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짜지도 달지도 않은, 청춘담백한 노래들 [음악]

담백한 청춘같은 노래들
글 입력 2019.07.1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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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수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한자 그대로는 만물이 푸른 봄철, 국어사전의 풀이는 십대후반에서 이십 대에 걸치는 인생의 젊은 나이. 누군가는 한 여름 뙤약볕처럼 뜨거운 시간이라 할지 모르고 또 누군가는 새하얀 겨울 눈 속 벌거벗은 외로움이었다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여기 인생의 푸르른 봄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도 그 꽃샘추위를 비난하지도 않는 가수가 있다. 담담하고 담백하게 청춘에 대해 털어놓는 강백수의 노래들을 소개한다.


[크기변환]강백수 사진.jpg
 


# 24시 코인 빨래방




차가운 유리창
너머에는 그가 울고 
유리창 표면에 
그를 닮은 내가 울고 
우리에겐 눈물의 
이유가 너무 많고
세탁기는 무심하게 윙윙돌고


새벽 코인 빨래방에 앉아 울고 있는 남자를 보고 그는 눈물의 이유를 추측한다.

나 스스로가 혹은 친구들이 했을 법한 그런 뻔한 고민들. 제각기 다르지만 어딘가 비슷했던 청춘의 진한 고민들을 떠올리면 아무런 연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어쩐지 울고 있는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하지만 여전히 빨래는 돌려야 하는 상황에서도 또 다른 청춘들이 유리창 너머에서 날 바라보며 어쩐지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을 지어준다면 그나마 덜 외로울까.



# 타임머신


 

제발 저를 너무 믿고 살지 말아요
학교 때 공부는 좀 잘하겠지만
전 결국 아무짝에 쓸모없는
딴따라가 될거에요
못난 아들 용서하세요


인생의 굴곡 점이 꼭 우울과 함께 표현될 필요가 있을까. 이 노래는 그런 생각에 반대하듯 인생을 짐짓 밝은 듯 노래한다.

슬픈 음색과 쥐어짜는 가사가 아니라 이제 다 지난 일이라는 걸 아는 듯 가볍게 풀어내는 목소리를 듣다 보면 외려 가슴 한 켠이 찌르르 아파 온다. 부모님께 기대도 실망도 드리기 싫었지만 어느 쪽이던 후회는 남는 일들.

가사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로 돌아가 후회를 털어버릴 수 없는 우리에게는 눈 앞의 오늘을 살아내는 것이 과거의 눈물을 닦아내는 계기가 되어 줄지도 모른다. 10년, 20년 뒤에는 또 다르게 와 닿을 노래가 아닐는지.



# 하헌재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밴드하자고
꼬시지만 않았어도 지금 쯤 난
공부해서 취직하고 떵떵거리며 살텐데
내 인생 꼬인 거 하헌재 때문이다
내 팔자 조진 거 하헌재 때문이다


인생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누구든 탓하고 싶어진다. 내가 잘못한 게 아니고 그 사람 때문에 인생이 꼬인 거라고 말이다. 어쩌면 가벼운 탓함은 문제들에 대한 집착을 덜어주고 마음 가볍게 나아가게 해줄지 모른다.

그런 의도라면 이 노래 정도의 투정은 이롭지 않을까. 결국 친구가 꼬셔서 축제에서 공연한 것도, 힘든 길을 선택한 것도 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닌 현재라는 걸 잘 안다면 더더욱 말이다.



# 남자사람


 

오빤 언니 같아서 좋아요
오빤 언니 같아서 좋아요
너의 다리만 보고 있던
나를 그렇게 순진한 눈으로 보다가


이렇게 솔직한 노래가 또 있었던가. 친한 동생의 고민상담을 해주지만 사실 뒤로는 다른 생각을 하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웃기고도 슬프다. 노골적으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만 그 모습이 꼴 사납지 않은 건 그에게 상담하는 동생도 그도 일생에서 가장 뜨거운 한 부분을 지나고 있는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뜨거운 생각들에 누가 뭐라 할 수 있을까. 심지어 이렇게나 솔직한 모습인데 말이다.



# 아이해브어드림


 

내가 만약 천 억원이 생긴다면 
천 억원 어치 술 사먹을 거야
내가 만약 일 조원이 생긴다면
일 조원 어치 술 사먹을 거야
내가 만약 김태희랑 사귄다면
김태희 델고 술 사먹을 거야


단 몇 마디만 듣고도 바로 흥얼거릴 수 있을 만큼 단순한 멜로디와 가사의 노래다. 어떤 상황이 와도 그 결론은 ‘술’ 하나다. 그 단순함이 철이 없는 듯도 하고 패기 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가지 확실한 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단번에 대답을 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몇 분 동안은 나도 머릿속을 비우고 그 간단한 논리에 동의하게 된다는 것이다. 5분짜리 평온함이라도 좋다면 계속 흥얼거리게 될 노래.



# 벽


 

가수가 판검사를 어떻게 이겨
가수가 판검사를 어떻게 이겨
내가 장기하를 이겨도
내가 이승기를 이겨도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걸 

내가 지금부터 공부해서 
사법고시를 붙어도
널 이길 수는 없겠지
호봉이 네가 높잖아


우연히 지나치게 된 옛 애인의 학교에 걸려있는 현수막에서 마주친 잘 풀려도 너무 잘 풀린 그 사람의 소식. 이별의 순간이 어땠던 그 사람의 행복을 빌던 저주를 하던 결과적으로 내가 더 잘 되고 싶은 마음은 찌질함 그 이상의 묘함이 있다.

막상 나와는 너무 다른 세상에 있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함께 했던 과거까지 꿈이 아니었을까 싶게 어색해진다. 10cm-Fine Thank You And You?의 가사 ‘우리 옛날에 사랑을 했다니 우스워’가 이 보다 가슴에 박힐 상황이 또 있을까.




[김유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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