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누군가의 고통 위에 세워진 그들만의 낙원, 연극 <하거도>

글 입력 2019.03.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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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작은신화 X 연극 <하거도>



1896년에 창단된 극단 작은신화는 연극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열정과 함게 순수 연극만을 고집해온 극단이다. 극잔 작은신화의 실험의식, 아카데미즘, 공동체의식, 그리고 관객과의 적극적인 교류는 작은신화를 오늘날까지도 젊은 극단으로 불릴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작은신화가 이번엔 연극 <하거도>로 관객과 만나게 되었다.


<하거도>는 선과 악의 거대한 진실을 숨긴 채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 유토피아가 된 섬 '하거도'의 참혹한 과거를 고발하며 '인간'에 대해, 그리고 인간이 만든 이 '사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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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목포에서 뱃길로 6시간 반이나 떨어진 섬 하거도는 정부 주도하에 공업도시로 개발되어 모두들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곳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렇게 유토피아가 된 섬에서 6개월 동안 삼백여 구의 시신이 떠오르자 사람들은 불안에 떨며 그 원인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 1964년에 발전소 하나가 세워졌다. 이곳은 이름만 발전소인 거대한 수용소다. 그곳은 범죄자들을 데려다 강제로 노역을 시켜 그 이익을 관리자들이 가로채는 조직이었다. 이익이 늘자 일부 관리들은 수감자들을 범죄자에서 일반시민으로 늘려 강제 노역에 참여시키고 조직은 이를 숨기기 위해 더욱 잔인한 수감방식을 취하는데...

한국 땅의 그 누구도 알지 못한 존재들이 가득한 곳, 들리지 않는 비명이 끊이지 않는 곳, 그곳은 아름답고 눈부신 섬 하거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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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뒤섞인 '하거도'



연극 <하거도>는 주인공 '하거도'의 환상 속이라는 설정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야기는 하거도의 환상 속에서 벌어지는 재판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재판은 섬 하거도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재판으로서, 주인공 하거도는 본 재판의 피고인으로서 심문을 받으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는 자연스럽게 섬 하거도의 과거와 뒤섞이게 되고, 수많은 섬 사람들의 이야기와 뒤섞이게 된다.


본 극에는 이처럼 과거와 현재라는 시간의 혼재와 함께 진실과 환상이라는 두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뒤섞여 있다. 이러한 뒤섞임은 극 초반에 관객들을 다소 당황하게끔 만든다. 낯설게 느껴지는 이러한 설정은 극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를 야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극의 자연스럽고 능숙한 장면 전환과 입체적인 캐릭터들의 농익은 연기는 이러한 우려를 깔끔하게 불식시켜 주었다.


서로 다른 조각들처럼 보였던 여러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연결되고 뒤섞이면서 극은 자연스럽게 관객들을 '하거도'라는 세상 속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1964년의 발전소 모습을 상당히 사실적으로 재현함으로써 그 몰입감을 절정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정말 극의 마지막 순간에는 나 또한 그 거대 수용소 안에 있었던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고립된 섬 '하거도', 우리 사회, 그리고 우리 인간들



연극 <하거도>는 '하거도'라는 섬을 배경으로 벌어진 '하거도'라는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극은 섬 '하거도'와 인간 '하거도'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한 사람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인간들, 그리고 이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어 있었다. 고립된 섬 하거도에서는 1964년 발전소라는 이름으로 거대 수용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이곳은 범법자들을 가둬 강제 노역을 시키는 곳이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이익은 관리자들에게 향하게 되었다.


이익에 눈이 먼 관리자들은 수용 대상을 범법자에서 일반인으로 늘리게 되었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수감방식은 나날이 더 잔인해지게 되었다. 이처럼 아무도 모르게 사라진 존재들, 절규를 묵살한 팀묵, 혼돈을 포장한 정돈으로 가득한 섬 하거도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탐욕적인 사람들과,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공존하는 모순적인 공간이다. 몇몇 사람들의 탐욕의 피해자인 사람들 조차도 생존을 건 선택의 갈림길 앞에서 스스로 인간이기를 포기하게 된다. 살기 위해 서로가 서로를 죽이려고 하는 모습은 마치 좀비물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하거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얼마나 잔인할 수 있고 이와 동시에 얼마나 나약할 수 있는지를 매우 강렬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곧 추악함을 숨기고 미소 지으며 살아가고 있는 '하거도'가 이 사회 속에 과연 얼마나 존재할까라는 섬뜩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러한 '하거도'는 생각보다 우리들 가까이에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섬 하거도처럼 어떠한 공간의 형태로던지, 아니면 주인곤 하거도처럼 어떠한 사람의 형태로던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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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거도>


공연일시: 2019.03.08~03.17

공연시간: 평일 20시 / 토 15시, 19시 / 일 15시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관람연령: 만 16세 이상

티켓가격: R석 4만원 / S석 3만원

작: 윤지영

연출: 최용훈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작: 극단 작은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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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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