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들어진 학교의 낭만에 대하여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11.10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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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그 남자 그 여자>의 포스터

 

 

어느 날 유튜브 알고리즘에 <그 남자 그 여자의 사정>이 올라왔다.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이 <그 남자 그 여자>라는 제목으로 방영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전편을 보지는 않았지만, 90년대 생이라면 익히 들어봤을 절대 가볍지 않은 학교 순정물이다.

 

가장 큰 흐름은 고등학생 은서와 성준이의 연애담이다. 반면 필자는 두 주인공 사이의 이야기보다 두 사람이 다른 인물들(학교 친구 등)과의 갈등 및 해결 과정이 더 인상적이었다. 배경이 고등학교답게 인물들 사이에서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현실적으로, 때로는 이상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지금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는 은서가 성준을 포함한 학교에서 인기 있는 남학생들과 어울리는 걸 본 여학생들이 은서에게 텃세를 부리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평소 매사에 완벽해 보이는 은서의 모습이 성준을 만나고 다른 사람에 대한 경계를 풀면서 나오는 낯섦이 있었다. 이를 안 은서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가식적이었던 모습을 인정하고 마침내 갈등을 풀어 두루 어울리게 된다.

 

현실이 만화처럼 이상적이라면 모두의 10대는 손바닥으로 가려도 비추는 햇빛처럼 찬란하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지금도 따돌림은 학교나 다른 집단에서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이며, 학교폭력이 민감한 사안으로 대두되면서 이제는 각자 선을 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여기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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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만큼 학교생활도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다


 

누군가는 계산적이고 인간미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창 시절에 필자가 겪거나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은 학교라는 곳이 선생님들이 익히 하던 말처럼 ‘작은 사회’이며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스스로가 어느 정도의 독기를 품고 다닐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했다. 젖살이 완전히 빠지지 않은 귀여운 아이처럼 보여도 그들은 각자 하나의 소우주이다.

 

필자의 학창 시절 때에는 주변에서 범상치 않은 사건이 터지곤 했었다. 무엇인지는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집단 사이에서 신뢰를 저버릴 만큼 규모가 큰 것도 있었다. 만약 지금 그 일들이 벌어져 공론화되었다면 중대한 문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흔히들 10대가 어른보다 순수하게 사람을 만나고 사귈 수 있는 때라고 말한다. 그러나 청소년기의 관계 맺기도 돌이켜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10대에 큰 미련이나 그리움이 없는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담이기 때문에 누군가는 공감이 힘들 수도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청소년들에게 심어주는 희망과 꿈의 양만큼 절망과 패배를 느끼는 순간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초등학생 때부터 입시에 치여 사는 한국 학생들에게는 <그 남자 그 여자>와 같은 아련한 낭만은 비현실적이다.

 

겉으로는 서로 으쌰으쌰하고 학교나 반 행사에 참여하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미래가 걸린 상황에서는 모두가 개인주의자가 된다. 학생 때 성인이 되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낭만은 아직도 잡을 수 없는 무지개와 같이 눈앞에서 아른거리고 있다.

 

 

[한민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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