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서울역에서 연극을 볼 수 있다고? 서계동 국립극단 극장과 연극 이야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9.08.2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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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에 연극 극장이 있어?” 내가 알바하고 있는 곳에 관해 처음 이야기를 꺼내면 대부분의 사람은 이렇게 물어본다. 나도 안내원으로 일하기 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지만, 오가는 사람들과 기차들만으로도 혼란스러운 서울역의 한구석에 두 개의 극장이 있다.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백성희장민호극장, 소극장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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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서울역’ 하면 지금은 문화역 서울 284로 개명된 옛 서울역이 존재하는 서울역의 정면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국립극단의 극장은 그 반대편인, 서울역 15번 출구 쪽에 자리 잡고 있다. 멀리서도 뚜렷하게 보이는 극장의 빨간 건물을 찾아오면 된다.

 

국립극단은 서계동 뿐만 아니라 명동에서도 극장을 운영하고 있다. 명동 좀 다녀본 사람이다. 하면 한 번쯤은 스쳐 지나갔을 만한 명동예술극장이 현재 국립극단이 운영하는 곳이다. 명동예술극장은 1층부터 3층까지, 총 558개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는 큰 극장이다. 그 때문에 명동예술극장에서는 웅장한 무대장치가 필요한 극이나, 관객들이 많이 유입될 정도로 유명한 극, 등장인물들이 많은 극이 주로 올라가곤 한다.

 

반면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과 소극장 판은 각각 182석, 100석을 보유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작은 극장이다. 그 때문에 무대 장치, 한 씬에 등장할 수 있는 인원에 제약이 있는 등 한계가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그 덕분에 큰 극장에서는 하지 않을 다양하고 실험적인 극들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실제로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그리스 비극이나 카프카의 희곡 등을 개작한 극들이 주로 올라가지만, 서계동 극장은 다양한 창작극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중에는 외국인 이주 노동자의 이야기(텍사스 고모), 중국 동포들의 이야기(뼈의 기행), 퀴어 청소년 이야기(좋아하고 있어), 노년층의 이야기(광주리를 이고 나가시네요, 또)처럼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서사가 많아 우리가 일상 속에서 볼 수 없는 인물들의 구체적인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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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의 거리가 넓지 않기 때문에 배우와 호흡을 함께 하며 극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이런 서사의 전달력을 높여준다. 큰 극장에서는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나 전체적인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앞 좌석을 제외하고는 배우들의 세세한 표정이나 호흡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서계동의 극장에서는 배우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함께 호흡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더불어 올해 서계동에서는 ‘연출의 판’을 통해 연출가들이 다양한 연출기법을 시도하고 연구해보는 공연을 진행했을 뿐만 아니라 ‘우리 원형 연극의 재발견’을 통해 한국 연극의 뿌리인 판소리와 창극을 현대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 관객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또한 신진 작가들의 희곡을 개발함과 동시에 관객의 피드백을 통해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낭독극’도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연출의 판’, ‘우리 원형 연극의 재발견’ ‘낭독극’ 등의 공연은 선 예매만 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국립극단 홈페이지를 자주 보는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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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국립극단 서계동에서 햇수로 4년 정도를 안내원으로 일했다. 서계동에 근무하기 전까지는 연극에 관심이 있어도 잘 접하지 못했는데, 안내원으로 일하며 다양한 연극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이제는 적어도 국립극단의 연극들은 꽤 좋아하게 되었다. 이런 초보 관극러이자 약 4년 동안의 안내원 경력인으로써 연극을, 특히 국립극단 연극을 더욱 잘 즐기는 팁을 알려주고 싶다.



 

01. 할인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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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에는 다양한 할인제도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건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들이 누구나 연극을 쉽게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푸른티켓’이다. 이 제도를 이용하면 12,000원에 연극을 볼 수 있다. 이외에도 국공립 공연장에서 한 공연을 보면 다른 공연이 할인되는 문화 릴레이 티켓, 문화가 있는 수요일 할인, 국가유공자, 장애인 할인, 예술인 할인 등 다양한 할인이 존재하고 있다.



 

02. 좋았던 공연이라면, 한 번 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연극 공연은 영화와 달리 약 10일에서 길어야 한 달 정도 진행하기 때문에, 공연을 두 번 보기는 꽤 쉽지 않다. 인기가 많은 공연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만약 시간이 가능하다면, 좌석이 남아 있다면, 좋았던 공연은 다른 날 한 번 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연극은 영화와 달라 그날그날 조금씩 공연의 진행이 다르다. 배우의 움직임도 다르고, 대사를 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관객석의 반응에 따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한 번 봤을 때 못 느꼈던 감정을 두 번 봤을 때 느낄 수도 있고, 극에 대한 이해도도 훨씬 높아질 것이다.



 

03. 공연장에 일찍 도착하자



공연을 관람한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공연장에 일찍 도착해서 공연장에 무엇이 있는지 둘러보는 것이 생각보다 꽤 중요할 때가 있다. 공연에 따라 다르지만, 공연장 로비에 극과 관련된 소품을 놓는 공연도 있고, 포토월 등을 만들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도 있다. 특히 서계동 국립극단은 빨간 건물과 대비되는 초록 잔디가 깔린 마당이 있어 사진 찍기에 좋고, 공연 전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또, 연극은 영화와는 달리, 공연이 시작되면 입장이 제한된다. 들어가더라도 본인 좌석으로 들어갈 수 없으며, 정해진 시간에 맞춰 들어가는 ‘지연 입장’을 통해 들어가는 공연이 많다. 이 ‘지연 입장’ 역시 관행처럼 굳어졌으나 사실은 공연이 시작하면 원칙적으로 입장이 불가함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측에서 관객의 편의를 위해 연출가들과 상의, 다른 관객들에게 가장 적게 방해가 되는 시간에 지연 입장을 진행하고 있다.


늦어서 예매한 자리에 앉지 못하거나, 아예 입장이 어려울 경우 매우 속상하니, 일찍 도착해서 미리 입장해 있자. 대기하는 도중 무대를 미리 살펴보거나 프로그램 북을 미리 살펴본다면 공연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04. 홈페이지에 자주 접속해보자



위에서 언급했듯 서계동에서는 연출의 판이나 낭독극 등의 공연을 무료로 진행할 때가 있다. 하지만 무료 공연이라고 해서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오히려 정식으로 올라가는 공연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들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더불어 국립극단 홈페이지에는 연간 일정이 올라와 있어 일 년 단위로 올라올 연극을 미리 보고 관극 계획을 세울 수도 있다. 국립극단의 연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원가입을 해서 예매가 시작되는 연극에 대한 링크를 문자로 받아보는 것도 좋다.



 

05. 배우들에게만 집중하지 말자



연극을 보러 갔는데, 연극을 진행하는 배우들에게만 집중하지 말라니, 조금 황당한 이야기일 수 있다. 하지만 연극은 배우들뿐만 아니라 많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대다. 무대는 단지 배우들의 활동을 위해 구성된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도 무대는 극의 전체적인 철학이나 미학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소품이나 극을 진행해 나가는 연출을 살펴보는 것도 극의 이해도를 높이는 방법의 하나다.


나는 이따금 극이 진행되는 도중에 관객석을 살펴보기도 한다. 물론 안내원이라면 불편을 느끼는 관객이 없는지 중간중간 체크해야 하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때때로 관객으로 연극을 관람할 때도 종종 관객석을 살펴본다. 같은 극을 보면서도 각자 다른 표정을 하고 다른 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을 보는 것도 연극을 보는 재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커튼콜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큰 재미다. 마지막에 인사만 하고 들어가는 공연들도 있지만, 재치 있게 애드리브를 한다거나, 공연의 내용을 압축해 놓은 퍼포먼스를 하는 커튼콜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커튼콜을 소개한다. 인사하고 있는 배우들 뒤의 배우들을 주목해 보자.






물론 이 팁들은 어느정도 공연 관람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고 있는 팁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몰랐었다면 지금이라도 아는 것이 꽤 유용할 점들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으로 주고 싶은 가장 중요한 팁은 연극을 보자. 라는 팁이다. 연극을 사랑해온 사람이라면 앞으로도 쭉 사랑하길, 연극에 익숙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보길 권한다.


다양한 내용으로 쏟아지는 뉴미디어콘텐츠를 내 집에서 볼 수 있는 요즘, 뭐하러 연극을 보러 돈내고 발품팔아 가야하나싶은 마음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감히 확신하건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내 앞에서 울고 웃는 배우들을 보면, 처음에는 어색할지 몰라도 디지털 화면을 사이에 두고는 느끼지 못했던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관심이 생겼어도 어떤 공연을 어디서 봐야할지 모르겠다면, 접근성 좋은 서울역에 위치하고 있는 서계동의 연극들 부터 둘러보는 건 어떨까!



[권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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