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바쁠 때 죄책감 없이 즐기는 문화생활 [문화전반]

글 입력 2019.04.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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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일 때는 시험 기간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스마트폰 사용을 아주 차단해두었는데, 대학교에 오니 팀 프로젝트 때문에 팀원들과 연락해야 하는 경우도 많고, 가끔 시험 족보가 올라오는 커뮤니티 사이트를 이용해야 해서 자꾸만 스마트폰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그리고 차단해봤자 공부에 결코 집중할 수 없다는 것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1시간 공부-10분 휴식을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시험 기간을 맞아 수많은 학생, 수험생들, 업무에 시달리는 직장인까지, 짧은 휴식시간 동안 죄책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을 소개한다.




‘북튜버’ <겨울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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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서점


사실상 이번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채널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북튜버’는 ‘book’과 ‘유튜버’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책을 소개하는 것을 주 콘텐츠로 하는 이 채널의 영상은 보고 있으면 재미와 교양을 함께 쌓을 수 있다.


뒤의 항목에서 밝혀질 테지만, 나는 인터넷 서점 및 오프라인 서점과 문구점에서 다양한 ‘굿즈’를 사는 것도 하나의 취미생활로 즐기고 있다. 그런데 이 채널에서는 책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데 필요한 다양한 문구류나 서점의 ‘굿즈’들을 소개하는 영상도 있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시대다. 어떤 정보를 습득하고자 책을 읽는 것은 비효율적인 일이다. 대신 책을 읽고 사유하고, 책과 소통하며 내 생각을 정립해 나가는 훈련은 정보의 홍수에서 매우 중요하다. 철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김겨울’ 유튜버가 따뜻하고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자신만의 감상을 듣다 보면 어느새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문구류 쇼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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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PC를 구매한 후로, 필기도구로 필기할 일이 줄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학생이 교수님의 말씀을 전부 받아적기 위해, 혹은 수업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손 필기보다는 자판을 사용하는 필기를 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시험공부를 할 때는 꼭 손글씨를 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억을 주입할 때와 인출할 때의 맥락이 비슷할수록, 더 많은 정보를 인출할 수 있다는 ‘맥락효과’ 때문이다. 예를 들면, 술을 마신 상태로 공부한다면 술을 마셨을 때 기억한 내용을 인출하기 쉽다는 것이다. 문과대학이라는 특성상 나는 손으로 암기한 것을 쓰는 에세이 형식의 시험을 보는데, 그래서 글을 쓰면서 암기를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두 번째는 어느 논문에서 읽었던 내용인데, 수업시간에 손으로 필기했을 때 노트북으로 필기한 것보다 많은 내용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손으로 필기를 할 때 손의 속도가 수업의 모든 내용을 쓸 수 있을 만큼 빠르지 않아서, 머릿속에서 즉시 수업의 내용을 어느 정도 요약하고 재조직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노트북으로 필기할 때보다 사고의 과정을 한 단계 더 거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시험공부는 수업을 다 들은 후 노트북에 쓴 것을 손으로 옮겨 적는 방식으로 하기는 하지만, 손으로 공부하면 수업 내용을 사유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보다 손으로 쓰면서 나의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여전히 손으로 글씨를 쓰기 때문에, 필기구를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험공부를 하다 지치면 잠깐 학교 근처의 문구점에 들러 형광펜을 사거나, 새로 나온 샤프는 없는지, 귀여운 포스트잇은 없는지 기웃거리는데, 이것이야말로 ‘소확행’이 아닐 수 없다.




'서늘한 여름밤'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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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여름밤,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눈앞에 닥친 일에만 집중해도 모자라는 시간에, 이런저런 힘든 일이 겹쳐 심리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지치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서늘한 여름밤’ 님(이하 서밤)의 웹툰을 추천한다. 캐릭터들과는 아무 관련도 없고, 내용도 없는 ‘힐링 도서’들 보다 훨씬 전문성이 있고, 일시적인 우울감이나 무력감 등의 증상만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의 근원인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에 도움이 된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다가가기 어려운 내용임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글동글한 그림체의 웹툰이라는 것이다.


나의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바로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잘 어울려야만 한다’는 이상한 당위라는 것을 서밤 작가님의 웹툰 단행본 ‘나에게 다정한 하루’를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내향형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먼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걸고 쉽게 친해지는 과정을 어려워하는 나 자신을 너무 싫어했다. 그러나 세상에는 태생부터 ‘인싸’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사람을 만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알았고, 이제는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었다.




ASMR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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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Dana ASMR'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 당신의 자녀가 잘 들리지도 않는 무언가를 듣는다며, 도대체 남이 먹는 소리를 왜 듣고 있느냐며 말씀하신 것이 있다. 바로 asmr이다.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키덜트 문화와 맞물려, 이제는 유튜브크리에이터의 주요 분야 중 하나가 된 ‘asmr’은‘자율감각쾌감반응’의 약자로, 바삭바삭한 소리를 듣거나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을 때 느끼는 간질간질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반응을 예로 들 수 있다. 노래를 듣기에는 너무 집중이 안 되고, 아무것도 듣지 않기에는 너무 조용해서 집중되지 않을 때, asmr을 들어볼 것을 추천한다.


교수님이 말씀하신 ‘이팅 사운드(Eating sound)’는 ‘먹방’이라는 콘텐츠와의 접점에 있으면서도, 조용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이선호한다. 이외에도 주변의 사물들을 두드리는 ‘탭핑(Tapping)’, 귀를 간질이는 소리, 슬라임의 끈적끈적한 소리 등 다양한 소리들이 있으니 자신만의 취향을 찾아, 휴식도 효율적으로 하는 것을 추천한다. 크리에이터들이 직접 말을 건네는 영상뿐만 아니라, 말없이 사물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는 영상도 있으므로 집중해야 할 때는 집중할 수 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내내, 휴식에도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왔다. “나는 쉴 자격이 없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쉬지 못한 마음은 쉬지 못한 몸처럼 병이 되어 돌아왔고,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확신을 하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쉬지 않으면 어딘가에 독이 쌓이게 될 것이라고, 살아가는 것만으로 쉴 자격은 충분하다고.


[김채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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