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행]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 한걸음 : 김승민 (Kim Seungmin)

글 입력 2019.07.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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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두 종류의 사람들이 현실을 산다. 자신만의 틀을 두고 그곳을 벗어나지 않으며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과 틀에서로부터 벗어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사람. 그 어느 입장이 올바른지는 평가할 수 없다. 그저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다.

그러나 틀이라는 것은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 마련이다. 현재의 자신에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하는 그들은 어떠한 틀을 정해 놓지 않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만족감은 늘 변덕스럽기 마련인데 이것은 개인의 욕심과 크게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마음, 더 좋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 등이 섞여 만들어진 불만족은 다음 작품에서의 욕심을 불러일으킨다.

2018년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트렌디한 크루, WYBH(우주비행)에서 자주 놀림을 당하는 포지션이자 축구선수 조현우 도플갱어로 유명한 래퍼 김승민이 바로 그렇다. 자신의 노래에 애착을 쉬이 가지지 않으며 어느 한 틀에 갇혀 있지 않은 사람이 되고자 끝없이 노력하는 그는 그의 음악들로 노력을 증명해내고 있다.



[ Is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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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머물러있지 않고 여러가지 도전을 하고 있다는 점은 김승민의 1집 EP 앨범 [Island]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평소 섬을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반영된 이 앨범에는 멈블랩을 시도하거나 오토튠을 여러 노래들에서 적극적으로 사용한 흔적이 보인다. 자신의 음악적 범위를 넓혀가며 영역을 확실히 잡아가는 아티스트로서 ‘김승민’이 잘 보이는 앨범이라고도 할 수 있다.

 

[XXPLOSIVE - Live Clip] 김승민 - Island
출처 : XXCLUSIVE BLOC


타이틀 곡 <Island>는 인트로의 피아노 소리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멜로디 비트가 전체적으로 서정적이다. 그래서인지 두껍고 낮은 톤의, 오토튠이 살짝 첨가된 김승민의 소리가 더욱 돋보인다. 랩을 사랑하는만큼 멜로디를 사랑한다고 김승민이 언급했던 것처럼 그가 이번 앨범에서 얼마나 멜로디 라인에 신경 썼는지 알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래핑과 훅, 멜로디가 어우러져 힙한 느낌과 듣기에 편안함을 동시에 주기 때문에 김승민 입문으로 가장 먼저 추천하는 편이다.

멜로디, 비트가 사기이기도 하지만 피쳐링진의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우선 따마의 훅이 노래 분위기와 적합할 뿐더러 감미롭기 그지 없다. 기리보이와 김승민의 음색 사이에서 다리를 만들어주는 느낌이랄까. 기리보이 특유의 애절한 듯하면서도 담담해 보이는 목소리와 플로우 또한 마찬가지로 빛을 발한다. 아무튼 대체재를 찾기 힘든 두 사람의 피쳐링이 더해지면서 <Island>는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Switch Lanes (Feat. Coogie) (Prod. Slim Shinichi)
출처 : 김승민


아마 이 앨범에서 새로움이 잘 드러나는 곡을 꼽으라면 단연 <Switch Lanes>이다. 멈블랩을 시도해 큰 관심을 받았는데, 여기서 멈블랩이란 단어의 딜리버리에 신경쓰지 않으며 극단적으로 발음을 어그려 웅얼거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트랩 힙합의 요소이다. 외국에서도 자리 잡은지 얼마 되지 않은 시도인지라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멀블랩을 어색하게 받아들이거나 부정적인 리스너들이 많음에도 <Switch Lanes>는 스킬이나 곡 완성도에서 꽤 높은 평가를 샀다.

비트 자체가 무겁지 않아 가벼이 몸을 흔들 수 있는 분위기에 멈블링과 김승민의 목소리가 예상보다 더 잘 어울려 개인적으로 성공적인 시도가 아니었나 싶다. 중독성 또한 만만치 않아 자꾸만 흥얼거리게 되기도 한다. 게다가 성대에 오토튠이 내재되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쿠기의 감초같은 피쳐링은 빡센 랩으로 시작해 멜로디를 타며 싱잉랩으로 넘어가는데, 김승민과 쿠기 그리고 멜로디까지. 단연컨대 최고의 조합을 자랑한다. (어느 인터뷰에서 김승민은 오히려 이 곡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지금 하면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외에도 기리보이가 마음에 들어 했던 인트로 <This is Luv>로 시작해 <Not Venus>, <What’s Wrong>, <Untitled #6> 등 멜로디, 비트, 랩까지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이 보이는 곡들로 이루어진 앨범, [ISLAND]를 통해 아티스트로서 김승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Hollyw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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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래퍼에게 무기나 다름없다. 모든 사람들이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듯이 목소리 또한 얇고 두꺼움, 톤의 높낮이와 같은 차이로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가 된다. 목소리로 사람들과 만나는 아티스트들은 더욱이나 그렇다.

현재 힙합 씬에는 다양한 목소리들이 존재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보편적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목소리가 있다. 바로 낮고 두꺼운, 일명 동굴 목소리라고 불리우는 것이었다. ‘목소리가 좋다’라는 수식어가 지금까지도 이런 목소리에게 칭해지는 경우가 다수일 정도로 본능적으로 두껍고 낮은 목소리에 끌리는 듯하다. 그리고 아마 이런 목소리의 래퍼를 떠올린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공통적인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한국 힙합의 유행을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는 레이블, 일리네어 레코즈의 빈지노는 당시 특색 있으면서도 동굴 느낌의 목소리로 큰 사랑을 받았고 여전히 어떤 넘지 못할 벽으로 남아있다.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단단한 팬층을 확보한 그의 위상은 두껍고 낮은 목소리의 아티스트들이 출연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그와의 비교 선상에 오르도록 만들었다.

김승민 또한 그와의 비교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유독 낮으면서도 두꺼운, 무거운 울림통이 있는 듯한 그런 매력 있는 목소리가 그의 아주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비교로 인한 꼬리표를 떼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여러가지 시도 또한 아마 그만의 감성, 플로우, 스타일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가 아닐까 감히 예상했다.



Hollywood
출처 : 김승민


그렇게 축적되어 온 노력과 자신이 듣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결합된 결과물이 올해 4월에 발매한 싱글, <Hollywood>라고 생각한다. 외국 힙합 느낌을 물씬 담아 국내 힙합 곡에서는 듣기 힘든 독보적인 느낌을 선사하는데 조용하고 몽환적인 비트와 김승민 고유의 탄탄한 목소리가 만난 곡이다. 총성 소리나 저스디스의 치고 들어오는 벌스로 전체적으로 빡센 느낌을 전달하는 랩과 훅이 오히려 조용하면서도 공포영화와 어울릴 듯한 신비한 비트와 만나 곡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도록 만들어준다.



WYB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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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의 최근 음악 인생에서 기리보이와 우주비행을 빼놓고 말하기는 어렵다. 2017년 발매된 기리보이의 앨범 [졸업식]에서부터 존재감을 확연히 드러낸 그는 주목을 확 끄는 목소리로 단숨에 루키로 떠올랐을 뿐만 아니라 리스너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기리보이가 수장으로 있는 크루, WYBH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서 그의 이름은 더욱 수면 위로 올랐다.

[졸업식]의 수록곡인 <내가너를사랑하지않는다는것은너의망할친구들의아이디어같아>는 김승민이 피쳐링에 참여한 곡이면서도 오히려 김승민의 믹스테잎이 시초인 곡이기도 하다. 그가 사운드 클라우드에 올렸었던 곡, <Platinum Digger>을 들어보면 해당 가사가 그대로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김승민이 올렸던 믹스테잎은 지금의 그를 만들어준 기특한 곡들이다. 현재 소속되어 있는 매드클라운의 뷰티풀노이즈와 계약할 수 있었고 기리보이와의 만남, 우주비행 입단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MV] GIRIBOY(기리보이)_vv2 (Feat. Kid Milli, ChoiLB(최엘비), Kim Seungmin(김승민), Hayake)
출처 : 1theK(원더케이)


아마 우주비행을 통해 김승민의 존재와 실력을 파악한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는 우주비행 컴필레이션 앨범 등 멤버들과 다양한 곡들을 만들어내며 나름 허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중에서도 기리보이, 최엘비, 키드밀리, 하야케가 함께 참여한 <vv2>은 재즈풍의 멜로디와 조용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으로써 고상한 느낌의 비트임에도 붐뱁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부터 새롭게 다가온다. 다른 멤버들, 특히 하야케의 래핑이 인상적이기도 하지만 김승민의 톤과 속도감, 딜리버리까지 말그대로 곡을 찢었다고 봐도 무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1월에 발매된 우주비행 컴필레이션은 [KGVOVC from wybh Vol.1]은 발매 이전부터 힙합 팬들에게 큰 기대를 샀다. 드디어 컴필 앨범이라니. 힙합의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봐도 좋을 크루의 앨범이기에 기대를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승민은 한 트랙을 제외하고 모든 트랙에 참여했으며 그 중에서 더블 타이틀 곡 중 한 곡인 ‘페페로니’의 리드를 잡아 제작했다. 때문에 ‘페페로니’ 훅은 김승민 특유의 냄새가 강하게 묻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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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의 가장 큰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목소리’라고 답하겠지만 이에 대응할 만한 것은 그가 쓰는 가사이다. 평소에 욕을 잘 하지 않는 성격이라 음악에서만큼은 유난히 욕을 사용한다는 김승민은 강한 가사를 쓸 때가 많지만 달달한 맛을 전달해주기도, 가끔 멈칫하여 생각하게끔 하는 가사들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섬 너는 바다
너가 날 끌어안아
일시적인 것도 알지
이건 슬픈 것도 아냐
너만큼 화창할 순 없지만
외로울 수도 없어

- 김승민 <Island (Feat. THAMA & 기리보이) (Prod. by Dnss)>


위에 소개했던 곡, <Island>의 가사 역시 그렇다. 섬은 우리가 보았을 때 아름다운 존재지만, 섬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항상 사람이 오기를 기다릴 지도 모른다. 화려한 겉모습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를 기다리며 외로움을 속으로 삼켜내야 하는 섬의 입장을 사랑에 비유한 곡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한 김승민은 피쳐링으로 참여한 곡들에서 가사로 진가를 발휘하고는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로 노엘의 <집>과 한요한의 <12:00>을 뽑고 싶다. (매우 개인적인 견해이다)



한요한-12:00 (Feat. Swings, 김승민) (Prod.SORA)
출처 : 한요한


날 찾아와서 조각 내줘 자기야
이 조각 빼다 박은 별이 떨어지는 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말했던
너를 안은 채로 난 시간에 뒤처졌어

- 한요한 <12:00 (Feat. 스윙스&김승민)> 中

 
팬심이 다소 첨가된 것 같지만 이 벌스는 노래를 실제로 들어야 그 달콤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밤에 드라이브하면서 듣기 좋은 <12:00>의 감성적이면서도 신나는 멜로디가 가사가 전달하는 의미와 김승민의 목소리를 극대화 시켜준다고 해야 하나. 하루가 아닌 영원함을 원한다는, 냉정함은 너 앞에서 멍청해진다는 그의 가사는 연인 사이에서 느끼는 달달함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다. 한요한의 훅이 지나가고 나서 김승민 목소리로 ‘자기야’할 때 팬들의 마음은 저기 녹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엘 (NO:EL) - 집 (Prod. By dnss) (Feat. 김승민) [18'F/W]
출처 : Jeff Hwang


이 혼잡함 속에서 한참을 서서
길 잃는 것도 하지 말고 아파도 말며
길거리 싸움 한번 한적 없던 너가
냉점함을 심장 근처에 둘 이유도 절대로 없다고

내가 한 계단 올라가면 한 계단 내려와줘
우리 계단은 수평선 높고 낮음이 없잖아

- NO:EL <집 (Prod. by dnss) (Feat.김승민)> 中


어쩌면 한요한의 <12:00>과 노엘의 <집>은 사랑이라는 같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하루가 고되고 안개가 잔뜩 낀 날, 이불 안에서 듣고 싶은 <집>은 평소 위로 받고 싶을 때 자주 듣는다. 더욱이나 김승민의 벌스를 들을 때면 글쎄, 세상의 모든 나쁜 것으로부터 누군가 나를 지켜주는 기분이 괜히 들곤 한다. <12:00>로부터 행복함을 느꼈다면 <집>에서는 왠지 모를 편안함이 다가온다. 같으면서도 다른 감정을 가사로 온전히 전달하는 힘을 김승민은 가지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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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김승민은 불과 2년이 되지 않는 시간동안 빠르고 강렬한 래퍼로 자리 잡았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작업물에 쉽게 질리고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는 그이기에 향후 김승민의 음악에 대한 기대심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어떤 시도를 하던 랩 실력이 기본을 잡아주고 있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했지만 통편집의 쓴 맛을 느껴야 했던 김승민은 곧 방영이 시작될 쇼미더머니 8에 다시 모습을 비출 예정이다. 이번 시즌에서 기대되는 래퍼로도 자주 꼽히며 필자 역시 쇼미더머니를 통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질 것을 예상하여 괜히 조금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워낙 탄탄한 발성으로 음원만한 라이브 실력을 가지고 있는 아티스트이기에, 빌보드, 앨런쇼, 그래미까지 진출하고 싶다는 욕심을 내비춘 그이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김승민을 찾게 되는 날이 왔으면 한다.


이미지 출처 : 지니 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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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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