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IMPOSSIBLE IS POSIBBLE, 에릭 요한슨 사진전

06.05 - 09.15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에릭 요한슨 사진전
글 입력 2019.07.31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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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너도 아는 전시

"이 전시회 보러 갈래?"
"어?? 나 이 그림 알아!"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예술에 있어 문외한인 공대생 남자친구에게 전시회를 가자고 꼬드기고 있었다. 내가 전시회에 대해 아는 척하기도 전에, 남자친구는 전시회를 격하게(?) 반겼다. 아무래도 몇 안 되는 자신이 아는 그림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릭 요한슨. 사실 나도 그에 대해 잘 몰라서 아는 척을 할 순 없었지만, 달을 초현실적으로 무척 예쁘게 찍은 그의 사진은 익히 보아왔었다. 아마 고등학생 때 예쁜 배경화면을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하다가, 그가 찍은 달빛 사진에 반해 마구 다운을 받았던 것 같다. 살살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하고, 분위기 있는 달의 모습을 실컷 보고 싶은 마음에 얼른 향유하기 버튼을 눌렀다.



02 이것은 사진인가 합성인가



에릭 요한슨의 작품을 처음 보면, 초현실적인 연출임에도 이질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현실에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배경이기에 합성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지만, 퀄리티 낮은 CG 영화를 볼 때처럼 '앗 유치해~'라고 느껴지진 않는다. 이것은 고도의 합성기술과 수많은 레이어를 통해 얻어낸 결과인데, 실제로 그의 작업엔 평균적으로 100개에서 300개 정도의 레이어가 사용된다.

레이어의 개수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후작업까지, 그의 작업은 완성되는 데까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사진 촬영 단계에서는 짧게는 반나절부터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만 필요로 하는데, 그만큼 그가 철저한 계획을 바탕으로 촬영을 하고, 후작업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작업을 보면, 세밀한 부분까지 빠짐없이 표현되어있음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아마 촬영 전에 갖는 이러한 철저한 사전 계획과 촬영 후의 꼼꼼한 보정 작업 덕분에 그의 사진에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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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스케치부터
후보정 작업에 이르까지의 과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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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에 사용된 Volvo 포크레인 모형




03 IMPOSSIBLE IS POSIBBLE

에릭 요한슨은 'IMPOSSIBLE IS POSIBBLE'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관객들로 하여금 전시를 통해 우리를 제한하고 있던 것들로부터 조금은 벗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시를 보다 보면, 무한한 생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숲과 연결된 에스컬레이터나, 자신을 다림질하고 있는 사진을 보면, 나도 모르게 사진에 빠져들어 어떤 상황인지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요한슨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무한히 상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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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ve all, 2019>


하지만 모든 사진이 방향 없는 상상을 허용하진 않는다. <Demand & Supply, 2017>와 같은 작업은 환경파괴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어서, 지구를 깎아 아슬아슬하게 삶의 터전을 만들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Give Me Time, 2019>와 같은 작품도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시간의 압박을 느끼고, 자신을 옥죄고 있는 것들에 대한 탈출을 시도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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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and & Suppl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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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ve Me Time, 2019>



04 사진전, 합성전, 작품전?

전시를 보는 내내 남자친구와도 에릭 요한슨 '사진전'보단 '합성전'이나, '작품전'이라고 이름을 붙여야 한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도 그럴 것이, 보통 사진이라 함은, 카메라를 통해 인화한 이미지를 생각하곤 하는데, 요한슨의 작업은 단순한 '사진'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밌는 연출은 그렇다 쳐도, 300개 이상의 레이어, 이미지 합성을 거치는 작업을 과연 사진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일 수 있다. 그의 작업은 회화라고도 할 수 없고, 사진이라는 범주에서도 굉장히 애매하기 때문이다. 분명히 작가 자신의 의도를 담아 연출은 했지만, 아이디어 스케치와 촬영을 제외한 작업의 대부분의 단계에서 디지털 기술의 힘을 빌렸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점 때문에 보수적이고, 순수사진 작업을 고집하는 작가들에게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을 것 같기도 하다. 아무렴 어떤가, 눈이 즐겁고 행복한데.



05 사진을 허용하는 사진전



저번에 관람했던 피카소와 큐비즘 전과 다르게 전시장 내부에서 사진촬영이 가능해서 정말 좋았다. 사진을 사진 찍는다는 것이 뭔가 모순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여느 미술작품과 다를 것 없이 가까이서 사진을 찍고, 핸드폰에 보관하려는 것을 보면, 그의 작업 또한 합성이니, 순수한 사진이 아니니, 논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사진'이라는 장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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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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