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황순원의 "소나기"가 1967년 영국의 밴드로 옮겨오면? - 뮤지컬 "리틀잭"

Preview / 뮤지컬 <리틀잭> / 2019년 7월 13일~9월 8일 / 대학로 TOM씨어터
글 입력 2019.07.19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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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으로 들으시길...^^


"민재님은 무슨 영화 제일 좋아해요?"

얼마 전, 회사 동료분께서 물었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라고 대답했다.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거, 그게 인생이야’라는 대사가 그 영화를 사랑하는 이유였다. 그 후에도 여러 영화를 말했다. <오페라의 유령>, <라라랜드>, <건축학개론> 등등… 그리고 동료분께서 말했다.

“새드 엔딩 로맨스를 좋아하시네요?”

그렇다. 미처 몰랐던 내 취향이었다. 내가 로맨스를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 중에서도 ‘안 이뤄지는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안 이뤄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이 안으로 깊어지는 그런 이야기를 나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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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은 1967년 영국, ‘리틀잭’ 밴드의 보컬 ‘잭 피셔’가 그의 뮤즈인 첫사랑 ‘줄리 해리슨’과의 추억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잭과 그의 추억 속 줄리가 동시에 무대에 자리한 채 가만가만 대사를 주고받는 식으로 극을 전개하는 액자구조의 2인극이다.

여기서 독특한 점은 이 뮤지컬이 황순원의 <소나기>를 모티프로 했다는 점이다. 그래, 죽을 때 스웨터 입혀 묻어 달라고 했던 바로 그 이야기 말이다. 뮤지컬 <리틀잭>은 <소나기> 특유의 순수하면서도 슬픈 감성과 서사를 1967년의 영국이라는 이국적인 배경에 풀어낸다.


[크기변환]2019_뮤지컬_리틀잭_공연사진_2.jpg
 

모두가 안다. <소나기>는 새드 엔딩이다. 해서 새드 엔딩 덕후인 그 애틋한 결말이 새로운 배경과 형식을 갖고 무대에서 재탄생한다는 사실에 기대가 된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된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서 말이다.

쌍천만 영화로 등극하며 한국 영화계에 전례 없는 발자취를 남긴 영화 <신과함께>는 동명의 인기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저승이라는 배경과 자홍이의 무죄를 향한 여정이라는 뼈대는 유지되었지만, 그 외의 많은 것은 ‘영화에 맞게’ 변형되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의 직업이 평범한 회사원에서 소방관으로 바뀌었다. 그 직업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특유의 볼거리(ex. <신과함께 1>의 오프닝 씬)와 갈등요소(ex. 불길 속에서 동료와 환자, 둘 중 누굴 데리고 나갈까)를 활용해 돈과 시간을 들여 소비하는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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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원작 IP를 활용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매체에 맞게’ 변형시키는 것이다. IP 고유의 매력은 유지하되 옮기고자 하는 매체만이 가진 장점과, 보는 이가 해당 매체에 기대하는 바를 고려한 재창조가 필요하다.

아직 보진 못했지만, <리틀잭>은 이를 잘 해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리틀잭>은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의 아련함이라는 <소나기> 특유의 감성에 어쿠스틱, 팝 발라드, 블루스, 하드락 등 장르를 넘나드는 넘버를 입혔다.

싱어롱을 방불케 하는 커튼콜, 그리고 앵콜 때문에 울다가도 웃는다는 후기가 많은 걸 보면 무대매너와 넘버에 대한 만족도 역시 꽤 높은 것 같다. 그 뿐일까. <리틀잭>은 1960년대 영국의 밴드라는 설정을 부가해 현대적인 감각의 무대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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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야기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른 기준을 갖고 있겠지만 난 ‘색다른’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색다름과 생경함은 다르다. 공감 가능한 정서를 토대로 배경, 기술, 캐릭터의 개성, 색감 등으로 차별화를 가한 이야기가 좋은 이야기라고 나는 생각한다.

너무나도 유명한 서사로 뮤지컬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의심과 검토가 수반되었을 것이다. 그 호기로운 시도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바란다. 뮤지컬 <리틀잭>. 보는 이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뮤지컬로 남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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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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