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70개의 아침을 상상하면 270만 년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다.
글 입력 2019.07.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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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생명체다. 의식주라는 필수 요소를 챙기던 시절에서 자기 소명의 실천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일’을 통해서 존재를 규명해왔다. 발전 과정에서 몇 차례 변화를 맞는데 이를 두고 혁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농업혁명에서 4차 산업혁명에 도래하기까지 인간은 여러 가지 직업을 만들면서 사피엔스 종족을 유지해 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주 많이 변했으나 아주 다르게 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의 직업군은 계속해서 변화생성을 반복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에서 되풀이 되곤 한다. 가령 가문의 부름을 받아 그림을 그리던 화가는 기업의 요구에 맞춰 디자인을 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웅장한 서사시를 노래하던 이야기꾼은 여전히 작가로 남아 글로 우리네 삶을 풍부하게 만든다. 직업을 부르는 이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부분만 달라졌지 어쨌거나 인간의 삶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구성된다.

 

아주 과거의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과 행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사명감보다는 당장 유지 가능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을 것이다. 물론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돈으로부터 멀어지면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류의 등장 이후 270만년 동안 인간들은 계속해서 일을 해왔다. 일하는 인간의 탄생 이후 유구한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과거, 현재, 미래라는 모호하지만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는 시간의 구분도 생겼다. 오직 인간만이 노동을 상상하고 실천하는 특성을 기준으로 하여 인간의 직업 발달사를 탐구한 책이 있다.

 

김영현 작가가 쓴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는 문명 발달에 맞춰 등장하고 사라진, 앞으로 등장하게 될 직업들에 대한 단상의 연속이다. 책에는 과거, 현재, 미래로 구분되어 70개의 직업이 등장한다. 원시인에서 시작한 직업 여행은 노인에서 마무리된다. 들어가는 말에서 작가는 아래와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이 세상이 몇몇 사람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고, 나름의 삶을 완성하고, 세상에 기여한다. 이 세계는 자신만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나아간 수억 명의 발자취로 이루어져 있다. 당신이 그들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 자신과 타인, 우리 종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으면 한다.”


 

이런 맥락에서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는 직업의 특성과 발달사를 세세하게 분석한 백과사전 형식의 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인간으로서 과거, 현재, 미래의 직업을 인문학적 시선에서 진심어린 공감으로 풀어낸다.


검투사를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검투사의 입장이 되어 그의 심정을 서술한다. 눈앞에 밀려오는 두려움과 노예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할 수밖에 없는 비참함을 생생하게 표현한다. 한 번도 마주해본 적 없던 이름 모를 검투사의 일기를 몰래 엿보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만큼 생생하게 표현한 작가의 서술에는 모든 직업 하나하나에 경의를 담고 있는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맞게 직업 소개 뒤에는 연관된 해쉬태그(#)를 제시한다. "#불가능은없다"로 우주비행사를 소개하거나, "#허무의끝에서"라는 키워드로 미래에 등장할 라이프가이드란 직업을 설명한다. 직업을 소개하는 부분이 다 그 직업을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의 입장에서 쓴 짤막한 에세이 형식이기에 이것만으로는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아서 해쉬태그를 사용했을 것이다. 하나의 직업을 다룰 때 전반부에서는 에세이를, 후반부에서는 설명을 하고 있기 공감과 이해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시간에 따른 직업의 분류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특히 과거와 현재에서 몇몇의 직업이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디서부터를 현재로 잡았는지 다소 의문이 든다. 투자자 같은 경우에는 설명 부분에 동인도 회사를 언급하고 있으며, 배우도 디오니소스 극장을 중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반면에 CEO같은 경우에는 유한양행의 유일한 박사를, 가수는 엘비스 프레슬리를 대표 인물로 설명하고 있다.


즉, 현재를 다루는 부분에서 직업 간의 시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이런 직업들은 어느 한 순간에 등장했다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이 아니며, 또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해왔던 직업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어서 서술하는 개요를 생각했다면 몇몇의 직업은 수정되거나 보다 현재에 가까운 설명을 덧붙여야 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70개의 직업을 두고 70개의 아침으로 설명하는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다. 과거, 현재, 미래라는 호흡으로 구분지어 보아도 좋지만, 목차를 보고 읽고 싶은 직업을 꼽아서 보아도 읽는 데 무리가 없다. 원시인, 철학자, 모험가, 인공장기의사 등 이 책을 통해서라면 직업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다. 내가 되어보지 못했지만, 마치 그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단번에 받을 수 있다. 흥미로운 키워드와 진심어린 마음에서 일어난 고증 중심의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인류가 걸어온 문명의 발자취를 자연스레 만나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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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 모든 인간이 된 남자 -


저자 : 김영현

출판사 : 웨일북(whalebooks)

분야
인문교양

규격
148*210

쪽 수 : 376쪽

발행일
2019년 05월 10일

정가 : 16,000원

ISBN
979-11-88248-85-8 (03900)





저자 소개


김영현

원시인이었다가 세일즈맨이었다가 로봇이 된 남자. 그는 실제로도 정체성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작가이자 기업가, 6년 차 카피라이터이자 브랜드 컨설턴트, 네이미스트를 오가는 'N잡러'다. 성격 또한 자주 바뀌어 종종 어머니에게 '다중 인격'으로 불린다. 청년 시절부터 철학, 인문, 역사, 소설, 경제에 이르기까지 3천여 권이 넘는 책을 읽는 다독가이기도 하다.

그는 매일 아침, 침대 천장에 붙어 있는 '우리는 반드시 죽는다'는 문구를 보고 집을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다른 이의 하루가 궁금했고, 결국 모든 인간이 되어 보기로 한다. 한 인간의 삶을 살아 보는 것이,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돕고 더 나은 답을 찾을 수 있는 힘을 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진심과 진실이 깃든 이야기를 사랑하며, 매일매일 운동과 명상으로 몸과 마음을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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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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