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한 풍경에 얽힌 책과 사람 그리고 삶 -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글 입력 2019.05.21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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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책은 무슨 책일까?”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_표정훈



3.jpg
 

[PRESS]

한 풍경에 얽힌 책과 사람 그리고 삶






Prologue


여기 게으르면서 시간이 부족하다며 핑계를 대는 사람이 있다. 그의 일정은 이렇다. 아침에 한두시간 일찍 일어나서 아침에 카페로 굴러 들어가 커피를 입에 꽂고 간단한 작업을 하며 하루를 시작해서, 커피로 정신을 차린 다음에, 일하는 카페로 가서 8시간의 노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밤 9시, 늦은 저녁 먹고 씻으면 10시, 게으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빈둥거리면 하루가 끝나가는 사람. 그래서 자주 하루가 24시간의 범위를 넘어서기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


아마 그래서

요동치는 버스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


그였다. 삶이 의도치 않게 바빠지니 늘 멍 때리는 시간이라도 자신만을 위한 시간으로 사용하려는. 5월이 된 후부터 그는 연두색 책을 손에 걸치고 있었다. 11시 즈음인가, 많은 이들이 출근하기에는 늦은 시간, 그렇다고 다른 이들이 돌아다니기에는 이른 시간,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는 버스 안에 가방 하나 받쳐 놓고 책상 삼아 읽고 있었다. 집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는 햇빛은 책 읽기 좋은 조명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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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읽고 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간 그의 방에 있는 책꽂이에 꽂혀있는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면 대충 이번에도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책꽂이는 온통 작품 이야기고, 생각 이야기고 이따금씩의 상상의 이야기가 끼워져 있다. 지루한 이야기라곤 없는 매력적인 책꽂이였다. 아마 곧 그 책들 사이 그가 늘 쥐고 다니는 이 연둣빛 책도 곧 자리하겠지.


하여튼 그는 항상 가방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닌다. 언젠가는 읽겠다는 마음으로. 혹시나 빈 시간의 축복이 생긴다면 책 속의 글을 읽으며 그 축복을 누릴 수 있겠지, 라며. 사실 좀 멋들어져 보이게 과장했다. 정확히는 운 좋게 타이밍이 생기면 언제라도 책을 읽겠다는 조급함의 다짐이다. 얼른 읽어야 하는데.


아니 아니, 그러니까 그런 그가 이번에 잡은 책은 연두색이다. 지금의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내가 겨우 바라보는 수준에서 한 그의 이야기이고. 하지만 그래도 나름 그의 일정도 알고, 그의 책꽂이도 알고 있으니 꽤 그럴싸한 상상이지 않은가? 이것마저도 나의 상상일지도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그가 책을 잡기까지의 과정은 꽤나 단순했을 수도 있다. 상상해보면 이렇다. 아무리 봐도 미술 얘기만 나오면 일단 살펴보고 넘어가는 사람인지라. 늘 그랬듯이 미술 코너에서 책을 둘러본다. 제 자신이 아직 어리다고만 생각하는 그는 미술책이라기엔 처음 보는 느낌의 제목과 차분한 연둣빛의 책에 잠시 멈춘다. 책을 잡는 순간은 늘 그렇게 우연히 시작되지 않는가.


관심이 생기니 한 단계 나아가 본다. 책 소개를 살펴본다. '있을 법한', '상상'. 그는 이 단어에 잠시 고개를 기울이다가도 왠지 모를 반가움을 느꼈다. 글쎄 뭐랄까, 지금까지 미술 도서를 고를 땐 자신보다 앞서나간 완성된 생각을 찾아갔었는데, 이번에는 상상의 이야기라는 것에 발걸음을 멈춰버리고 만 것이다. 하여간 삶의 다른 반을 상상으로 살아가는 그에겐 반가웠던 소식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기회가 닿아서 그 책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고.






*



주말이 돼서야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기 전, 서로 근황을 묻는 중에 그는 “하, 저는 이번에도 해야 할 작업이 몰려서 사실 주말에도 시간이 없어요. 그래서 어제 술이나 까면서 첫 문장을 고민하고 있었죠.” 그는 한숨으로 시작해서 웃음으로 마무리한다. “하지만 술은 늘 최고의 시간을 선물하는 것 같아요.” 조용히 한 문장 덧붙인다. 그러다 “그리고 뭘 썼는지도 모를 문장을 쓰고 새벽이 끝나버렸죠”라며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내가 봤던 연둣빛의 책을 꺼낸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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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묵히 책을 보다 그가 말했다.


“가끔 놀라요”


“무엇을요?”


“책 제목이 너무 멋진 것 같아서요.” 그의 말에 다시 책 제목을 본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사실 아무것도 모른 체 제목만 봐서는 어떤 책인지 짐작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첫인상부터 어떤 책인지 생각해보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책의 제목이 이런 문장이란 게 믿기지 않아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만난 미술 관련된 책들은 다 자신이 무엇을 말하는지 제목부터 선명하게 말해왔거든요. 하지만 이 책은 제목부터 달라요.”


“그렇군요”


“제목부터 나를 상상하게 만들어요.  나의 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책. 제목을 보니 저는 제가 밤에 홀로 남는 책상 위에 마련된 작은 책꽂이를 떠올리게 되더라고요”


“이 책도 다 읽고 나면 거기에 꽂아야겠어요.” 그가 건네준 책을 잡아보니 묵직한 부드러움이 손끝을 문질렀다. 조금 더운 초여름의 날에 녹진해진 손길이 스쳐 지나가면 손자국이 흔적으로 남는 재질의 표지였다. 그리고 흔히 보지 못한 둥근 마감의 책. 표지의 작품은 처음 보는 그림이지만 단번에 누구의 그림인지 알아차렸다. 에드워드 호퍼. 과장 없이 차분한 삶의 순간, 누군가라면 늘 자신의 풍경 한 켠에 놓아두는 그 쓸쓸함의 온도가 담긴 그림. 표지의 그림 속 그녀는 (어쩌면 역시) 책을 읽고 있다. 아마 기차 안에서. 글쎄, 그렇다면 지금 내가 기억하는 풍경을 간단히 말하자면 기차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담긴 표지의 책을 버스 안에서 읽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책을 두고 여러 풍경이 중첩되는 미묘한 순간이었다.




“그해 4월 미국 뉴욕에서 버몬트 주 벌링턴행 열차에 탄 여인이 있다. 여인의 이름을 캐서린이라 해두자. (...) 풍경에도, 사람에게도 눈길을 주기 싫은 캐서린은 유일하게 뉴욕에서 들른 곳, 스트랜드 서점에서 산 〈스크라이브너 매거진〉을 펼쳐본다. 1934년 4월호. 표지에서 ‘F. Scott Fitzgerald’라는 이름을 보았기 때문이다.”


- 1부 <독서의 위안> ‘고독은 부드럽다’ 중에서




*



“이 책을 읽으면서 놀랐어요. 그러니까, 시선이 넓은 만큼 상상력은 더 단단해질 수 있다는 것을 책의 여러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거든요. 아, 그전에 이 책을 먼저 소개하자면 그림을 살펴보기 좋아하는 저자가 책이 담긴 그림에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자신의 상상력을 펼치는 이야기가 모여있는 곳이에요. 어쩌면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관심사는 온통 책인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는 그렇게 말해놓고 이 책을 더 표현할 수 있는 좋은 표현을 고민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미 충분히 좋은 표현이었던 것 같다. 그림을 이야기하지만 관심은 온통 책인 책.



“그럼 그림 속에 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책인가요?”


“그렇죠.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그렇다면요?”


“책이란 것 자체를 생각해보세요. 책이 무엇인가요? 어쩌면 한 사람의 삶의 일부가, 아니 어쩌면 그 삶 자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삶이 겹쳐져 있어요. 한 시대를 살았던 삶, 그리고 저자만의 단단한 상상력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삶이.”


“좀 다르게 얘기하면 사실과 상상이 같이 있는 책이라는 거네요?”


“그건 조금 재미없는 표현 같긴 하지만 맞는 말이기도 하네요”



그는 썩 마음에 드는 표현은 아니라는 표정을 짓다가도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고민에 빠지면 평소 입술에 손을 올리는 습관이 나왔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그는 다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림을 그린 화가의 삶, 작품 속 인물의 삶, 작품 속 책에 얽힌 누군가의 삶들, 그리고 저자의 삶, 여기에 이런 삶의 이야기들이 담긴 책을 바라보는 나의 삶이 책을 읽는 순간 겹쳐지는 것이죠. 상상인지 현실인지 모를 그 경계를 즐겁게 넘나들면서요. 아무도 모르는 이 삶들의 얽힌 빈틈을 멋진 상상력으로 채워가며 함께 살펴보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고요”



이런 대답은 요즘 생각의 화두가 ‘삶’이고 ‘존재’인 그 다운 대답이고 후기였다.



책이 등장하는 그림만을 선택해 그림과 책이라는 가장 강렬하면서도 애틋한 두 친구의 문화사를 술회한다. 표정훈 작가는 이들 그림에 깃들어 있을 법한 이야기, 화가와 그림 속 인물이 나누었을 속 깊은 대화,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의 삶의 한 자락, 그 모든 비밀을 상상력으로 풀어나가며 이 책을 완성시켰다.


- 보도자료



“그렇군요. 하긴, 이미 지나간 시간이 남긴 흔적들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그러나 분명히 존재할 삶의 틈들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항상 삶의 모든 걸 남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


“그렇죠. 제 입장에서 생각해도, 제가 이렇게 저에 대한 이야기를 남긴다 해도 몇백 년 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제 삶의 이야기가 있겠죠. 근데, 그런 저의 빈틈을 누군가 멋진 상상력으로 채워준다면, 그런 것도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가요?”


“왜냐하면, 그만큼이나 제 삶에 있었을 이야기에 대해 애정 어린 관심이 있었다는 의미가 될 테니까요. 그렇지 않은가요?”


“그렇군요. 그래요, 쉼 없이 흘러가 뒤로 자리하는 셀 수 없는 삶들 사이에서 나의 이야기에 시선을 보내준다니, 어쩌면 특별한 시선이죠”



그런 그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어쩌면 그냥 잊힐 삶과 흔적일 수도 있을 나의 지나가 버린 시간에 누군가가 그런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관심을 가져준다는 것. 물론 그 상상이라는 것이 아무렇게나 가볍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닐 테다. 그도 그런 맥락에서 상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 아닐 테고.


무엇보다 저 책,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이라는 책이 그에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었다는 것이다. 어쩌다 나도, 이 기록을 읽는 당신도 이렇게 들을 수 있게 됐고. 하지만 단순하게 상상의 이야기라는 표현만으로는 이 책이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에 대해 조금 더 궁금한 게 있어요. 단순한 상상의 이야기가 아님은 확실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상상이라는 것은 어떻게 이야기되는 건가요?”


“그림과 책은 모두 읽고, 바라보는 것이라는 작가님의 생각에서 시작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책은 읽는 것이지만 ‘책 본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림은 보는 것이지만 ‘그림을 읽는다’라고 할 때도 있다. 책과 그림은 읽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텍스트’라는 점에서 둘은 뜻밖의 친구다. 그림 속의 정체를 읽어내려 함으로써 그 두 친구의 오래된 각별한 우정을 기리고 싶었다”


- 책을 펴내며 중



“잠깐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당신이 작가님과의 공통된 부분을 공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당신의 책꽂이부터 보면 말이죠. 그림과 책을 보고 읽는 걸 좋아하지 않으신가요?”


“그렇네요. 맞아요. 사실 그런 부분은 제가 미리 생각지도 못한 부분인데, 좋은 지점을 발견하셨네요. 그런 공통점에 더 공감하면서 책을 만날 수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


“여기에서 책은 텍스트로 읽는다는 말은 이해되는데 그림이 텍스트라는 말은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요?”


“흠, 글쎄요 저도 부끄럽지만 당신의 질문에 대해 명확히 대답할 자신이 없네요. 다만 이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을 읽다 보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아니면 제가 먼저 드릴 수 있는 대답은 바로 그림과 책 앞에서 우린 모두 ‘살펴보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에요. 우리는 책을 보면서 어떤 내용이 있는지 살펴보고, 그림을 읽으면서 무엇을 그린 것인지 살펴보려 하죠. 둘 모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상상과 추측을 함께 하며 살펴본다는 것에서 닮아있어요. 여기서 살펴보려는 것을 바로 ‘텍스트’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 익숙한 표현이라면 ‘내용’이 되겠죠”


“그렇게 말해주시니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네요”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흠, 당신의 질문에 잠깐 책이 주인공인 글에 저의 생각이 너무 들어간 것 같지만.”


“늘 그랬으니까요”

“당신 글에선 늘 그래 왔으니까요”


“저를 잘 아시네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늘 리뷰를 쓰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질문과 생각이 더 많아 고민인 사람이 그였다.



“그러니까 당신이 앞서 질문한 ‘상상’이라는 것은 바로 이 살펴보려는 관심 어린 시선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거예요. 어떻게 보면 저자의 질문은 단순하고 정말 호기심 어려있어요,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한 번쯤 해봤을 질문일지도 모르죠”



책이 묘사된 그림이 적지 않다. 

그러니 한 번쯤 이런 궁금증을 품어봄 직하지 않은가?

‘그림 속 저 책은 무슨 책일까?’ 

이 책의 출발은 바로 그런 궁금증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대답은 탐서주의자답게 남달라요. 아니 그 파고드는 깊이가 다르달까요. 그림 속 인물과 책을 깊이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책에 대한 추측으로 이어지니까요.”



5. 갈 수 없는 나라.jpg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  <하녀>, 1910년


책 읽는 여성을 그린 그림의 상당수가 노동할 필요가 없는 유한 계급 여성을 묘사한 데 비해 이 그림에서는 그런 계급 여성이나 집안을 위해 일하는 여성이 책을 읽는다. 탁자 위 물건들은 하녀가 청소하고 관리해야할 물건이되 하녀의 소유물이 아니다. (중략)


하녀가 왼팔에 끼워 든 먼지떨이가 그녀의 직분을 새삼 일깨운다. 그녀에게 독서란 매일 반복되는 하녀의 일상에서 잠깐의 일탈이다. 어떤 책일까? 단서는 탁자에 놓인 물건들. 뚜껑이 있는 백자 단지, 기모노 차림새의 자기 인형, 그리고 인물과 화초 등이 묘사된 청화백자. 화가 윌리엄 맥그리거 팩스턴이 보스턴에서 활동했으니 보스턴 중상류층 집안이라 하자. 집주인은 동양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인물일 듯. (중략)


하녀는 지금 책의 다음 부분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신이 매일 고되게 치러내야 하는 일과, 빨래에 관한 부분이다.

(중략)

이사벨라 버드 비숀이 1894~1897년 사이 조선을 방문하고 1898년에 펴낸 책, <<Korea and Her Neighbours>>.영국과 미국에서 출간되어 인기를 모으며 11판까지 찍은 책이다. 


- 2부 <그녀만의 방> ‘갈 수 없는 나라’ 중에서



“인용한 부분은 이야기의 일부지만, 전체적인 책의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그림이라는 예술이 투영하는 당대의 시대가 담은 문화와 철학을 넘나들며 이어지는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그림 속에 있는 책을 상상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 될 수도 있겠네요?”


“그렇죠. 사실 그래요. 결국 그렇게 삶에 대한 이야기가 모여있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는 자신을 탐서주의자라 소개하는 저자이기 때문에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을 읽으면서 계속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그림 속의 책을 상상해봤자 얼마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상상을 할 수 있겠어요? 저자는 여러 책을 주의 깊게 살펴본 분인 만큼 그 시대의 출판 환경, 독서 문화, 그리고 그림 속 인물의 관심사 등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그림 속의 책을 상상하고 있어요. 결코 그냥 상상이 아니라는 것이죠. 정말 멋진 추리에 가까워요. 그저 허구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 단단한 상상이죠”



이러한 상상이 가능한 건 표정훈 작가의 오랜 취미와 다독의 결과. 탐서주의자로 잘 알려진 작가의 오랜 취미가 그림에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하기, 이야기에서 그림을 상상하기다. 상상의 재료는 장서 2만 권. 그의 오랜 취미와 긴 안목, 그리고 다독으로 쌓인 박학다식한 지식이 바로 이 책,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을 탄생시켰다. 어렵게 서른여덟 편을 추렸다. 시대의 흐름, 역사와 문화, 예술의 반영, 동시에 책과 그림을 논하는 인문교양에세이로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을 지켜줄 책이다.


- 보도자료



“그렇네요, 사실 저희가 그림을 보면서 그림 속의 책을 상상해봤자 당장 어떤 제목들의 나열조차 안 떠오르는 게 사실인 것 같아요. 당대에 어떤 책이 나왔는지도, 그리고 책이 어떻게 읽혔는지도 모르니까요”


“그래서 그런 부분이 이 책만의 엄청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책으로는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의 이야기를 대체할 수 없을 거란 생각마저 들었었어요. 정말 그림과 책이라는 좁은 소재에서 시작해 시대와 문화라는 방대한 이야기까지 하나의 이야기로 모두 살펴볼 수 있는 도서인 거죠”



책을 살펴보다 보면 그림도 그림이지만 저자가 추측한 그림 속에 있는 책의 내용을 인용한 것도 함께 담겨있었다. 어쩌면 한 권의 책으로 38개의 다른 책들과 그림도 함께 읽게 되는 셈이었다. 그것도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에서. 그런 다채로움에선 정말 곁에 두어도 좋은 책으로 느껴졌다.



“그저 살펴봐도 정말 많은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 책인 것 같아요. 인용되어있는 글도, 주인공인 책이 담긴 그림들도요”


“그렇죠. 그래서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책이었어요. 아마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빨리 읽었을 거예요. 결코 긴 길이가 아닌 38편의 이야기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책과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이죠. 읽다 보면 내가 읽는 것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미술 도서인지, 인문 도서인지 딱 경계가 정의되지 않아요. 독자인 우리에게 여러 느낌을 안겨주고 있는 거죠. 이런 부분을 풍성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이 우리에게 안겨주는 내용들이”






Epilogue


4. 생명과 죽음의 본응, 그리고 이야기(1).jpg
빈센트 반 고흐, <석고상, 장미꽃, 소설 두 권이 있는 정물>, 1887년


고흐가 극도로 침체될 때마다 삶을 위로해주고 힘을 준 것은 소설이었다. 이방인으로서 타국을 떠돌던 시기 고흐에게, 극히 제한된 범위의 친교에 머무르며 사실상 사회와 단절될 때가 많았던 고흐에게 책은 세상과 자신을 이어주는 다리였다.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 사회 현실을 그에게 알려준 것도 소설이었다. 소설을 통하여 동시대와 호흡했던 그가 말한다. ‘우리는 읽을 줄 알잖아. 그러니 읽어야지.’

- 3부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  '생명과 죽음의 본능. 그리고 이야기' 중


표정훈 작가는 책의 앞장에서 곁에 책이 있다면, 혼자이되 외롭지 않다고 밝혔다. (중략)


그림 가까이에서 만나는 읽는 자들의 이야기, 그 읽는 자들이 들려주는 ‘읽는 기쁨’이 이제 이 책을 읽고, 또 보려는 독자에게 행복의 충격으로 이어지기를. 고요한 밤, 낮은 조도의 조명 아래 이 책 한 권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만해지기를 마땅히 바라는 마음이다.


- 보도자료



“조금씩 대화를 마무리해가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당신의 이야기와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보고 들으며 느낀 것은, 이 책이 당신에겐 특별하고 즐거운 경험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에요. 앞서도 얘기했지만 지금까지 미술 도서도, 상상의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도 찾아 읽던 당신이었고,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색다르면서도 결코 단순하지 않은 깊이를 유지하며 그림을 읽으며 펼쳐지는 상상이 이어지고 있으니까요.”


“맞아요. 한 그림을 두고, 그리고 수많은 그림들 중 책이 있는 그림을 두고, 책을 추측하며 이어지는 그 시대의 이야기를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그것도 38개나 되는 그림과 이야기를 두고요.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끌어당김이었거든요. 사실 그림 속 책을 살펴본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관점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 책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이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당신은 늘 자신이 읽은 책을 소개하고 리뷰하는 글에서 어떤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지 남기곤 했어요.”


“질문하지 않아도 어떤 대답을 원하시는지 알 것 같아요. 어디서부터 말하면 좋을까요. 사실 책의 제목이 이미 누구에게 추천하는지 말하고 있어요.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혼자 조용한 시간을 보낼 때 조금 적적하고 무엇인가 해보고 싶을 때 읽어도 좋은 책이에요. 이 책은 정말 풍성하거든요.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책이에요. 겉으로는 작고 잔잔해 보여도 여러 삶의 모습이 어우러져 있어요. 결국 그림이라는 작품도, 책이라는 한 권의 이야기도 삶을 드러내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조금 구체적으로 말해보자면, 어떤 한 주제에만 집중하고 있는 책 말고 조금 다채로운 이야기를 한 권으로 만나볼 수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신다면 이 책을 잡아도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저는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었지만, 그래도 정말 좋은 책이었어요. 왜냐하면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은 무엇인가를 어렵게 이야기하려 하지 않고, 부담스러운 길이의 글이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주제 자체가 흥미롭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홀로 있으나 책이 곁에 있기에 외롭지 않다는 그 말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러니까, 누구나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혹시 밤에 책을 읽기를 좋아하신다거나, 어디 좋아하는 곳에서 여유롭게 읽을 책을 고민하고 있으시다면, 이 책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 리뷰의 마무리는 어떻게 할까요?”



“밤이다. 구석방에 홀로 있다. 

그런 당신 곁에 책이 있다. 

혼자이되 외롭지 않으리라.” 



“흠, 책이 주인공인 대화인 만큼, 이 책을 쓴 저자의 말과 함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사실 정말 와닿았었거든요, 혼자 있음에도 책이 곁에 있기에 외롭지 않다는 말. 이런 말을 할 수 있음은, 책을 단순히 어떤 기록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에서 감정과 사색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는 것일 테니까요. 정말 책을 사랑하는 분이야말로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이 말 때문에 지금까지 읽은 책에 대한 생각이 새롭게 전환되는 것만 같았어요.


그리고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을 읽으면서, 책과 함께 남겨진 인물의 그림을 함께 마주하면서 그 말이 와닿는 지점이 더 가까워졌어요. 사실 저도 제 스스로가 책을 읽는 풍경을 직접 바라보지 못해서 그렇지, 저 또한 책을 곁에 두고 읽으면서 책과 사람이 함께하는 풍경을 만들고 있는 거잖아요? 어쩌면 우리 모두 이런 풍경 속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이 책 속의 이야기들과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순간이 이루어질 수 있던 것 같아요. 모두 자신의 삶의 풍경에서 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는 것에서요. 그리고 사실 제가 당신을 이번에 부른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해요. 당신 입장에서 이 책을 읽고 있는 저의 풍경을 보고, 또 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다시 말해주기를 바랐어요. 덕분에 프롤로그가 책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길어질까 봐 걱정 좀 하셨겠지만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요. 그리고, 예, 고민은 좀 많이 했었어요. 전혀 다른 방식의 리뷰이기도 하고, 아, 그리고 사실 늘 리뷰에는 독자 누군가로서 당신의 이야기가 늘 들어가던 당신이었잖아요. 그리고 사실 제가 책을 읽는 누군가의 모습을 풍경으로서 바라보려는 것조차 처음이었거든요. 하지만 당신이 읽은 이 책만큼이나 새로운 기록, 혹은 리뷰가 남겨질 것 같아요. 좋은 시간이었네요”


“고마움은 아마 이 책에 전해야겠죠.”


“그러게요. 이 글의 모든 시작과 마무리에 함께 해준 책.”



별말 없어도 이 대화가 끝나간다는 것을 서로 직감하다 침묵의 어색함에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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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생각해봐도, 삶 속에 있는 책과, 그 풍경 속의 사람. 그리고 그 풍경을 그린 사람과 그것이 담긴 작품. 꽤나 복잡하지만 결국 단순한 결과물로 보이는 책과 그림을 마주하면서 만날 수 있는 것이 하나의 거대한 세계라니, 너무 매력적이지 않아요?”



삶 속에 있는 책과...그 풍경 속의 사람...풍경..작품..잠시만요. 방심하던 내가 적기도 전에 그의 말은 흘러가 버렸다. 그는 적지 않아도 된다며 나를 말린다. 책 하나를 만나서 일어난 시간과 만남은 그렇게 마무리 지어져 갔다. 아니지. 글을 보는 누군가들을 통해 곧 마무리되겠지.라며 여운처럼 남은 이런저런 생각을 글 마지막에 남겨본다.






[도서 정보]


탐서주의자 표정훈,
그림 속 책을 탐하다



혼자 남은 밤, 당신 곁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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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표정훈

쪽 수
292쪽

가격
15,800원

분야
인문 - 인문 일반/인문교양에세이
예술 - 미술

발행일
2019년 4월 28일

출판사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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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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