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거리트 히긴스의 두 전쟁, 전쟁의 목격자 [도서]

매기는 그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지 못했죠. 그는 성심껏, 전력을 다했어요.
글 입력 2019.10.07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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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면서, 마거리트가 세상의 “주인공”처럼 여겨졌다. 물론 특정 인물의 전기니까, 당연히 주인공일 테지만 마거리트는 미묘하게 달랐다. 어떠냐면 전기가 아니라 소설의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매력적인 외모와 독특한 성격,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났으나 시련이 닥친다는 흔한 주인공 전개다. 태어나고 자라왔던 매기의 어린 시절을 읽어본다면 누가 봐도 ‘전기’가 아닌 허구의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 도입부라 해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주변 인물을 조사하고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일대기다. 매기의 주변 인물은 재력, 전공, 배경, 권력, 그와의 친분도 등 제각각 달랐지만, 매기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정했다. 아이러니컬하게 가장 일관된 반응을 보여준 건 매기의 외모였다. 금발, 푸른 눈의 매력적인 외모는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에게 이끌리는 첫 번째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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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얼평의 열거겠지만 책 내용에서 이러한 외모 묘사는 정말 끊임없이 나온다. 이렇게 계속해서 묘사할 정도로 매기의 업적 중에서 외모 덕을 본 경우가 많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필자는 외모는 매기 매력 중 그저 일부라고 말할 수 있다. 실제로 책 중에서도 화려한 외모에 매료됐던 사람들도 점점 더 매기 그 자체에 홀리기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매기는 독특했다. 매기는 항상, 얻기 어려운 또래 아이들의 동경을 받았다. 그렇지만 비범한 이 아이는 어른들마저 홀릴 정도로 묘한 마력이 있었다. 어린아이처럼 순진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어린아이가 내비쳤을 거라 생각하지 못하는 현안을 보였다. 게다가 당시 매우 보수적이었던 시대 상황을 살펴본다면 거의 1세기를 초월한 지금과도 맞닿아있는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지녔다. 당연히 보수적이었던 주변에서는 그를 따라가지 못해 버거워했고 말이다. 그런 비범함은 많은 경우에 독이 됐다.
 
 
매기와 그녀의 소위 더러운 수작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은 그 시대에 남성의 세계에서 여성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잊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격차가 어마어마했답니다. 여성들조차 여성의 편이 아니었죠. 여자들은 미묘한 방식으로 아주 잔인하게 굴 수 있었어요, 내가 갔던 파티에서 여성, 여자들이 '알다시피 남자들이 정말로 더 똑똑하고, 어렵고 복잡한 일들에 뛰어나잖아'라고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요. 여성에게 야심이란 그 당시에는 입에 담을 수 없는 단어였어요. 경력이란 흠잡을 데 없는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노닥거리는 것에 불과했고요.
 
매기는 그 게임이 돌아가는 방식을 알지 못했죠. 그녀는 성심껏, 전력을 다했어요.
 
- 73p
 

이러나저러나 태생부터 그릇 자체가 남달랐던 아이에게도 큰 독은, 여자라는 성별이었다. 지금에서야 그나마 담론이 본격화돼고 이야기됐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성차별은 없었다.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냐면 성차별이 너무나 당연해서 자연스러운 것처럼 취급됐다. 단순히 여자라는 이유로 받아주지 않거나 ("엥겔 킴이 그러는데 그 사람은 여자를 고용하지 않는대" - 76p) 심지어 같은 성별이어도 두둔하지 않고 견제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 물론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겠지만 -
 
게다가, 여자는 외모가 가장 큰 교양이며 스펙쯤으로 취급받았다. 여성에게 야심은 금기였고 외모와 가사 능력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나 매기에게 화려한 외모는 양날의 검이었다. 아까 말했든 눈부신 업적에 공을 보탰지만, 반대로 소위 말하는 “어그로” 천지였다. 여성에게 외모는 일종의 무기로 여겨질 정도로 중요했지만 그 여성이 야심을 갖고자 한다면 칼자루 없는 칼날을 쥔 셈이었다. 화려한 외모의 매기가 난잡한 성생활을 즐긴다거나 비도덕적으로 행동한다고 매도하고 색안경 꼈다. 어딜 가도 그런 시선은 따라다녔고 그에게 큰 걸림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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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대, 마초 문화가 만연한 미국이었다. 하나 더 얹어서 가장 그런 기색이 짙었던 극남초의 전쟁 한가운데였다. 벌써부터 숨 막힌다. 전쟁터와 군대 한가운데 서서 전쟁을 취재한다는 ‘여성’ 종군 기자다. 아무리 뛰어나고 훌륭한 업적을 세워도 마거리트는 그냥 여자였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여자라는 이유로 수십 명이 근처를 배회하며 구경했으며, 그래서 사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생활이었는데도 더러운 소문은 계속해서 불거졌다.
 
책을 읽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종군기자 매기에게 전쟁은 두 가지였다는 것. 하나는 말 그대로의 전쟁이며 다른 하나는 여성으로서의 전쟁이었다. 하지만 그는 대단했다. 여성으로서 당하는 디메릿을 벗어나기 위해 더 악착같이 때로는 야비하게 행동하기도 했다. 그를 두고 성별이나 외모 등으로 조롱했던 사람들을 역으로 조롱했다. 굳이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그의 성별이나 외모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 육체적 관계가 아니라 가벼운 눈짓이나 이런 종류의 것들 - 사실은 마거리트 성격상 비방이나 조롱에는 신경도 안 쓰고 직업정신을 발휘할 위인이었다. 매기가 취재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단한 사람이라고 여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매기의 몰두는 주변의 적들을 모조리 다 함락시켜버렸다.
 
전기를 읽으면서 그릇이 짐작됐다. 애초에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보든 상관 않았다. 제일 우선순위만 생각했고 인생 전부를 걸었다. 매기의 삶은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저널리즘, 신문, <트리뷴>, 기사 등등 그 삶은 온통 기사고 취재였다. 그의 삶에서 마주친 남자들과 열정적으로 사랑을 나누었지만, 결국 그는 기자로서의 삶을 택했다. 매기 내면에 있었던 투쟁심, 모험심, 경쟁심 등이 그를 매번 전쟁터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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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거리트의 업적을 정점으로 만들어 준 게 바로 한국 전쟁이다. 당시 좌천이라고 할 수 있는 도쿄지사로 파견되어 업무를 보다가,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전쟁이 발발한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는 전쟁 내내 목숨의 위협을 받으며 전쟁을 기록했고, 병사들과 의식주를 같이 했으며 생존하면서 취재했다. 그는 한국 전쟁 이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단숨에 그를 세계 정상에 올라선다.

 
사실 그럴듯한 이야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로 여기다가 한국 전쟁에서 콱 하고 방지턱을 지난 기분이었다. 취재 기자의 신념이 어떤들 전쟁하지 않는 나라에게 있어 전쟁은 유희거리, 승진, 특종, 상 따위의 것들이었다. 참담했던 전쟁을 다시 한번 답습한 기분이다. 한 나라를 분단했던 전쟁은, 반세기가 훨씬 지나도 흔적이 남았다. 한 나라는 이제 두 나라로 기정사실화됐다.
 
겪어보지 못한 전쟁이지만 후손으로서 참담함을 느꼈는데, 당시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끔찍했을까? 굶주림과 아사, 고통, 죽음, 생이별. 그러니까 당시 사람들은 참혹한 현실 때문에 유희거리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무나 붙잡고 전쟁을 끝내줬으면 바랐을 것이다. 염원을 이뤄줄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종군기자들이었다. 종군 기자들은 명예 등 개인의 영락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참혹한 진실을 세계에 알려 막고자 죽을 수도 있는 전쟁터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 또한 매기를 빛내주는 배경이기도 하다. 참혹함을 겪고 나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해가 상당할 터였다. 전쟁을 보도하고 얻은 명예와 재력을 누리면 될 텐데, 매기는 다시 베트남 전쟁에 뛰어든다. 필자는 이 사실이 그의 전기가 마련된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가장 위험한 곳에서 참혹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세계 평화를 위해 헌신한 마거리트 히긴스의 삶이다. 매기의 삶 전체를 비춰볼 때 평화를 이끄는 전쟁의 목격자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다.
 

 



[오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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