내 바람이 불어 내가 알고 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히길 바라며, 잊혀간 꿈들을 다시 만나기를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다.

 

 

바람이 불면 음-

나를 유혹하는

안일한 만족이 떨쳐질까

 

바람이 불면 음- 

내가 알고있는

허위의 길들이 잊혀질까


난 책을 접어놓으며 창문을 열어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잊혀져간 꿈들을 다시 만나고파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김광석 -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中

 

 

포스터.jpg

 





바람이 불어오는 곳
- 가장 김광석다운 뮤지컬 -


일자 : 2019.11.15 ~ 2020.01.05

시간

11.15 ~ 11.29

화/수/금 저녁 7시 30분

토/일/공휴일 오후 4시

 
11.30 ~ 12.29
화/수/목/금 저녁 7시 30분
토 오후 4시
일/공휴일 오후 4시
12.25 오후 4시
 
12.31 ~ 01.05
화/목/금 저녁 7시 30분
토/일 오후 4시
01.01 공연 없음

장소 : 대학로 SH아트홀

티켓가격
R석 50,000원
S석 40,000원
 
기획/제작
LP STORY

관람연령
만 7세 이상

공연시간
1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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