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의 불평등을 향한 철학 - 뉴필로소퍼 7호 [도서]

조용한 혁명의 도화선이 될 잡지
글 입력 2019.08.1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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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분명히 철학 잡지인데 부동산이 주제이며 심지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제학 교수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대학에 다닌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래도 전공과목으로 경제를 공부하고 있기에 이 잡지가 기다려졌다.

나름대로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포부로 대학교에 입학해 공부하고 있지만, 아직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기에 이 잡지를 읽으며 잘 이해 가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그리고 경제와 철학에 직접적인 연결 부분이 존재할까 싶기도 했지만,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기 때문에 경제의 논리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 상황을 철학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의 분석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생각을 현실화한 이 잡지는 단순히 세계 부동산, 부의 양극화에 대해 분석한 경제적인 딱딱한 글이 아닌, 기술철학자, 다양한 언론의 편집장, 정신과 전문의, 과학전문 작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시각이 담긴 글이다. 그래서 내가 미처 바라보지 못한 현실을 깨닫게 해주었고, 생각해보지 못한 의견을 만날 수 있었고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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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웃는 남자>는 17세기 영국 귀족 사회에서 하층민이었던 그윈플렌이 영국 최고 상위 1%의 귀족이 되면서 겪는 이야기다. 나는 무엇보다 석탄과 빵 하나 구걸하는 빈자들과 영국의 땅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지역을 정복하고 자기 소유로 만들며 온갖 사치를 부리는 귀족들의 모습을 상세히 묘사한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며칠 전 이를 뮤지컬화한 작품의 상영회에 다녀와 오랜만에 보았는데 무대 위 펼쳐진 <웃는 남자> 속 사회가 모습과 형식만 다를 뿐 똑같이 유지되고 있는(더 심화되고 있는) 현재가 잔혹하게 다가왔다. 현재의 부의 불평등 상황을 분석하고 그 해결안을 제시한 토마 피케티와의 인터뷰를 포함해 현실을 냉정하게 분석한 이 잡지에 담긴 글을 읽으며 잔혹한 현재를 어떻게 하면 덜 잔혹하게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게 되었다.


모든 국가에서 엘리트 집단은 우리가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았으므로 불평등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것이 곧 능력주의라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 p.55 토마 피케티


<21세기 자본>에서 토마 피케티는 상속재산이 불평등의 핵심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속재산에 대한 상속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미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태어나보니 부자였던 대다수의 엘리트가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이 계급이 존재했던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여겨진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상속재산의 역사를 보면 이 소설에 묘사된 것처럼 계급, 신분이 있고 사유재산 제도가 존재한다. 17세기 영국, 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가며 이와 더불어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뤄간다.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라는 말처럼 풍요로움 속 빈곤이 극심해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런 모습들이 시기만 다를 뿐 다 나타났을 것이다.

사유재산이 만들어지고 점점 집안 따라 가문 따라 이 사유 재산의 크기 격차가 커져 만들어진 결과가 결국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이다. 부동산 덕분에 삶을 행복하게 꾸려가는 사람들은 부동산 때문에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굴레는 계속 반복된다.



부동산에 지배당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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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우리의 두 칸짜리 집과 작은 안뜰은 ‘개집’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는다. 그리고 이 개집에 살기 위해 세후 가계소득의 약 절반을 지출한다.

- p.43 데이먼 영


‘부동산 때문에 삶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 딱 데이먼 영이 설명한 그대로다. 개집에 살기 위해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돈을 버는 이런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를 보면 소설 속, 그러니까 역사 속 부의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굴레를 토마 피케티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했을까?


다른 나라와 역사적 시대의 경험을 살핌으로써 우리의 기본 가치에 일치하는 정책이 무엇인가에 관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 p.58 토마 피케티


사실 처음, 이 주장이 다소 회의적으로 느껴졌다. 과거의 사람들도 이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고 더구나 권력을 가진 계층들이 해결하고 싶지 않아 했기에 지금이 된 것인데,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진 현실에서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이런 의견에 그를 포함한 잡지 속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대답한다. 공동의 힘만이 할 수 있다.



공동의 힘, 첫 번째 시작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정치란 그 이상이어야 한다.

- p.58 토마 피케티


결국,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능동적인 태도라는 것이다. 시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좀 더 혁신적인 민주주의와 정부가 만들어지려면 결국,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니까 다른 나라, 다른 시대의 다양한 방식들을 배우자는 그의 말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동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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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재산을 무조건 반대할 수는 없지만 토마 피케티는 사유재산과 공공재산을 조화롭게 다뤄야 한다고 말한다. 누진적 부유세 개념도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제도로 재산이 순환되는 과정을 알게 되니 ‘부동산이 삶을 지배하는 사회’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심장 뛰기도 했다. 말 그대로 영구적인 혁명, 조용한 혁명이다.

법의 틀 안에서 국가의 경제와 관습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이 혁명이 언제쯤 다가오게 될까? 그 혁명이 일어날 수 있도록 나도 동참하고 싶다. 잡지를 읽기 전, 이해 가지 않았던 표지 속 문장 ‘조용한 혁명이 필요하다’가 내 머리에 박히게 되었다.


소유의 불평등 문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정부 정책이 없으면 오스트레일리안 드림은 집단 망상이 되고 말 것이다.

- p.65 앙드레 다오


앙드레 다오 작가도 소유의 불평등 문제를 권력을 가진 집단이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꼬집는다. 정치란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했던 토마 피케티처럼 정부에 책임을 두며, 신중히 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해결하라는 의견이다.


오늘날 재산을 소유하는 방식은 앞으로도 유효하겠지만, 그렇다고 곧장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둘러보면 주변에 보이는 것 대부분이 이미 다른 누군가의 소유물이다.

… 국가는 사회를 조율하고 자본주의 경쟁에서 뒤처진 국민 복지를 보호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앞으로 여러 난관을 헤쳐나갈 공공정책이 이 부분에서 균형을 맞춰나가야 할 것이다.

- p.69 러셀 블랙퍼드


이 러셀 블랙퍼드 철학자도 공공정책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미 개인 소유물이 더 많아진 사회이지만 이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존재는 민주주의가 만들어내는 공공정책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사람은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욕구를 실현하는 방법이 악하고 그 결과가 다른 대다수에게 큰 피해를 준다면 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국가이며 국가는 시장에 적절한 통제와 자유를 줘 어느 주체에 이익이 치우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는 누구나 동의하는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현실에서는 이루어지기가 힘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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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재산이 우리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가 우리의 재산을 소유하기 위해선 결국 사람 공동의 힘이 필요하다. 이 잡지에 나오는 전문가들이 입 모아 외치는 내용이기도 하다. 솔직히 공동의 힘으로 그 오래된 역사를 지닌 견고한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잡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시대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재산에 지배당해버린 인간의 가치를 되찾기 위한 그 첫 번째 방법이자 최소한의 방법은 공동의 힘에서 시작된다’라고 생각한다.



조용한 혁명의 도화선


왜 연 4회만 발행되는 철학 잡지가 부동산이라는 다소 딱딱해 보이는 콘텐츠를 선택했을까 궁금했다. 잡지를 읽으며 부에 잠식당한 우리의 근본적인 미덕, 인생의 가치를 생각해보며 재산 쌓기에 혈안이 되어있는 우리가 살면서 진정으로 가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돌아보았다. 그리고 잠식당한 것들을 되찾기 위해 지금 내가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한테는 이 잡지가 노력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아마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 뉴필로소퍼의 7호가 만들어진 것 아닐까? 뉴필로소퍼는 조용한 혁명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Our library’ 코너에서 이 주제와 관련된 책들을 소개하고 ‘생활 철학자’ 코너에서도 생활 철학자들의 생각과 그들이 뽑은 최고의 책을 알려준다. 나는 다양한 전문가의 글을 보면서 꼭 여기 나온 책들을 읽어보겠다고 다짐했고 저명한 사상가들의 의견을 읽고 더 그들에 관해 공부하고 싶어졌다. 다짐했던 것을 꼭 행하고 다시 잡지를 읽으면 지금 쓴 이 생각들이 매우 얕다고 느끼며 생각을 바꿀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더 나은 답과 마음을 가지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잡지는 전공을 불문하고, 배경지식의 유무를 불문하고 다른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읽고 나면 ‘소유’에 대한 철학의 매력에 빠질 것이고 ‘조용한 혁명’을 끌어내고 싶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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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필로소퍼 7호
- 일상을 철학하다 -


엮음 : 뉴필로소퍼 편집부

출간 : 바다출판사

분야
인문/철학
문예지

규격
180*245mm

쪽 수 : 164쪽

발행일
2019년 07월 05일

정가 : 15,000원

ISBN
977-2586-4760-05-93

*
《뉴필로소퍼》는
1월, 4월, 7월, 10월
연 4회 발행되는 계간지이며
광고가 없습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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