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담항설, 평범한 나의 이웃 이야기 [TV]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글 입력 2019.11.01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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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꾼들이 세상을 여행하며 우리 주변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세상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환상의 나라를 박차고 나온 이야기꾼들. 연예인 그들만의 세상으로 상징되는 공간인 스튜디오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지금 여기에서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 ‘착한’ 예능이 있다. 그 이름은 tvN의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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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이야기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과 ‘프로 봇짐러’ 조세호가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그램으로, 토크쇼와 퀴즈쇼가 합쳐진 형식으로 진행한다. 길에서 만난 시민들과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문제를 푸는 과정을 거친다. 토크쇼와 퀴즈쇼라는 두 개의 장르를 합침으로 두 장르의 장점이 결합했는데, 토크쇼가 주는 진지함과 감동, 퀴즈쇼가 줄 수 있는 유희를 <유퀴즈>에서 느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재석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과거 <무한도전>에서는 길 위에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놀러와>와 <해피투게더>에서는 이야기를 듣고, 프로그램 전체를 진행하는 등 MC로서 능력을 증명해 왔다. 사람에게서 이야기를 잘 이끌어내는 유재석을 내세운 <유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와의 케미가 <유퀴즈>에서 발현되어 토크쇼의 풍부함을 가져다준다.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 작은 채널, tvN


 

<유퀴즈>는 KBS 출신 김민석 PD가 프로그램의 키를 잡았고, 지상파에만 출연한 유재석의 케이블 데뷔작이기도 하다. KBS 조연출 출신의 PD, 유재석의 케이블 TV의 데뷔, 토크쇼와 퀴즈쇼가 합쳐진 장르인 <유퀴즈>는 지상파 입장에선 너무나도 ‘위험한’ 프로그램이다. 기존, ‘힐링’을 컨셉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이미 지상파에서 폐지된 전적이 있고(<힐링캠프>), 섭외되지 않은 비연예인 출연자가 등장하는 토크쇼는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상파 토크쇼인 <대화의 희열>에 비해 2~3%대라는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렇다면 <유퀴즈>가 앞에서 언급한 위험요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방영될 수 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tvN’이라고 답할 수 있다. 지상파는 내부 조직의 고질적인 문제와 시청률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압박감에 PD들은 자유롭게 콘텐츠 제작을 할 수 없다. 하지만, tvN의 제작환경은 지상파와 달리 자유롭고 혁신적이다. tvN에선 아이디어만 있다면 5~6년 차에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그램을 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롭고 도전을 장려하는 tvN이 있었기에 경력이 적은 PD의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할 수 있었고, 실험적인 프로그램인 <유퀴즈>가 만들어졌다.

 

또한, <유퀴즈>는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시즌 1은 5문제를 풀고 상금 100만 원을 획득하는 형태로 진행되었고, 시즌 2(13화)에선 퀴즈보다 토크에 중점을 더 두기 위해 문제는 1문제로 간소화했다. 그 밖에도 퀴즈에 관한 규칙을 바꾸거나 정립하는 등 시즌제를 통해 재정비의 시간을 가져 프로그램의 색을 분명히 했다.

 

 

 

스튜디오를 박차고 나온 이야기꾼 


 

<유퀴즈>는 즉석에서 만난 시민들과 이야기를 하는 토크쇼다. 진행 이외에도 섭외, 인터뷰, 분위기 조성 등 여러 부분에서 MC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항상 ‘시청자 여러분께’라는 말을 달고 사는 유재석을 내세웠다. 야외 촬영을 하거나 긴박한 추격전을 하는 상황에서도 유재석은 늘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곤 했다. 시민들에게 쉽게 다가가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은 이미 유재석의 본능이 되었다. 게다가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은 과거 <놀러와>, <무한도전>, 그리고 지금은 <해피투게더>에서 오랫동안 MC로 활동했고, 안정적이고 재미있는 진행 능력으로 각각의 캐릭터를 잘 끄집어낸다.

 

<유퀴즈>는 유재석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크 본능’과 ‘진행 능력’이라는 유재석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프로그램이다. 시민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거는 토크 본능과 어떤 시민을 인터뷰할 건지,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등을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유재석과 함께 공동 MC를 맡는 조세호도 특유의 엉뚱함으로 유재석과의 케미가 돋보이는 인물이다. ‘프로 봇짐러’라는 조세호만의 캐릭터를 <유퀴즈>에서 새롭게 해석했다. 투명 가방을 메고 다니는 조세호의 모습은 세상에서 들은 이야기를 봇짐 안에 넣고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유퀴즈>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환상의 나라를 떠나 길 위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이야기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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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담항설, 길 위에 떠도는 이야기


 

기존 토크쇼는 환상의 존재인 연예인이 등장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대중들은 처음에는 연예인의 이야기에 열광했다. 연예인이라는 존재에 가진 일종의 환상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환상은 조금씩 깨지고 있었고, 대중은 평범한 자신과 다른 연예인에 공감하지 않게 되었다.


기존 토크쇼 즉, 연예인의 환상이 심어진 힐링 토크쇼는 SBS의 <힐링캠프>를 예로 들을 수 있다. <힐링캠프>는 미리 섭외된 연예인들이 등장해 자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고백한다. 마지막에는 무언가 교훈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와 함께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인다. 대중들은 처음에는 연예인들의 슬프고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였지만, 갈수록 정형화되고, 교훈적이고 억지로 짜내는 연출된 감동에 지겨움을 느꼈고, 기존 토크쇼는 힘을 잃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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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는 연예인의 힐링 토크쇼와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연예인의 삶보다는 지금, 우리 이웃들의 삶에 집중하고, 스튜디오가 아닌 거리를 돌며 이웃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는 자리 배치에서도 나타나는데, <힐링캠프>는 MC와 연예인 게스트가 서로 마주 보며 이야기하는 구도로 배치되어 있다. 그리고 시청자는 밖에서 그들을 바라본다.

 

시청자가 연예인 그들의 세계를 관망하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유퀴즈>는 게스트가 가운데에, 양옆에는 두 MC가 위치해 양옆의 MC는 몸을 돌려 게스트를 바라본다. 게스트와 눈이 마주친 시청자는 그들의 대화에 참여해 마치 나와 비슷한 친구, 동료, 이웃,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느낀다. 이는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들’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의미한다.

 

내 주변에 있을 만한 이웃의 이야기에 시청자는 공감하며 때로는 위로를 받는다. 억지로 짜낸 감동에서 벗어나 어떤 감정을 유도하지도 않고, 어떤 생각을 유도하지 않는다. 그저 게스트의 이야기를 들어서 갖는 감정을 음미하도록 한다.

 


    

작은 영웅 찾기


 

퀴즈쇼는 기본적으로 ‘영웅 만들기’ 신화를 따르고 있다. 그 원형은 ‘오이디푸스 왕’ 신화에 찾을 수 있다.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풀어 테바이를 구원했고, 영웅이 되었다. 오이디푸스가 왕이 된 것처럼 남이 풀지 못한 문제를 풀거나, 더 많은 문제를 맞히면 영웅이 된다. 즉, 퀴즈는 일반인과 영웅을 가르는 요소이며, 일반인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한 장치다. KBS의 <우리말 겨루기>, <도전! 골든벨>, EBS의 <장학퀴즈> 등 기존 퀴즈쇼 프로그램도 ‘영웅 만들기’ 신화를 따르고 있다. 가장 많은 문제를 풀거나 상대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면 승리하는, 퀴즈에서 승리하면 영웅이 되어 보상과 함께 명예를 부여받는다.

 

퀴즈는 경쟁이 전제되어 있다.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4명(팀)이 경쟁을 해 점수가 가장 높은 최후의 1인을 선정하고, 최후의 1인은 문제를 끝까지 맞혀야 보상과 명예를 받는 포맷이며, <1대 100>도 1인과 100인의 ‘대결’을 펼치는 것을 통해 ‘경쟁’이라는 걸 제목에서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퀴즈쇼에서 시청자는 콜로세움 경기장에서 응원하며, 누가 이길지를 지켜보는 입장이 된다.


또한, 퀴즈쇼는 단계가 높아질수록 난도가 높아지며, 그에 따라 보상도 점점 높아진다. 어떤 퀴즈쇼에는 중간에 멈춰 그 단계에 맞는 보상을 받을 수도 있는 규칙도 있다. 퀴즈를 중간에 멈추지 않고 계속 도전을 하면 더 큰 보상과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만약 다음 단계에 문제를 틀리거나 맞히지 못하면 지금까지 쌓은 보상은 0이 되는 최악의 상황이 된다.


퀴즈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남보다 빨리, 더 많이 답을 맞히는 자가 승리하며, 그자는 승리를 통해 영웅이 된다’라고. 남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아는 것으로도 영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는 꽤 매력적이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현대 시대에서 퀴즈는 매력적이지 않다. ‘소확행’,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중시하는 현대 사람들은 불확실한 영웅이 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해 나와 같은 사람에 관심을 둔다. 따라서, 일반인과 구분되는 영웅은 환상의 존재일 뿐이며, 그 환상은 더는 대중을 사로잡지 못한다. 그렇다면 <유퀴즈>는 기존의 퀴즈쇼와 어떤 점이 다른지 살펴보자.

 

<유퀴즈>는 퀴즈를 통해 영웅을 만들지 않고, 퀴즈를 통해 영웅을 ‘발견’한다는 점에서 ‘영웅 만들기’ 신화를 깨트린다. <유퀴즈>에서 퀴즈는 두 가지로 나타나는데, ‘당신을 알기 위한 퀴즈’와 ‘작은 영웅 보상을 위한 퀴즈’로 나눌 수 있다.


먼저, MC의 질문을 통해서 ‘당신을 알기 위한 퀴즈’가 진행된다. MC는 게스트를 알기 위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계속 질문을 한다. 스무고개처럼 ‘게스트’라는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연속해서 질문하며, 끝에서야 비로소 게스트의 영웅적인 면모를 이야기를 통해 발견한다. 여기서 영웅적인 면모는 꼭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자기 삶에 충실하며 고군분투하는 삶, 그 자체로도 영웅이 될 수 있다. 즉, <유퀴즈>는 자신의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모든 사람을 영웅이라는 공식을 만든다. 기존 퀴즈쇼의 ‘영웅 만들기 신화’에서 탈피해, 퀴즈를 통해 영웅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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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수수께끼를 통해 게스트가 영웅임이 밝혀지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문제를 맞히는 퀴즈가 시작된다.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게스트가 주제를 고르고, 관련된 주제에 관한 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히면 100만 원을 얻고, 답을 맞히지 못하면 뽑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한 문제를 풀면 100만 원을 얻을 수 있고, 100만 원을 얻지 못하더라도 뽑기를 통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기존 퀴즈 형태의 프로그램에서는 퀴즈를 통해 영웅을 만들고, 그에 따른 보상은 ‘영웅에게 바치는 보상’의 의미이기도 하며 유희를 위한 장치로 사용된다. <유퀴즈>에서 ‘퀴즈’는 영웅에게 보상을 주기 위한 명분이며, ‘100만 원’은 수수께끼를 통해 발견한 영웅에게 수여하는 보상이다. 이는 삶에 대한 보상이기도 하다. 시청자에게 100만 원이란 영웅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보상이기도 하며 나와 비슷한 영웅이 보상을 받는 장면에서 대리만족을 느낀다. 마치 자신이 삶에 대해 보상을 받은 것과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따라서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은 나와 같은 영웅에게 보상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한다.

 


    

두 이야기꾼의 끝없는 여정


 

우리의 이야기를 담는 프로그램 <유퀴즈 온더 블록>은 우리네 이야기를 수집하는 착한 예능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휩쓸고 있는 세상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쉼터 역할을 해준다. 또, 실험적인 프로그램인 만큼 장르가 불분명하다. 토크쇼라고 하기엔 퀴즈쇼의 요소가 혼재되어있고, 퀴즈쇼라고 하기엔 토크가 중점적이다. 그래서 어떤 장르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어떤 장르라고 규정해야 한다면, ‘가담항설’이라고 하겠다. 지금, 길 위에서 떠도는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 오랫동안 두 이야기꾼의 길 위에서의 여정이 계속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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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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