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일상툰, 타인의 그림일기 [웹툰]

일상툰의 과거, 현재, 미래
글 입력 2019.11.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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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나 자신의 일상은 너무나 익숙해 지루해졌을 때, 권태를 느낄 때쯤 우리는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고 싶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지인들이 전해주는 소문을 흥미진진하게 듣거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 내 것이 아닌 일상을 경험한다. 최근에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많은 ‘브이로그’로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이의 일상부터 평범한 학생의 일상까지 광범위하게 타인의 삶을 엿볼 수 있다. 1인칭의 시점으로 본인의 하루에서 소재가 될 만한 것을 고르고 편집하여 보여주기에 친밀감과 재미가 함께 따라온다.

 

그런데 이러한 브이로그보다 앞서서 자신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편집하여 보여주는 장르가 있다. 바로 ‘일상’과 ‘카툰(웹툰)’이 결합한 ‘일상툰’으로, 작가 자신의 일상을 그리는 이 장르의 역사는 2000년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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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이라는 주제로

큰 사랑을 받았던 '자까'님의 <대학일기>

 

 

 

가장 오래된 일상툰은?


 

드라마나 영화가 채워줄 수 없는 무한한 상상력이 담긴 스토리와 세계관이 담긴 만화는 사랑받아왔으며, 이는 웹툰에서도 유효하다. 하지만 현재처럼 연재작품의 수가 늘어나고 스토리가 무궁무진하게 뻗어 나가기 이전의 시기가 있었다.

 

웹툰 서비스가 막 시작되던 2000년대 중후반의 웹툰계는 <마음의 소리>(조석), <골방환상곡>(워니), <낢이 사는 이야기>(서나래), <생활의 참견>(김양수), <나이스진타임>(김진) 등 일상툰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을 서두로 하여 많은 일상툰이 플랫폼에 연재되었기에 일상툰의 시작이자 웹툰의 시작을 함께 하던 멤버로 볼 수도 있다.

 

 

 

"그냥 그림일기 아니야?": 일상툰의 노고 3가지


 

앞서 언급한 초석을 다진 작가들은 무기한 휴재에 들어가거나, 아예 스토리툰으로 전향한 작가 역시 많다. 아무래도 일상툰의 작가가 감수해야 할 무게가 가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웹툰보다 무겁기 때문일 것이다. 그저 ‘그림일기처럼 일상을 그려내는 만화’라고 가볍게 생각하기에 일상툰은 한 개인의 존재가 담겨 있다.


일상툰 작가가 짊어지는 첫 번째 문제는 자신의 일상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다. 이는 얼마나 솔직할 것인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일상툰은 일기의 형식을 띠지만 결코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하고, 가상의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는 웹툰과 달리 주인공이 작가 자신이기에 비난의 대상도 그가 감수해야 한다. 사생활 침해의 논란 역시 몇몇 작가들의 신상 문제와 주변인들까지 얽힌 사건이 실제로 있었기에, 작가를 비롯하여 플랫폼 입장에서도 일상툰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 첫 번째 문제는 두 번째 문제인 ‘작가의 페르소나’와도 결부되어있다. 작품을 연재하다 보면 작가 개인에게 여러 일이 생기기 마련이다. 슬럼프가 오거나 누군가와의 이별을,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자신이 그리던 콘티가 있고, 더 크게는 ‘작품의 톤’이라는 것이 있다. 일상툰은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써내는 것이지만, 역설적으로 현재 자신과 만화 속의 자신을 분리하여 그려내야 한다.


세 번째는 ‘소재’ 문제이다. 우리는 매일 특별한 일이 있는 하루를 살지 않는다. 매주의 스케줄을 반복하며 한 달, 일 년을 살아가는데 매주 연재되는 일상툰은 매화마다 이야기를 풀어내야 한다. 때문에 ‘소재의 고갈’은 일상을 그려내는 작가들에게 언제나 큰 고민이고, 이는 곧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회고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에 더 괴롭게 된다.

 

 

 

일상툰의 트렌드 :인스타툰의 부흥


 

이런 노고가 많은 일상툰이지만 현재 그 인기는 여느 스토리툰 못지않으며 그 수가 최근 급증하였다. 이는 정식연재되는 작품이 아닌 아마추어 작가들의 등장 덕분이다. 웹툰이 많은 사람이 즐기는 문화로 자리 잡고, 아이패드와 같은 기기로 그림을 그리기 편해지면서 아마추어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였다. 인스타그램, 네이버 도전만화에 주로 업로드되는 이 일상툰들의 소재는 대학 생활, 결혼, 연애, 육아, 직장 등 유튜브 못지않게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이전에 웹툰을 그려 업로드하는 것은 정식연재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취미로서의 의미가 자리 잡았다.

 

특히 최근에는 인스타그램이 새로운 웹툰 플랫폼으로 떠오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10컷 이내에 보여주고 있다. 현재 네이버, 다음과 같은 웹툰 플랫폼에서 정식연재되는 일상툰이 과거에 비해 많은 이들이 찾지 않는 듯한데, 이에는 브이로그와 인스타툰의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타인의 일상을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화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분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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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에서

'웹툰' 해시태그를 검색했을 때

게시물의 숫자로, 인스타툰의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이처럼 일상툰은 로맨스, 스릴러와 같은 다른 장르보다 변천 과정이 명확하다. 기술과 SNS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장르이기 때문이다. 이것의 중심에는 다른 사람의 일상을 궁금해하는 마음, 나의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사용자가 최고치를 찍고 있는 만큼, 더 흥할 것인지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갈 것인지 앞으로의 방향이 주목된다. 이에 따라 일상툰의 트렌드 역시 변화할 것이다.

 

 

[안루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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