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옛 공간들 [문화 공간]

오래된 건축물들이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다
글 입력 2019.10.1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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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의 새로운 의미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는 건축물은 그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주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효과를 빌바오 효과라 일컫는데, 이는 스페인의 소도시 빌바오의 실제 사례에서 유래한 용어이다. 빌바오는 1980년대 경제 불황으로 철강산업이 쇠퇴해 쇠락해 갔지만 1997년, 구겐하임미술관을 유치하며 관광업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인구가 40만의 도시에 매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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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의 매력은 미술관이 소장하고 전시했던 작품들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미술관의 구조는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의 진수라 불리며 오늘날 성공한 건축물의 사례를 들 때 늘 빠지지 않는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미술관의 비정형적인 외관은 미술관 전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들어 준다. 이처럼 오늘날의 건축물들은 기능뿐만 아니라 그 자체에 있어서 한결 더 풍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갖고자 한다.
 
수많은 건축물의 의미 중에서도 장기적으로 가장 가치가 있는 것은 역사의 기록일지 모르겠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건축물을 기억하고 보존하는 것은 결국 우리의 문화유산이 되어 과거를 기억하고 오래 전 새겨졌던 가치를 되살려 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과거만을 향수하고 더듬는 것은 결국 지속적인 의미를 생성하기에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 공간이 역사적으로 보존되어야 할 곳보다는 그저 생활상을 담고 있는 공간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오랜 건축물들은 허물어지고 철거되었고 그 위에는 새로운 건축물들이 지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건축물들은 일시적인 편리함, 미래적인 효용가치는 가져다 줄 수 있을지 몰라도 과거의 기억은 어떠한 것도 보존해 내지 못한다.
 
그렇다면 그 중간 지점에서 과거를 기억하는 동시에 미래를 향해 새로운 모습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바로 업사이클링, 기존의 오래된 건축물을 유지하되 새로운 역할을 부여해 색다른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다. 그 예시를 하나씩 살펴보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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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해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포착하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건물은 꽤 최근인 2008년까지 오랜 시간 동안 폐쇄적인 국군기무사령부 건물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곳은 2010년부터 4년에 걸친 공사 과정을 통해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건축가 민현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변의 북촌과 경복궁, 인왕산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였다. 이는 곧 미술관에게 국립기관의 역할에 걸맞는 새로운 가치가 부여된 셈이다. 또한 부지에 있었던 골목길을 복원하여 건축 디자인의 일부로 녹여냈다. 그리고 건축물들 사이의 조화를 위해 기존에 사용된 재료들과 같이 흙을 사용한 테라코타를 주로 사용하기도 했다.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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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본래 석유를 보관하는 5개의 탱크가 설치된 마포석유비축기지였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된 후 유휴공간으로 남게 되었다. 그러나 2013년, 시민아이디어공모를 통해 마포석유기지는 복합적 문화 공간인 ‘문화비축기지’로 탈바꿈하였다.

 

석유를 보관했던 높이 15m의 거대한 탱크들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그 역할에는 제약이 없으며, 현재 공연장과 아카이브실, 강의실, 전시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탱크들에서 해체된 내외장재로 신축한 하나의 탱크는 카페테리아와 다목적강의실, 원형회의실이 있는 커뮤니티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여느 재생건축물처럼 오래된 건축물을 새로운 건축물로 다듬은 것이 아니라 석유 탱크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곳은 방문객들에게 탱크 안이라는 공간에 대한 색다른 체험을 안겨주고 그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사용될 뿐만 아니라, 국내의 석유산업의 역사를 돌아보는 역할까지도 수행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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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관은 대한제국 주재 벨기에 영사관 건물을 개보수해 2004년에 개관하였다. 이곳은 본래 회현동에서 1905년에 준공되었으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1983년에 현재의 위치인 남현동으로 이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상업은행의 소유로 있다가 2004년에 이곳을 서울특별시에 무상임대하여 공공미술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고 이곳은 본래 화이트큐브의 정형화된 형식으로 전시가 이루어져 왔으나 2013년에 생활미술관으로 그 성격을 특성화한 이후로 복원작업을 진행하여 구 벨기에영사관의 건축적인 특성이 전시와 함께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이는 곧 장소의 특수성을 미술관을 이루는 중요 요소로 받아들이고자 한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로써 구 벨기에영사관은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안에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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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래의 용도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문화공간들은 비단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그 건축물 혹은 구조물의 기원과 역사를 더욱 널리 퍼뜨린다. 비록 본래 기능은 상실되었을지라도, 그곳들의 역사는 새롭게 품게 된 가치와 더불어 오히려 더 널리 퍼지게 되는 셈이다.
 

 

[유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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