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같지만 다른 여행 - 남미히피로드

글 입력 2019.05.30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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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흥미로웠다. 이국적인 환상이 가득한 남미 여행기. 여행에 대한 내용 뿐만이 아닌 중간중간 흥미로운 역사가 함께하는 여행기. 현실이지만 현실같지 않은 소설같은 남미히피로드. 책을 읽기 시작한 후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흥미로움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같은 마추픽추, 그렇지만 다른 마추픽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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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모두 드라마같고, 영화같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작가가 페루에서 만난 브라질 여행자 가브리엘라의 에피소드였다. 그녀는 브라질리언으로 여권이 없지만 마추픽추를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브라질에서 페루 국경을 넘어왔다. 그래서 스스로를 범법자라고 칭했고, 경찰들에게 붙잡히면 당장 감방에 가둬질 것이라 말한다.


그녀는 마추픽추를 꼭 보러갈 거라 말했지만 300달러에 이르는 왕복 기차표, 교통비, 숙식비, 마추픽추 입장료까지 감당해야 할 경제적인 어려움이 이었다. 작가가 머물던 숙소 아우키하우스에는 그녀와 같이 마추픽추를 보겠다는 일념하나로 다들 다짐하듯 "돈을 다 모으면 갈거야!"라는 말을 했고, 마추픽추에 다녀올 돈이 되면 아우키하우스를 떠났다. 남은 친구들은 떠나는 친구의 복을 빌었다.


작가가 마추픽추로 떠난 날. 안개와 구름에 뒤덮인 베일을 벗고 마추픽추가 찬란한 위용을 드러냈다. 자욱한 안개가 하얀 용처럼 초록빛 계곡 밑에서 올라와 공중도시 마추픽추를 타고 넘길 수차례, 시간이 지나면서 마추픽추는 관광객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작가는 가브리엘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는 지금이 아니면 영영 마추픽추를 못 볼 것 같아 자신이 가진 전부를 털어 왔다고 말한다. 버스종점에서 걸어왔을 뿐 아니라, 셔틀버스를 타고 올라올 수 있는 오르막도 걸어왔다고 한다. 새벽부터 마추픽추에 와서 관람객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마추픽추에 남아 자신의 꿈이었던 마추픽추를 두 눈에 하염없이 담았다. "드디어 마추픽추에 왔어!"라고 외치며 감격으로 흠뻑 젖은 채 해가 기울때까지 그 곳을 떠나지 않은 것이다.



"아침부터 관광객이 왔다가 사라지는 걸 지켜봤어. 마치 슈퍼마켓 같았어.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듯 마추픽추를 사고 소비하고 떠나. 난 쉽게 이곳을 떠날 수 없었어. 마추픽추를 보기 위해 내가 가진 전부를 걸었으니까. ...(중략) 그렇지만 난 지금의 자유가 물질적 여유보다 더 좋아. 이 바위에 앉아 마추픽추를 보다가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어. 나 앞으로 계속 여행할래. 브라질로 되돌아가 여권을 만들고 다시 길을 떠날거야. 그리고 계속 지구를 여행할래."


- p.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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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의 "마치 슈퍼마켓 같았어.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듯 마추픽추를 사고 소비하고 떠나."라는 대목에 계속하여 머릿속에 맴돌았다. 시대는 발전하고, 원한다면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수 많은 여행 패키지 상품들이 만들어지고, 가비의 말처럼 여행을 마치 상품을 구매하듯 사고 소비하고 떠난다. '인생샷'이라는 단어와 SNS의 유행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방문한 나라보다는 인생샷 속의 '나'가 더 중요해졌다.


그러나 가비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마추픽추에 왔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이다. 물론 마추픽추라는 곳을 포함하여 세계의 많은 곳들이 쉬운 도전 또는 여행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같은 장소, 여행이라도 사람들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마추픽추지만 다 같은 마추픽추가 아닌 것이다."




소설같은 남미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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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계속하여 든 생각은 "어떻게 이렇게 드라마같은, 소설같은, 영화같은 일들이 일어날 수 있지?"라는 것이다.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경험하기 힘든 일들을 많이 경험했다. 모두가 진짜라고 믿기 힘들만큼 말이다. 그리고 그가 경험한 것들은 모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가 예상치 못한 만남이다. 여행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작가 소개와 본문 내용 중 "지구를 몸에 다 새기고 나면 화성으로 갈 것이다"라는 내용을 읽고 작가가 보통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렇기에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고 특별한 일들만이 가득한 여행을 한 것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은 인터뷰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나의 친구들은 한결같이 착했다. 그건 운 때문은 아니다. 상대를 선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갖고있다. 상대를 선하게 여기고 그를 대하면 그는 선한 면을 보여준다. 상대를 악하게 여기고 그를 대하면 그는 악한 면을 보여준다. 느닷없는 강도떼는 예외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가 만나는 인간은 내가 만든다. 그리고 마음의 문을 여는 폭만큼,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온다.


나는 남아메리카에서 누구를 만나든 소설에서 나온 주인공이라도 만난 것처럼 대했다. 그러면 진짜 소설 같은 일들이 벌어졌다."


- p.368



그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작가 스스로가 마음을 열고 누구를 만나도 소설에서 나온 주인공을 만난 것처럼 만났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 책은 내게 있어 판타지와 같은 책이다. 분명 작가의 경험이지만 사실성있게 다가오지 않을 만큼 독특하고, 대담하며 환상같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을 만든 것은 작가 그 자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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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을 떠나기를 원하지만 용기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남미로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작가가 겪었던 일들을 모두 경험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경험하다해도 문제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고 결국 그 여행이 어땠는지는 여행을 하는 내 자신에 따라 달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어떠한 생각과 마음, 그리고 자세를 가지고 임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도 달라진다는 것을 다시 각인시킨 것이다.


모두가 알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지금은 현생에 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용기를 내어 또 다른 세계를 보러 나가는 날 이 책을 다시 한 번 읽어보고자 한다. 지금의 기분과 생각, 느낀점들을 다시 상기시키기 위해 말이다.



[김태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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