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오늘, 나를 위로해준 글을 버렸다

억지로 위로받는 척 하지 말고, 한 번만이라도 나를 돌아봐주기를
글 입력 2019.06.2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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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늘 고민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친구, 가족, 애인을 포함해 나와 만난 사람 모두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라고 말할 정도로 말이죠. 남들이 보기엔 멍하니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제 머릿속은 이미 난장판입니다. 이 혼란한 머릿속을 정리하려면, 저 아니면 아무도 정리 못해주거든요. 그래서 남들과 같이 있기 보다는 혼자 있는 것이 더 좋았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혼자서 하는 사색에서 얻어가는 것이 더 많았습니다.



2. 저는 이런 외톨이라서 감정 표현에 너무나도 서투릅니다.

 

제 말에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수도 있고, 감사를 표현할 줄도 모른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겠네요. 그 사람이 받았을 상처도 있겠지만, 그런 반응에 저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정말 컸습니다.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걸까?'하고서 혼자 고개를 젓곤 했죠.



3. 하지만, 그런 저 역시도 사람인가 봅니다.


기쁨과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습니다.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합니다. 알파고처럼, 수백만개의 수중 한 가지 반응을 떠올려서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남들보다 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더 잘 듣고 공감해줄 수 있습니다. 사소한 변화에는 둔감할지라도, 중대한 변화에는 그 누구보다 예민하며 주목할 줄 압니다.



4. 세상에는 사소한 화가 정말 많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며 본 사람들은 빵을 왜 3등분해야지, 4등분을 했느냐, 조각이 작아지지 않느냐 데스크에서는 자신이 바빠서 보지 못한 저희들이 보낸 공지사항을 마치 우리가 보내지 않은것 처럼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마치 자신이 대우받는 걸 즐기는 것 같습니다. 사소한 화에 당하면, 저도 스트레스가 쌓이고 힘들어서 늘 위로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외톨이라서 친구는 없고 저는 혼자 저를 위로합니다. 남들이 쓴 글을 읽으며 말이죠.



5. 위로 받는 글들을 보면, 마치 제 자신이 위로받는 듯 합니다.


"수고했어 오늘도", "너는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글을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알지 못합니다. 위로를 해주는 글을 쓰는 이들도, 결국에는 위로가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이 글을 쓰며 가장 크게 위안 받는 사람들은, 결국 글을 쓴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6. 그래서 저는 오늘, 저를 위로해줄 글을 모두 버리기로 했습니다.


위로 받은 척, 괜찮은 척 다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난, 위로받지 못했으니까. 안 괜찮으니까. 읽을 시간에, 날 한 번만이라도 더 봐주길. 봐봐, 너 지금 울고 있잖아.



7. 이제 마지막입니다.


나를 위로하는 글을 읽는 것도.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는 것도. 힘든 지금의 나에게 말을 걸어줘야 할 것은, 바로 내 마음속의 나니까. 나에게 위로 받으면 그럼 조금 사는게 괜찮아질까. 아닐지도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위로받았든 못받았든 '위로받은 척'은 안할 수 있잖아??



[배강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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