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이 닫히면, 어딘가 창문이 열려있으니 [사람]

글 입력 2019.10.2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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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참 어렵다. 며칠 되지 않는 단기 알바든, 인턴직, 계약직, 정규직과 같은 구직 면접이 아니더라도 입학을 위한 면접, 요즘은 스펙을 쌓기 위해 스터디원에 들어가는 데도 면접을 본다고도 한다. 구직자가 아닌 이들도, 그저 새로운 활동을, 도전으로 인생을 채우는 데에도 면접이라는 과정을 마주해야 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태가 너무 과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기본적으로 나를 뽑을 권한이 있는 이들 앞에서 당당하면서 자만이 느껴지지 않도록, 겸손하면서 너무 주눅 들어 보이지 않은 태도를 갖추고 흔들림 없이 질문에 적절한 답을 이어가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니 말이다.
 
세상에는 면접을 대비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누군가는 긴장감을 풀기 위해 우황청심환을 먹거나 바나나가 긴장 완화에 좋다는 말에 바나나만 먹기도 하고, 그냥 아무것도 안 먹고 면접에 가는 이들도 있다. 누군가는 면접 때 듣는 노래 플레이리스트가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예 아무 음악도 듣지 않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할 것이다.
 
누군가 내게 면접을 어떻게 대비하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나는 면접에 도움이 되기 위해 먹는 것은 따로 없다. 거르는 음식도 없다. 그런데, 나만의 면접 대비용 노래가 있다고. 바로, 영화 "Sound of music(사운드 오브 뮤직)"의 "I have confidence in me(나는 내게 확신이 있어)"이다.
 
 

 

 
너무나 유명한 1965년 작의, 음악과 자연을 사랑하는 자유롭고 당찬 성격을 지닌 견습 수녀 마리아가 폰 트랩 대령의 집에 가정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그와 그의 일곱 아이와 노래로 마음을 나누며 결국 대령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의 뮤지컬 영화. 명곡이 가득한 영화에서 내가 소개하는 노래는 마리아가 수녀원을 떠나 대령의 집으로 갈 때 부르는 곡이다.
  
자유로운 언행이 수녀로 맞지 않으며 그 자격이 부족하다는 다른 수녀들의 의견에 따라 원장 수녀는 마리아를 대령의 집 가정교사로 보내기로 한다. 수녀원을 떠나는 날, 다른 수녀들이 부르는 성가를 뒤로 한 채 상심한 모습으로 수녀원을 걸어 나가던 마리아는 잠시 멈춰 말한다. "When the lord closes a door, somewhere he opens a window." (주님께서 문을 닫아두실 때, 어디엔가 창문을 열어 두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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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녀로서 살아가려 했으나 동시에 자유와 도전을 누려보고 싶었던 마리아는 마음속 불안함과 걱정을 누르며 스스로 용기를 갖도록 다독인다. 대령과 일곱 명의 아이들에게 엄하지만 친절한 가정 교사로, 좋은 인상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며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확신을 스스로에게 가지고 있다고 노래한다. 그렇게 수녀원의 닫힌 문을 뒤로하고 나는 내게 확신을 가지고 있어라고 노래하며 마리아는 대령의 저택 문을 두드린다.
  
상대적으로 영화에서 "My favorite things", "Do Re Mi", "Edelweiss"와 같은 곡보다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해당 노래의 유투브 영상에 "영화에서 가장 저평가된 곡 중 하나"라는 댓글에 꽤 많은 좋아요 수로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노래이며 동시에 내게 가장 힘이 되어준 노래이다. 면접 대비용 노래로 많이 듣는다고는 했지만, 새로운 길 앞에서 스스로에게 확신과 자신감을 복돋아줘야 할 순간은 면접 외에도 너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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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면접이든 어떤 형태의 도전이었건 간에 긴장과 떨림을 누르며 자신감과 확신으로 나아가려는 시도, 그런 시도를 몇 번 거치며 힘들게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 우리 모두 문고리를 돌려 문을 열고 마주하게 될 것들에 대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바람을 품지만, 때론 문턱을 넘어 마주하는 현실은 꿈꾸었던 것과 너무나 다른 모습일 때도 있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본인이 견딜 수 있는 정도라면 다행이지만, 버티기 어려울 때는 그렇게 애를 쓰며 열었던 문을 다시 떠나는 입장에서 마주하기도 한다. 이 문을 열기까지의 여정을 떠올리며 나의 노력은 헛된 것이었는지, 이곳을 나가면 다른 기회가 내게 주어질지, 마음이 불안에 휩싸인다. 그럴 때는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겨우 열었던 이 문을 닫고 나오지만, 이게 나의 실패는 아니라고, 그리고 문이 닫히면 어딘가에 분명히 창문이 열려 있을 것이라고. 그렇다면 그곳으로 또 다른 길이 있고 분명 또 다른 문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여기면 될 것이다. 다른 문을 마주하게 될 때가 언제일지 모를 불안한 나날이 이어지더라도, 그 여정을 마리아처럼 자신에게 확신을 가지며 흥겹게 보낸다면 고단함도 덜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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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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