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콘서트

클래식 초보도 즐길 수 있는 공연
글 입력 2019.05.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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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콘서트

일시 : 2019년 5월 1일
장소 : 롯데콘서트홀





지난 5월 1일, 바딤 콜로덴코 & 알레나 바에바 콘서트를 다녀왔다. 난 평소 클래식보단 가요를 즐겨듣고, 클래식 공연을 보러 다니는 편이 아니다. 그러나 아트인사이트의 문화초대로 선뜻 클래식 공연을 보겠다 다짐했던 건, 클래식 공연을 처음 듣는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는 코멘트를 보고 나서였다. 우연의 끌림이었을까. 기분 좋은 설렘을 안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클래식 콘서트를 관람한 건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다니던 대학교에서 진행했던 정기 문화공연이었다. 해외에서 콩쿠르를 휩쓸었다는 되게 유명한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오셔서 공연했던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그날 굉장히 피곤했기에 조금 졸았다. 그날따라 연주했던 곡이 잔잔했던 탓도 있었다.

그랬던 경험 덕분인지 이번 콘서트에서도 또 졸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했다. 내게 클래식 콘서트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관람하는 공연’이라는 이미지가 박혀서인지 괜히 그 사이에서 기죽고 싶지 않았다.

비전공자이고, 클래식에 대해 정보가 거의 없는 내가 하는 리뷰는 정밀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느낀 대로 말하자면, 바딤 콜로덴코와 알레나 바에바의 연주는 조금 새로웠다. 클래식 공연을 자주 봤던 사람에게는 물론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클래식 공연이 이번으로 두 번째인 나에게는 굉장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른 나라도 그런 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어릴 때 교육 목적으로 피아노를 배운다. 그러니 가장 가깝고, 친숙한 악기가 피아노라고 봐도 문제없을 것이다. 나 또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무려 7년간이나 피아노를 배웠다. 그러나 난 손가락에 힘이 없어 울림이 큰 곡을 잘 연주하지 못했다. 대신 나의 강점을 살려 선율이 부드러운 곡을 연주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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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딤 콜로덴코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는 손가락의 힘을 자유자재로 쓰며 곡을 연주했다. 물론 뛰어난 피아니스트이기에 손가락의 힘 조절은 당연하겠지만, 여기서 내가 느꼈던 것은 디테일이었다. 소리가 작게 나는 부분이 훨씬 매력적으로 들렸는데, 그 부분에서 연주자가 호흡을 조절하며 굉장히 천천히, 또는 빠르지만 세지 않게 건반을 누르는 게 느껴졌다. 대부분 잔잔한 곡들의 향연이었는데도 땀을 잔뜩 흘리는 연주자를 보고 경외심이 들었다.

빠른 곡을 연주할 땐 감상에 젖기보단 과연 저게 사람이 칠 수 있는 속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피아노를 연주해봤으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빠르기도 빨랐지만 정확했고, 묵직하게 감정이 실렸으며, 굉장히 섬세했다. 부드러우면서 정확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인터미션 후 2부가 시작되고, 바에바가 등장했다. 노란빛 금색을 띤 그의 드레스가 상당히 잘 어울렸다. 그리고 둘의 듀오 공연이 시작되었고, 그의 드레스가 그와 더욱 잘 어우러져 보였다. 강렬하고도 반짝이는 연주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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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나 바에바 바이올리니스트


사실 나는 어릴 적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도 배운 적이 있다. 약 2~3년간 배웠었던 것 같은데, 사실 나는 바이올린에는 재능이 없었다. 피아노는 뭐 그럭저럭 치는 정도였지만, 바이올린은 영 컨트롤이 어려운 악기였다. 분명히 같은 음을 짚어도 내 손의 힘과 빼는 길이에 따라 듣기에 너무도 달라지는 악기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바이올린을 하면서 ‘나는 현악기에 재능이 없다’라는 말을 농담으로 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피아니스트보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더 신기하다. 누가 더 낫다거나 하는 비교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열망이 더 크다는 소리다. 바딤 콜로덴코의 연주가 머릿속에서 음표들이 유영하는 느낌이라면 바에바의 연주는 음표가 하나하나 귀에 꽂히는 느낌이었다. 바이올린이 사실 비올라나 첼로에 비해 얇은 소리를 내는 악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확한 음정과 길이를 지닌 그의 음표들은 그만이 낼 수 있는 소리였다. 그가 사용해 온 악기와 그의 손가락과 호흡이 합쳐져 만들어낸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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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피아노와 바이올린 듀오 공연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함께 연주를 하면 분명 어느 한 악기의 소리가 더 귀에 들어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그리고 아마도 그 악기가 바이올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바딤 콜로덴코와 바에바의 듀오 공연을 보고 난 후, 그것은 나의 안일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훌륭한 연주자 둘이 각각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연주하면, 서로의 악기를 더 살려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결국 두 악기 모두가 빛나게 되고, 화음이 잘 어우러진 멋진 연주가 탄생한다.

이번 클래식 공연으로 인해 제대로 된 클래식을 접한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 알아갈 클래식에 대해 괜시리 두근거리고, 내가 알지 못한 클래식의 즐거움이 얼마나 무궁무진할지 기대가 된다. 바딤 콜로덴코와 바에바의 연주는 아마 오래오래 내 머릿속에, 귓속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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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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