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방랑의 꿈 - 남미히피로드

글 입력 2019.05.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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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메리카는 방랑의 대륙이다. 작가는 히피, 거리의 악사, 호보, 히치하이커, 떠돌이 명상가, 떠돌이 수공예가 등 수많은 꽃의 아이들을 만나며 같이 식사를 하고, 놀고, 여행한다. 그는 ‘장기체류 후 이동’ 방식으로 여행을 한다.


고급호텔보다는 값싼 여인숙을 가고, 남들이 위험하다고 추천하지 않는 지역에 가고, 길을 가다가 기타를 치고 있는 청년들에게 말을 걸고, 현지 사람들과 밤이 되면 함께 춤추며 그들의 삶에 온전히 스며든다. 그렇게 남아메리카를 떠돌며 전직 방랑자였거나 현직 방랑자인 사람들과 보낸 800일간의 기억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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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이런 이야기,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 가능한가?’였다.


나는 한국의 극히 일반적인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인천에서 태어나 자랐고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고등학교를 졸업해 대학교에 갔다. 살면서 타본 비행기는 5번 남짓이고 아시아를 벗어나 보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타지에 대한 두려움이 큰지 외국에서 한 학기 정도 생활하는 교환학생도 무서워서 도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생 살아온 나에게 이 책은 충격 그 자체였던 것 같다. 남미에 간다는 자체도 나에게는 큰 도전이고, ‘장기체류 후 이동’ 방식의 여행을 하며 대륙에서 몇 년 지내고 또 다른 대륙으로 몇 년 지내며 살 곳을 옮기는 것은 상상도 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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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작가는 800일을 남미에서 보내며 그곳 사람들과 노동을 해 돈도 벌고 같이 술도 마시고 이야기하고 그곳의 분위기를 자신의 몸에 새긴다. 더 놀라웠던 건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대부분이 그렇다는 점이었다. 아무런 큰 계획 없이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살고 있고 돈이 필요하다면 그 곳에서 직접 번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나로서는 상상이 도저히 되지 않는 인생이었다.


한국의 일반적인 사람들 중 한 명으로서 나는 대학을 졸업해 안정된 직장에 일자리를 얻어 생활하며 내가 좋아하는 예술공연들을 보러 다니며 힐링하고 행복한 가정을 꾸려 아이들 잘 키우고 풍족한 노후생활을 하고 죽는 삶을 꿈 꾸었다. 이보다 더 좋은 행복의 삶은 없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들은? 나의 정반대였다.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이민을 생각하는 사람, 마추픽추에 가기 위해 일하고 직접 가는 사람, 마음만 맞는다면 상관없이 한 가족이 되는 무지개 패밀리들까지.

   

솔직히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거부감이 들었다. ‘저렇게 어떻게 평생을 살아. 미래 준비도 해야지’ 이런 마음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만났다. 계속해서 읽어갈수록 ‘그들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거 아닐까, 저런 방랑이라는 걸 한 번쯤은 해보고 싶다.’라는 동경심도 생기며 그들이 부러워졌다. 진정한 자유를 즐기는 사람들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성인이 된 지 몇해 되지 않았기에 나에게 주어진 ‘자유’가 벅찰 때가 있다. 기숙사에서 살았던 고등학교 때는 정말 아침에 눈을 뜨고 잘 때까지, 아니 심지어 잘 때까지 누군가의 통제와 감시를 받았다. 기숙사 조교가 있었고, 면학 조교가 있었고, 학교에서 외출하면 불이익이 있는 것 같이 정해진 행동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 그에 따른 벌을 받았다. 그런 생활이 익숙한데 성인이 된 이후의 삶에서는 누구도 나에게 통제를 강요하거나 감시를 하지 않는다. 자유를 얻은 것이지만 이미 익숙해져 버린 자기 감시, 자기통제가 쉽게 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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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든 생각이 ‘이런 이야기, 이런 사람들이 있는 것이 가능한가?’였던 것이다. 진정한 자유를 갖고 현재를 즐기며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남미의 히피들을 보며 내가 그럴 수 없으니까 동경심이 느껴지기도 한 것 같다. 나도 그들과 친해지고 싶고 그런 여정을 만나고 싶지만 ‘내가 실제로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부정적일 것 같다. 도전할 마음은 있지만 이를 실행할 마음보다 두려움이 더 크다. 그래서 더 이 책이 끌리고 좋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노동효 작가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 나의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의 인생과 사는 모습을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거부감, 의구심이 들었고 계속 읽어나갈 때는 동경심, 부러움, 두려움이 느껴졌고 다 읽었을 때는 조금의 대리만족을 느끼며 그들을 만났던 것이 달콤한 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도 많고 자기 통제가 굉장히 센 내가 아무 것도 소유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말을 걸면 친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히피들을 만날 수 있었고 방랑을 즐길 수 있었다. 그들을 만나는 상상만으로 나도 히피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누구보다 멋진 히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의 인생을 알고 싶지만 그럴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면 좋겠다. 나도 그런 소심한 사람이지만 이 책을 통해 조금의 자유를 즐기고 내가 남미에 직접 간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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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 정한 곳 없이 이리저리 떠돌아 다닌다는 뜻의 방랑이 이렇게 좋게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정을 추구하는 위험회피적 성향을 가진 나에게 ‘방랑’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다가오게 되었다. 그리고 위험하다고만 생각했던 남아메리카를 친절한 방랑자들이 말을 건네올 것 같은 행복한 대륙으로 생각하게 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다.

 


유목민적 삶을 동경했던 보헤미안 헤르만 헤세는 <방랑>이란 수상집에서 이런 말을 했더랬다. 경계처럼 증오할 것도 경계처럼 어리석은 것도 없다고. 경계를 무시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전쟁도 봉쇄도 사라질 것이라고.


- p.131


    

많은 경계를 치며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당신은 잘 지내나요?’라고

따뜻하게 말을 건네는 책.

남미 히피 로드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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