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전쟁영화의 마스터피스, 지옥의 묵시록 上 [영화]

인간 존재가 품고 있는 어둠의 심연에 대하여
글 입력 2019.09.3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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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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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


제작연도: 1979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마틴 신, 말론 브랜도, 로버트 듀발,

프레더릭 포레스트, 앨버트 홀, 샘 바텀스,

로렌스 피시번, 데니스 호퍼

수상: 1979년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미국 영화 연구소 선정 100대 영화 중 28위(1997년)

BBC선정 미국의 위대한 영화 90위



지옥의 묵시록은 베트남 전쟁 당시의 광기의 상황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신랄히 전쟁을 비판한다. 나아가 주인공 윌라드 대위의 심정변화, 커츠 대령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인간의 도덕적, 정신적 본성의 내부 세계를 드러내고 있다.

 



역사적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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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은 시기와 전쟁 주체에 따라 1차 전쟁과 2차 전쟁으로 구분되며 이를 통틀어 인도차이나전쟁 혹은 30년 전쟁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제1차 전쟁은 1946년에서 1954년까지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를 내세운 북베트남이 프랑스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프랑스군과 치른 전쟁이며, 제2차 전쟁은 1960년부터 1975년까지 미국의 대공산주의 봉쇄 전략에 따라 미군과 미군의 비호를 받는 남베트남인들이 베트남의 공산주의 조직인 베트콩들과 치른 전쟁이다.


〈지옥의 묵시록〉은 제2차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로 전쟁의 참상을 통해 반전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 내에서는 실제로 전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았으나 미국은 베트남전에서 철수할 뜻을 몇번 내비치다가도 계속해서 북베트남과 대치 국면을 오랫동안 유지해나갔다. 그러나 결국 미국은 1973년 1월 파리평화협정에서 정전협정에 합의를 하고 남베트남 정부에 대한 지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북베트남은 1975년 초 남베트남에 대한 총공세를 벌여 그해 4월30일 사이공을 함락시키면서 항복을 얻어낸다. 이 전쟁에 미국은 55만3천여명의 군 병력을 파견했고 이중 5만8천여 명이 사망했으며, 남베트남군은 25만명 이상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전체 민간인은 200만명 이상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의 전반적 줄거리와 해석



베트남 전쟁 중 군 수뇌부로 불려간 윌라드 대위는 미군 특수부대 출신이고, 정보부 장교인 커츠 대령을 암살하라는 비밀 명령을 전달 받는다. 커츠 대령이 자신을 따르는 부하들과 함께 탈영 후, 캄보디아의 오지에서 왕국을 건설하여 반국가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장래의 참모총장감으로 평가될 만큼 엘리트였고 경력이나 근무평점도 장군 승진이 거의 확실한 인재였던 커츠 대령에 대한 의문을 품고서 윌라드 대위는 명령 수행을 시작한다.


수행 중 만난 첫 번째 부대인 킬고어 부대는 윌라드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다. 윌라드는 카드놀이를 하듯 시체에 카드를 꽂으며 카드의 숫자와 도형을 외친다. 윌라드는 킬고어 부대와 함께 목적지로 가기 위해 베트콩들의 지배지를 폭격하게 되는데, 부대원들은 헬기를 끌고 가며 바그너의 발퀴리의 행진을 틀어놓고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는 베트콩들을 조롱하고 즐긴다.

 


최고의 명장면으로 뽑히는 킬고어부대의 폭격장면

 


심지어 킬고어는 전쟁을 하러 가면서도 온통 서핑얘기만 한다. 총 소리가 들려오지만 킬고어는 저만치 떨어져 서핑얘기만 하다가 이내 바닷가로 들어간다. 킬고어 부대에게 베트남의 자유와 평화 수호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서핑과 바베큐, 그리고 '콩'들을 죽이는 '게임'이다. 살인을 더 이상 살인으로 보지 않고, 현실에 무뎌져 광기에 찬 살인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킬고어의 부대원들을 윌라드는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는 그들이 정신 이상이라고 생각하며 커츠와 킬고어가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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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상황과 서핑보드가 대비되는 모습

 


배의 연료를 얻기 위해 도착한 두 번째 부대는 환락가를 연상시킨다. 늘어져있는 고급 오토바이들, 벽에 온통 걸려있는 성적인 사진들, 어딘가 넋이 나간 채로 신나 보이는 병사들, 바니걸의 위문 공연에 광란하는 병사들. 부대원들의 눈빛들은 어딘가 풀려있는 듯 하고, 정신은 쾌락에 맡겨놓은 듯하다. 이는 폭력과 살인을 피해 쾌락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두 번째 부대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두머리 정치인들과 군인들, 즉 기득권들의 이득을 위해 명분 없는 전쟁을 하는 병사들, 그 명분에 대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행해지는 위문공연과 쾌락의 물질들, 나아가 극한의 상황에서도 자본주의의 폐해에 희생되는 군인들을 통해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되돌아보게 만든다. 또한 기득권에 의해 헛된 이념으로 끌려 다니는 병사들, 그 피해자들에 의해 또다시 성 상품화되는 여성들의 장면을 노출시키며 가해자가 피해자를 낳고 피해자가 또 다른 피해자를 낳는 기형적이고 기이한 현상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세 번째 부대 또한 괴기한 모습이다. 전장에서는 락 음악이 울려 퍼지고, 병사들은 지휘관 없이 무작정 쏴대기만 한다. 지휘관이 누구냐는 윌라드의 질문에 아무도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또한 죽은 자와 산 자를 구분하지 못하고, 적의 위치와 생사여부도 부정확하지만 무작정 허공에 쏜다.


윌라드가 임무 수행을 하면서 만난 전투에서는 항상 적의 구체적인 모습이 드러났지만 세 번째 부대의 전투에서는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목표, 명령과 질서, 이념 등 모든 것에서 벗어나 그저 눈 앞의 죽음을 두려워하고, 이를 극복해내기 위해 계속해서 발포한다. 무질서한 상황 속에서 병사들이 싸우는 것은 베트콩들, 대립되는 이념이 아니라 실체가 없는 공포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지나온 부대들을 보며 윌라드는 전쟁에 대해 천천히 되짚으며 생각한다. 그 과정 속에서 광기 넘치는 전쟁 중 미쳐버릴 수 밖에 없었던 커츠를 천천히 이해하게 된다. 윌라드가 가는 길과 겪은 일들이 커츠의 경험과 같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윌라드는 커츠를 만나게 되고, 그를 더 깊이 이해하고 탐구하며 명령에 따라 끝내 살인하게 된다.

 

 


커츠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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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츠는 수뇌부의 명령을 어기고 본인의 방식으로 항상 승리해왔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던 이중간첩을 보고 없이 독단적으로 잡은 것이 그 예시이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박수보다는 명령을 어겼다는 질타였다. 윌라드가 수뇌부에서 명령을 받는 초반 장면에서는 커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려주는데, 여기서 커츠가 느낀 군부대의 질서에 대한 분노와 권력욕 좌절에 따른 분노를 느낄 수 있다.

 


"우린 그들을 죽여야 한다. 다 태워 버려야 한다. 돼지들도 전부, 소들도, 마을도, 군인들도 전부. 그들은 날 살인마라 부른다. 우습다. 살인마가 살인마를 비난하다니. 그들은 거짓말 한다. 우린 이 거짓말쟁이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야 한다고. 그 고위직 놈들. 난 그들을 증오한다. 미치도록 증오한다."



또한 커츠는 잔혹한 전쟁을 계속해서 겪으며 정신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그의 대사들을 통해 알 수 있다.

 


"달팽이가 면도칼 위로 기어가는 것을 봤다. 이건 꿈이다 끔찍한 악몽. 아슬아슬했지만 달팽이는 살아남았다."



"우린 예방 접종을 하러 갔지. 아이들에게 말이야. 소아마비 접종을 끝낸 후 그 수용소를 떠나려는데 한 노인이 울면서 달려왔어. 차마 말은 못하면서. 다시 가 봤더니 애들은 접종해준 팔을 잘라냈더군. 통 속에 팔들이 수북했어. 그것도 조그만 팔들이. 또 기억나는 건, 난 울었어 마치 할머니처럼. 내 이빨을 몽땅 뽑아내고 싶었는데 어쩔 줄 몰랐지. 난 그 일을 절대 잊지 않을 거야."



이외에도 많은 커츠의 대사와 연출들이 그는 인간이 겪을 수 있는 모든 잔인한 행위를 경험하고 실천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커츠는 정체성의 상실과 가치관의 혼란, 인간 근본에 대한 회의, 극랄한 악에 대한 절망을 겪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삶의 의미를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공포, 혼란의 감정과 삶에 대한 깨달음이 그로 하여금 폐쇄적인 군 문화와 전쟁을 피해 그만의 왕국을 건설하기로 인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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下편에서 계속됩니다.



<참고문헌>


세계영화작품사전

: 전쟁의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 김민주,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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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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