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적 권리, 평등한 문화예술을 위해: 문화예술은 Barrier-free한가요? (2) [문화 전반]

글 입력 2019.09.3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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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글에서 문화적 권리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장애인들이 물리적인 환경의 제약 없이 생활하도록 하는 환경을 만들어 가자는 운동)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부분 역시 배리어프리한 환경이 되어야 한다. 본래 물리적인 장벽을 제거하고자 했던 배리어프리의 범위는 점차 사회적, 문화적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특히 문화적 영역에서는 배리어프리 영화의 발달과 함께 장벽 없는 문화적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제도적으로 ‘배리어프리 영화’가 정착되면서 청각장애인의 경우 영화 속의 대사와 효과음, 배경에 삽입되는 음악의 내용을 자막으로 볼 수 있으며, 시각장애인은 인물의 행동, 표정 등의 정보들을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배리어프리 영화제 역시 존재하는데, 배리어프리영화위원회는 2011년 배리어프리영화심포지엄을 시작으로 매년 배리어프리 영화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해 8회차를 맞았다. 배리어프리 영화의 화면해설, 자막, 수어 등의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의 활동도 인상적이다. 사운드플렉스스튜디오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배리어프리 소통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영화제 출품작을 배리어프리어 버전으로 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배리어프리 영화의 접근성을 증진시키고자 한다.


연극, 뮤지컬과 같은 공연 분야에서도 배리어프리한 작품을 위한 노력들이 진행 중이다. 소셜벤처 컬쳐커넥트는 공연문화에 존재하는 언어, 장애 등의 장벽을 제거하고자 하는데, 공연 검토, 대본 작성, 콘텐츠 제작, 현장리허설, 홍보자료 배포 및 티켓 판매 등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공연을 검토한 후 자막이나 내레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시각, 청각장애인의 검수를 거치게 되고, 보다 정확하고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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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주목해서 보았던 것은 시·청각 장애인뿐만 아니라 지적·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공연 관람 계획 역시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조용히 해야 할 공간에서 소리를 낼 경우, 다른 관객들의 항의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는 물론 보호자도 문화향유가 어려운 상황인데, 미국 TDF에서 지원하는 ‘Autism Friendly Performances’는 자폐나 비슷한 증상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연극들을 조금 더 편안한 환경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구체적으로 공연 중 갑자기 큰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는 것, 자극적인 불빛을 제한하는 것, 공연 관람 중 잠시 자리를 비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것 등의 사항이 포함된다.


예술 전시 분야에서도, 배리어프리한 환경을 위한 필요성을 점점 인식하고 있다.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장애인이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소비해야 하는 비용과 시간은 오고 가는 시간과 비용, 전시회 티켓 등을 포함하여 비장애인보다 훨씬 높은 상황이다. 또한 시설적인 측면에서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경우 역시 종종 있으며, 내부적으로도 그림이 높게 걸려 있거나, 적절한 가이드가 제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인식하여, 전시 분야에서도 대안적인 시도들이 진행 중이다.


연세대학교의 두시반 프로젝트는 전시 기간을 길게 하고, 접근성이 좋은 공간에서 내부적으로도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여 배리어프리한 전시를 기획하기도 하였다. 관악구 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 역시 배리어프리 전시를 개최하고 있는데, 정기적인 촉각 명화전을 개최하는 등 기존에 존재하던 ‘만질 수 없는’ 작품들과 달리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작품들을 전시 중이다. 관객은 촉각 그림을 통해 새로운 자극과 상상의 경험을 할 수 있으며, 특히 시각장애인의 경우 작품 감상과 해석, 이해를 보다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장애인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고 예술활동을 증진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소셜벤처, 사회적 기업, 프로젝트 팀, 복지관 등 다양한 주체들은 배리어프리하지 않은 문화적 환경을 명확히 인식하였고, 각자의 방식으로 배리어프리한 문화 환경을 위한 프로젝트나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다. 필요에 의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아래서부터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 중이지만, 장애인들의 문화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사항들이 국가적으로, 제도적으로 시행될 수 있다면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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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장애인제도개선솔루션은 국립중앙박물관 등 국립 전시관람시설 속 장애별 특성을 고려한 서비스를 확충해달라고 문화체육관광부에 건의한 바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과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의거해 장애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별도 규정은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의 경우에도 기본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브로슈어나 안내 등은 아직 구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문화공간의 홈페이지에도 배리어프리한 시설에 관한 정보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곳저곳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노력들처럼, 문화활동의 주체를 당연히 비장애인으로 상정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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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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