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쟁영화의 마스터피스, 지옥의 묵시록 下 [영화]

인간 존재가 품고 있는 어둠의 심연에 대하여
글 입력 2019.10.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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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上편에 이어

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링크)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커츠의 왕국



캡처.JPG

 

 

커츠의 왕국은 지금까지 윌라드가 지나왔던 군대들보다 더 비정상적이고, 기이하다. 왕국은 시체들로 꽉 차있고, 그 시체를 자랑스럽게 걸어놓기도 한다. 사람들은 미친 듯이 커츠를 추종하고, 그들의 걸음걸이, 표정은 마치 유령처럼 혼이 나가 보인다. 이전의 부대들은 미국의 승리라는 목표 하에 총을 쏘며 미쳐간 것이었지만, 커츠의 왕국은 목표도, 이유도 없다. 명령 체계가 갖추어져 있는 군대와는 달리 커츠의 지배는 방식 조차도 없다. 이는 커츠의 이성이 만들어낸 인위적인규율이 아닌, 본연의 악과 무질서함이 사탄의 왕국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인간의 악을 가장 가까이서 체험하고 그에 대한 공포를 느낀 사람이 만든 왕국은, 새롭고 아름다운 세상이 아니라 더 악하고 잔혹한 형태로 표현이 된다. 감독은 또다시 악을 자행하는 커츠를 통해 인간의 근본적인 악에 대해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커츠는 윌라드가 본인을 암살하러 왔음을 알면서도 죽이지 않고, 곁에 둔다. 이를 통해 본인의 죽음을 의도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는 타살이지만 자살과 다름이 없는 것이다. 이는 악을 깨닫고도 악에서 벗어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참회, 복수이다. 또한 죽음을 통해 인간 본연의 악에 항복한 무기력한 인간을 상징한다.

 

이러한 전체적 줄거리와 커츠, 그리고 그의 왕국의 의미를 통해 후반부에 나오는 시의 의미를 분석할 수 있다.

 

 


영화와 T.S 엘리엇의 시 The Hollow Men



우선, 엘리엇은 실존의 고통에 깊이 사로잡혀 있는 시인이다. "고통받는 인간들이 소망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고통 없음, '이해를 초월한 평화'이다. 그러나 인간이 사는 지상에서 이 평화를 얻을 수 있는 완전한 방법 - 인간의 궁극적 문제에 대한 해답 - 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모든 작품의 심리적 주제는 바로 이 해답 없는 상태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회의이다. 인간의 세상에 대한 회의는 세상에 만연한 악과 악이 주는 고통 때문이다. 이와 같은 엘리엇의 시를 이해한다면 커츠가 엘리엇을 읽는 사실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인간에 대한 회의'와 '악이 주는 고통'은 커츠를 이해하는 중요한 어휘들이다. 커츠가 읽는 시의 구절은 다음과 같다.


 

우리는 텅 빈 사람들

우리들은 박제된 사람들

우린 머릿속이 볏짚으로 채워진 채 서로 기댄 허수아비들

우리들의 메마른 목소리들은, 우리들이

속살일 때

조용하고 의미 없다

마른 풀에 부는 바람처럼

건조한 지하실 속 깨진 유리 위에 있는 쥐들의 발들처럼

형태도 없는 모양, 색깔도 없는 그림자,

마비된 힘, 동작 없는 몸짓

 

 

1부에서 나오는 사람들은 유령, 허수아비와 같다. 이들은 바람 부는 대로 흔들리고 실체가 없으며, 그저 무기력하고, 마비된 존재를 의미한다. 이들은 의미 있는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는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게 삶이란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것이다. 이를 읽는 커츠를 통해 커츠가 겪은 삶에 대한 회의 및 인간에 대한 절망을 강조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모든 군인들이 전쟁 중에 겪는 절망적인 심리상태를 표현한다. 나아가 커츠가 느낀 감정으로 미루어보았을 때, 인간 본연의 악, 이기심으로 무장한 인간의 세계에 대한 공허함을 표현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영화에는 나오지 않은 이 시의 3부 내용이다.


 

이것은 죽은 나라

이것은 선인장의 나라

여기에 석상이

세워지지만, 여기서 그들은

사라지는 깜박이는 별 하나 아래에서

죽은 사람의 손의 탄원을 받을 뿐이다.

 

그것은 이와 같은가

죽음의 다른 나라에서

우리들이

연약함으로 떨고 있는 시간에

혼자 깨여서

입 맞추고 싶어 하는 입술들은

깨진 석상에 기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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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츠의 책상에 놓여있는 종교 관련 서적들

 

 

3부에서는 텅 빈 사람들이 행하는 예배의식이 표현된다. 그들은 석상을 세우고 기도를 하지만, 그 석상은 죽은 사람의 하소연만을 들을 뿐이다. 또한 죽음의 나라의 깨진 석상들의 이미지를 통해 무의미한 예배 의식을 나타낸다. 영화에서는 석상의 이미지, 종교적 의식을 치르는 듯한 주민들, 커츠가 읽던 성경, 'The Golden Bough', 'From Ritual to Romance'와 같은 종교학 관련 서적들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제시된다.

 

이런 장면에서 악의 세상에 존재하는 종교에 대한 회의가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종교학 책이 나오는 장면을 통해 커츠는 종교를 통해 진리를 깨달으며 악의 세상, 공허한 인간의 세상에서 구원받고자 노력 했음을 추측해볼 수 있지만, 끝내 그는 구원받지 못하고 스스로 죽게 만든다. 희망을 가지고 건설적인 것을 시도해보려고 하지만, 끝내 초월의 세계에 도달할 수 없는 텅 빈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시의 마지막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렇게 세상은 끝난다.

이렇게 세상은 끝난다.

이렇게 세상은 끝난다.

쾅이 아니라 훌쩍거림으로.

 


여기서 쾅은 무기, 폭력, 전쟁과 같은 물리적인 힘을 상징하고, 훌쩍거림은 인간의 정서적 파괴, 고통과 회의, 무기력함과 악을 의미한다. 결국 세상은 사람들이 흔히 걱정하는 무기, 전쟁, 질병과 같은 것들이 아니라 인간의 악, 그리고 그로 인한 정서의 파괴로 종말할 것임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시의 구절은 인간의 원초적인 악의 본능에 대해 다룬 감독의 의도를 잘 표현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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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커츠를 통해 문명의 가면 속에 숨겨진 인간 내면의 악마적 성향을 그려냈다. 또한 함축에 의해 복잡해진 영화의 내용을 보강하기 위해서 T.S 엘리엇의 시를 삽입함으로써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지옥의 묵시록'의 원 제목은 'Apocalypse now'이다. 이 제목을 통해 인류의 멸망은 악이 가장 화려하게 펼쳐지는 순간, 즉 커츠가 살아 숨쉬며 세상을 지배하려던 영화의 그 시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
 

<참고문헌>
허정자, 2005, 「텅 빈 사람들」 : 악몽 혹은 비전 - "경계 상황" 속의 텅 빈 사람들
최영승, 2004 소설과 시와 영화텍스트의 연계성 - 『암흑의 오지』와 「텅 빈 사람들」 및 『지옥의 묵시록』을 중심으로

 

 

태예지.jpg

 

 

[태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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