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상에 담자, 축제를 열자 - 제19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글 입력 2019.08.28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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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가 상당히 컸지만, 비디오 아트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한 설렘만 앞섰다. 하지만, 이번 페스티벌에 직접 참여한 후, 나는 비디오 아트의 가능성을 다시 볼 수 있었고, 이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타 영상예술 축제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었다.


함께 갔던 친구 역시 작품들에 감동을 하였고 우리는 영화가 끝날 때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지 못하고 많은 이들이 이 행사의 가치만큼 관심 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컸다.

<서울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에서는 영상이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와 장르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평소 내가 접하게 되는 영상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그 틀을 깰 기회도 되었다.

하지만 날짜와 장소마다 다른 영상이 상영되었기 때문에 모든 영상을 볼 수는 없었고,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상과 이 페스티벌을 통한 영상의 새로운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려 한다.



영상에 메시지를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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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티벌에 가기 전, 계획을 세울 때 장편의 영화들을 많이 골랐기 때문에, 나는 대부분을 롯데시네마에서 ‘한국구애전’을 보며 지냈다. 그중 안건형 감독의 ‘한국인을 관두는 법’이라는 장편 영상은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영상이었다.

<한국인을 관두는 법>은 SeMA-하나 미디어아트 어워드 수상작으로, 사운드, 문자, 사진, 그리고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장편 영상이었다. 한국의 100년간의 기회주의 역사를 이야기했는데, 흑백의 사진과 그 위로 강하게 울리던 내레이션은 전부 관객을 숨 막힐 정도로 집중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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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주의자와 군집, 그리고 유토피아를 꿈꾸는 사람들. 긴 역사의 흐름에 나타났던 세 가지 키워드였다. 내레이션으로 “위기는 기회다!”를 외치며 기회주의자와 군집을 비교하고, 내레이션의 사이에는 한국의 실제 역사를 인용 문구와 사진을 활용해 보여주었다.

일제강점기, 그리고 그 후의 대통령들까지, 그 속에서 군집이 어떻게 반응하고 또 기회주의자들은 어떤 기회를 활용했는지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환멸감과 두려움, 슬픔이 뒤섞인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영상은 관객을 압도했다.

각종 동상의 흑백의 사진들과 내레이션, 그리고 인용 문구와 배경음악. 영상은 그 속에서 활용 가능한 요소들을 적절히 섞어 한국의 기회주의 역사를 눈앞에서 볼 수 있게 했다. 단지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뿐 아니라, 영상을 보면서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주체적으로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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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을 관두는 법’은 보는 사람에게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영상매체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과하지 않게 활용해서 분위기 형성에 몰두했다. 영상을 본 후 오랫동안 후유증이 남았다. 이 역사를 통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영상에 삶을 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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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한국구애전’의 장편으로는, 원태웅 감독의 ‘나의 정원’이 있었다. 실제 화가의 삶을 촬영한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로, 반복적인 예술가의 삶을 담고 있었다.

함께 페스티벌에 갔던 친구는 미대를 다니는 친구였고, 그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나의 정원’을 보게 되었다. 영상은 정말 한 예술가의 삶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가족들과의 일상, 작품 활동, 그리고 전시 준비까지. 하나도 특별할 것이 없는 정말 그만의 삶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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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이 지루했다면 그의 삶이 그만큼 특별할 게 없었다는 이야기였을 테고, 그에 대해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그는 영상 속에서 삶의 공허를 느끼고 그림으로 표현한다. 다 그린 그림을 덮고 새로운 그림으로 채우곤 한다. 그의 삶은 조용했지만, 그의 내면은 시끄러웠을 것이다.

영상은 즐거움을 주고,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삶을 담아낼 수도 있다. 이를테면, 아기들의 모습을 비디오에 담는다든지, 친구와의 일과를 촬영한다든지, 우리는 모두 하나씩 삶을 담아낸 영상들이 있을 것이다. ‘나의 정원’에는 예술인의 삶이 그대로 담겨 있었고, 관객이었던 나는 한 예술인의 삶을 엿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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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의 인터뷰 시간이 있었다. 그는 실제로 반복적인 삶에 지루함을 느끼던 한 예술인이었다. 그는 다른 예술인의 삶을 촬영하며 아마도 자기 삶의 모습 역시 표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나는 일상을 담은 그런 영상이 많은 이들을 공감하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삶의 모습은 다르더라도 우리는 각자의 삶 속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비슷한 아픔을 가지게 된다. 나는 그림을 그리지 않지만, 반복적인 삶 속에서 지치고 회의를 느낄 때도 있고, 때로는 열정적으로 무언가에 임하기도 한다.

영상은 타인을 담고 있었지만, 그는 한 ‘인간’이기 때문에 우리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기도 했다. 모든 영상에 메시지가 있고, 목적이 있고, 결론이 있을 필요는 없다. 영상은 영상으로서 삶을 담아두고 순간을 저장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나의 정원’을 통해서 다시 한번 느꼈다.





메시지를 담은 영상과 삶을 담은 영상은 많이 달랐다. 그만큼 영상의 기능에는 한계가 없었고,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질 다양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종류의 영상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로 인해 영상 매체에 대한 관심과 구독자가 늘고 있지만,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 영상에 대한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진다.

영상이 가진 다양한 효과와 가능성, 그리고 상업성을 배제한 영상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찾기 쉽지 않다. 이번 페스티벌도 많은 사람들이 알기 어려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점이 아쉬웠다. 너무나 많은 영상이 있었고, 온종일 세 군데에서 동시 진행 되었기 때문에 하루 안에 전부 보기에는 힘든 행사였다. 게다가 갔던 날에는 가장 보고 싶었던 ‘덴마크 특별전’이 없었다.

<서울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취지도, 콘텐츠도 너무 좋았던 행사였다. 친구와 계속 끝나는 시간이 아쉬웠고, 다음 페스티벌 때도 꼭 오자는 얘기를 했다. 깊이 있으면서도 부담스럽지 않고, 다채로운 영상들을 만나볼 수 있던 시간이었다. 영상이 가지고 있는 매력들을 느낄 수 있었고, 비디오 아트의 가능성을 알 수 있었다.

모두가 카메라와 영상편집기를 들고 다니는 세상에서, 우리는 누구나 영상 제작자가 될 수 있다. 뉴미디어의 가능성은 무한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더 많은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업성과 오락 외에도 영상의 기능은 많다. <서울 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많은 생각을 해볼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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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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