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글 입력 2019.10.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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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우리가 가장 듣고 싶은 말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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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가하지 못합니다.


한가하다. 한 마디로 여유가 있다는 말일 겁니다. 요즘 바쁜 일들이 겹쳐 저 역시 한가하지 못하고 있지만 극 속에서 찬란의 '그렇게 한가하지 못합니다.'는 단순하게 바빠요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목 속에서 탁 걸린 듯한 말, "숨쉬고 싶어요."로 느껴집니다. 찬란의 바쁨은 '가난'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학교 생활에서 자신의 말은 똑바로 하고, 그에 엘사 공주라는 별명까지 붙어있는 그녀는 사람들을 사귀지 않습니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을 사귀 여유도, 만날 시간도 없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누군가와 가까워지면서 그 사람에게 기대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녀는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엄마의 빚을 갚아갑니다. 그녀에게 삶은 버티기 버거운, 있어서 소중한 것이 아니라 포기하고 놓고 싶은 무엇가입니다. 그렇기에 그녀가 하는 말, "그렇게 한가하지 못합니다."는 그냥 바쁘다를 넘어선, 하소연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폐부 위기의 연극부(사실, 따지고 보면 가장 먼저 찾아간 것은 찬란이겠지만요.), 그 연극부에서 찬란은 자신을 찾아주는 사람들을 발견합니다. 항상 누군가에게 돈을 받는 역할, 깊은 관계를 맺지 못하고 떠돌던 찬란을 자꾸 중심으로 불러오는 연극부원들. 그들은 찬란을 공연의 주인공으로 이끌어나가죠. 어쩌면 간단한 이야기입니다. 사람과 관계를 포기한 사람이 사람들로 하여금 위로받고, 다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있게 되는 일,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바로 우리들도 겪는 일이죠.


참으로 거친 세상입니다. 홀로 살아가기엔 버겁게 느껴지기도 하죠.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털어둘 곳이라도 있어야 숨 쉴 수 있는 그런 세상입니다. 연극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아> 는 삶이 버거워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가오는 인연들마저 잘라내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찬란하지 않아도 괜찮으니, 공연이 망해도, 무언가를 성공시키지 않아도, 그냥 날 행복하게 하는 사람들을 선택하자고. 우리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사람들의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죠. 우리는 모두 가슴 한 켠, 살아온 시간의 한 단락에는 비극이 있습니다. 항상 해맑게 웃는 사람에게도 우울은 존재하죠. 우리에게는 모두 아픈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아픔을 서로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습니다. 자신도 아프기 때문에.


해맑게 보이는 연극부원들에게도 사연들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비극은 주인공 '찬란'이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습니다. 각기 다른 아픔 속에 살아가죠. 모두 부족하고, 어렵기에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함께 해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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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어려워야 하는가, 쉬워야 하는가, 고민할 때가 있습니다. 작가주의에 입각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작품이 좋은지, 보는 모두가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 좋은가에 대해서, 논의는 계속 이어질 거라 생각합니다. 본 연극은 친절합니다. 중간에 잠깐 이해가 어려운 추상적인 장면이 한 번 등장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이는 웹툰 원작 연극이니만큼, 스토리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연극 콘텐츠가 보여주는 한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얽혀있고, 주요 사건을 이끌어가는 분위기가 가볍다보니 연극으로 선보이기에 굉장히 어려운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아무래도 짧은 1~2시간 동안 캐릭터를 소개하고, 그 캐릭터들 안에 있는 사연들과, 5명의 캐릭터들 모두를 살리려다보니 상대적으로 연극보다는 연재물에 어울리는 컨셉의 공연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 공연을 다 본 후에 원작 웹툰을 처음으로 읽었습니다. 본 공연에서는 시간상 생략된 부분들이 웹툰을 통해 채워지면서 더욱 인물들의 행동에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연극에서는 볼 수 없던 비하인드를 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아쉬웠습니다. 쉽게 기승전결이 있는 극이었지만, 아무래도 연극 속 디테일한 요소들이 잘 살아나기엔 어려운 극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는 다루고 있는 스토리의 어려움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오히려 에피소드들끼리 연결고리를 두고 배우들의 대사로 모두 사연을 직접 고백하기 보다, 음향이나 영상을 더 활용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찬란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메세지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메세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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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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