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2"에 깃든 디즈니의 새로운 도전

Wreck it Ralph!
글 입력 2019.06.2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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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eck it Ralph! 다 부셔 랄프!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 1>에서는 게임방 속 게임 기계들 안의 캐릭터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 중 ‘슈가 러시’라는 게임 속 오류 (glitch)였던 베넬로피의 레이스 침투와 랄프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먹왕 랄프 1>의 서사가 진행된다. <주먹왕 랄프 2>가 필자의 흥미를 끌었던 것은 베넬로피와 랄프가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게임방에서 벗어나 이제는 와이파이 인터넷 기반의 프로그램(유투브, 인터넷 기반 게임)으로 들어감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서 적응해나가는 서사라는 점이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많은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예쁘고 입체적인 영상미뿐만 아니라 담고 있는 메시지가 상당히 시사적이다. 특히 작년 2학기에 <종교와 영화>라는 교양 수업을 들으며 여성(공주)의 통과의례와 이데올로기적 비평의 관점에서 사회를 표현하는 방식이 흥미로워 과제인 소논문에 깊게 다루었는데, 이번 주먹왕 랄프2는 디즈니 서사가 <겨울왕국>이후로 여러 부분에서 또 한 번 진보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Slaughter race. 베넬로피는 <주먹왕 랄프 2>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이다. 디즈니가 이전까지 보여왔던 공주들의 외모와는 달리 베넬로피는 자유로운 영혼의 악동 느낌의 스타일을 <주먹왕 랄프 1,2>편에서 모두 고수하고 있다. 헝클어진 듯한 머리에 트레이닝 복에 가까운 편해 보이는 복장의 베넬로피는 디즈니 여성 주인공의 외형에 있어서 이전 공주 시리즈와의 차별점이라고 볼 수 있다.


베넬로피는 과거의 디즈니 공주들과 달리 아름답고 깨끗한 성이 아니라 어둡고 음침한, 그러나 자유롭고 틀에 박히지 않은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슬러터 레이스(살육 레이스)에 스스로 들어가겠다고 결심한다. 자신의 자유분방함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환경에 베넬로피가 스스로 찾아가 거친 레이스를 즐기는 장면은 그 자체로 박진감이 넘치기도 하나, 한편으로는 형언할 수 없는 속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전히 아름답지만, 그리고 억압적 사회에서 벗어났다고는 하지만 구속하는 성격이 강했던 <겨울왕국> 엘사의 얼음성에서 또 한걸음 나아간 <주먹왕 랄프2>만의 영화적 배경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2. 디즈니가 1980~90년대부터 애니 인종다양화의 행보를 이어 나갔는데, 이번에도 역시 칭찬할 만 했다. 슬러터 레이스 메인 캐릭터들은 보기 좋게 흑,백,황 인종으로 고르게 분배되어 있었고, 버트튜브 최고 관리자 ‘예스’ 역시 히스패닉 계열이었다. 과거의 백인중심적인 캐릭터 분배에서 벗어나 다양한 인종의 캐릭터가 영화를 이끌어가는 것 또한 이번 영화의 흐뭇한 포인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3. 브루스 링컨등 통과의례를 연구한 학자들이 여성의 통과의례 서사에서 비판한 지점은 여성의 통과의례에서 여성은 결혼을 하거나 현실에 적응하는 태도를 배움으로서 막을 내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베넬로피는 주먹왕 랄프와 러브라인이 있지도, 슈가러시에 순응하여 그곳에 정착하지 않았다. 마지막에 베넬로피 뜻대로 ‘날 것 그대로의 레이스’인 슬러터 레이스로 돌아가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였다.


4. 리차드 커니의 ‘영화 속 괴물 캐릭터 이론’에 따르면 랄프(서사 상의 괴물)는 영화 속 세계에서 언제나 타자화되는 '이방인'이다. 악하지만(wreck it Ralph-랄프의 원래 직업은 게임 안에서 건물을 부시는 악당 역할이었다.) 베넬로피와의 우정과 와이파이 세계의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그의 모습은 디즈니가 과감하게 1950년대부터 할리우드에서 이어져 내려오던 괴물서사 전통을 서서히 허물어 가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황혜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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