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나만 알고 싶지만, 알아주면 좋겠어 – 가수 dosii [음악]

글 입력 2019.08.04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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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알고 싶지만, 알아주면 좋겠어



‘나만 알고 싶은 가수’가 처음 생겼다.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음악을 들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본디 나만 알고 있으니 흡족하면서도 내가 느낀 음악을 함께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공존하는 게 아닌가? 대부분의 경우 이런 별명이 붙은 가수는 ‘나만’ 알지 않고 ‘모두’가 알았을 때야 나도 비로소 알게 되곤 했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 소개할 가수는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은,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dosii’라는 그룹이다. 2인조 혼성 그룹인 그들은 사운드 클라우드로 음악을 선보이다 최근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더욱 사랑을 받고 있다.


dosii를 알게 된 것은 youtube 음악 추천 채널 속에서 매일 밤 허우적거리던 지난해였다. 스트리밍 앱의 차트 상단에 위치한 음악들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늘 부족했다. 무언가 정제되어있고 일관된 패턴의 음악들. 그럴 때마다 youtube를 들어가 파도타기를 하듯 이리저리 음악을 수집했다.


사운드 클라우드의 음악이나 인디 가수의 미발매곡을 어울리는 이미지와 함께 추천해주는 채널들은 언제나 나의 새벽에 BGM을 깔아주었다. 그중 dosii의 음악은 나에게 황홀한 밤을 선사한 최고의 곡이었다.






가장 먼저 그들을 알려준 ‘lovememore.’라는 곡은 특별했다. 분명 사랑 노래다. 하지만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도시 생활의 화려함과 쓸쓸함에 찌들어 집으로 향하는 길, 뒷골목에서 터덜터덜 걸어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른다. 잔잔하고 몽환적인 멜로디가 세상살이의 씁쓸함을 수용하며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자의 담담함처럼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 곡이 더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모습이 곡으로 표현된 것 같았으니.


dosii의 음악은 나에게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그들을 계속 찾게 했다. 어느 날 동영상으로만 접하던 그들의 이름 ‘dosii’가 스트리밍 어플 속 새로 나온 음악에 등장했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은 듯 벅찬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dosii의 음악을 재생했다. ‘lovememore.’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이 앨범에 담겨있었다.


그들의 음악적 색채가 좋다. 일기장에 글을 쓰듯 노래한다고 느낀 가수들은 지금껏 많았다. 가사에 내가 일기장에 적곤 했던 고민과 외로움을 담아 공감하게 만든 사람이 많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dosii는 그중에서도 가장 민낯의 일기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항상 외롭고, 쓸쓸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기 위해 애쓰는 나의 일기장 속 모습이 멜로디와 가사에 담겨있는 것 같았다.




나의 새벽에 깔린 dosii의 음악들



dosii의 음악을 이제 막 들어보려 한다면 정규 앨범 모든 곡을 전곡 재생해보길 바란다. 각 노래마다 특징이 있고 울림이 있는 곡들이다. 그중 그들의 대표곡이 되고 있는 ‘lovememore.’ 외에도 나의 새벽 BGM이 된 곡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어느 노래들은 지극히 어둡고, 어느 노래들은 평화롭게 잔잔하지만 모두 dosii만의 정서가 묻어있다.






고열


또 추운 여름밤엔

에어컨 앞에 서서

내 머리를 식히고서


남은 밤을 보내

내 눈이 감길 때엔

새하얀 천장 아래

조금씩 빛이 고이는 게


난 또 왜 이렇게

더 바보같이

늘 너가 보면 안 될 일만

아 내 생각들이

또 너를 잔뜩

불편하게 만들겠구나


또 까만 밤이 지나면

씻은 듯 나을 아픔도

다시 밤이 오면 또

내게 돌아올 걸



고열은 이 계절과 잘 어울린다. 여름밤 집 안 홀로 누워 누군가를 생각하며 쓸쓸하게 누워있지만 그 생각을 하는 것조차 잘못된 것 같을 때, 나의 존재와 생각들이 모든 게 부끄러울 때 고열을 들으며 위로를 받는다. 곡의 후반 말하는 듯이 읊조리는 여자의 목소리는 곡의 분위기를 한층 특별하게 살려준다.



여울


그대 생각이

또 내 맘을 훑어도

아무렇지 않을게요


또 눈을 감추고

난 내 입을 막고서

아무렇지 않을게요


또 집에 오는 길

홀로 걷는 내가 또

왜 바보같이

나여야 하지


수없이 많은 밤

또 흩어질 이 생각도

날 부술만큼

아파야 하지



여울은 잔잔하고 씁쓸하다. 그대 생각이 마음을 훑어도 아무렇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슬픔이 느껴진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홀로 걷는 내 존재가 바보같고 힘들 때,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인해 내가 부서질 만큼 아플 때의 마음을 대변한다. 그런 아픈 마음과 별개로 잔잔한 멜로디는 묵묵한 위로를 준다. 마음을 덤덤하게 만든다.



starstarstar


난 저 별이 지나면

떠올릴 이름도

떠올릴 사람도


내 조그만 방 안에

잔뜩 어질러 놓은

별들이 계속 빛나서


넌 멀리

저기 저 멀리

눈부신 별 같이


널 아주 많이

생각해 다시

내 앞에 있듯이


넌 나의 별이 되고

또 내 밤에 환한 빛이 돼

지구에 끝에 서서 너가

나를 보며 웃을 때


넌 내게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다 알 것 같애

지구에 끝에 서서 우리

둘이 입을 맞추게



starstarstar는 창밖의 누군가에게 속삭이는 것 같다. 잔잔하고 크게 요동이 없는 멜로디로 일기를 쓰는 듯한데, 제목과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별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밤의 어둠과 잔잔함이 잘 녹아든 곳이다. dosii의 곡은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그 마음을 혼자 간직하고 있는 사람의 고뇌를 잘 표현한다. 그리고 그 감정들은 누구나 한 번씩 겪어봤을 것이기에 더욱 애절하고 공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 가사가 참 아름답다.




새벽과 마음을 계속 위로해주세요



‘dosii’만의 색이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잠들지 않은 새벽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람에게는 분명 저마다의 어둠이 존재한다. 산다는 것은 단맛과 쓴맛의 교차다.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매일 밤 침대에 누워 고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그 고뇌와 고민이 부끄럽고 말로 꺼내기 어려운 순간도 많을 것이다. 그게 사랑이 되었든 삶 그 자체 되었든.


음악의 힘에 대해 말하고 싶다. 누군가에게 말하기 껄끄럽던 저마다의 고민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용기를 내어 음악으로, 그들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향해 노래하고 있다면 그 자체로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내가 하던 가장 민낯의 고민이 누군가에게도 똑같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은 꽤 큰 위안이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야, 나만 부끄러운 것이 아니야.’ dosii의 곡은 위로의 힘이 있다. 그래서 나의 새벽과 마음을 밝혀주고 있다.


음악이 가진 힘을 단단히 느끼게 해준 그들이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받기를 바란다. 좋은 음악을 듣는 기쁨은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행복 중 가장 잦은 그러나 황홀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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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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