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음원차트 밖 음악 요새(要塞)

요새요새 vol.3 리뷰
글 입력 2019.03.1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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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차트 밖 음악 요새(要塞)

요새요새 vol.3 리뷰

Review 민현




[POSTER]-YOSAEYOSAE_VOL3.jpg
 

'요새요새'


요새요새는 이번 공연에 마지막으로 출연한 다브다가 자체 기획한 공연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던 수많은 장소와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난 흐름들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그러한 장소들이 견고한 터전으로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요새요새는 성수동 '게토', 복합문화공간 '공상온도'에서 아도이, 데카당, 해일, 헬리비전과 함께 했다. '요새'의 '요새'들은 모두 각자의 이유로 생겨났고 저마다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 공연은 더 이상 쉽게 함락되어서는 안될 새로운 방어선을 찾고, 그곳이 견고한 터전으로 우리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요새요새'의 이야기다.


발음하다보면 우리말같지 않은 느낌이 드는 ‘요새요새’라는 이름은 공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나를 사로잡았다. 뮤지션도 관객들도 익숙하지 않은 공간을 ‘요새’로 삼아 요새의 음악을 한번 들어보고 싶었다. 플랫폼창동61은 색칠한 컨테이너박스가 선적되어있는 특이한 공간이었다.


요새라고 부르려면 이정도의 비주얼은 갖춰야지, 하는 생각으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가보았다. 고가도로를 마주한 2층의 풍경은 흡사 내가 살고있는 서울과 다른 서울같았다. 입장하기 전에 가만히 그것들을 보고 있자니 공연을 보기전 듣고 온 음악과 미세먼지 가득 끼인 고가도로의 풍경이 정말 잘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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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뮤지션들의 놀이터같은 이곳을 보고있으니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가 점점 흐릿해진다는 생각이 든다. 몇년전만 해도 인디가수라는 타이틀이 붙었던 가수들의 이름이 음원차트에 오르내리는 일이 허다하다. 컴퓨터로 작곡 프로그램을 켜고 건반을 누르거나 기타줄을 튕기지 않아도 누구나 작곡가가 될 수 있는 세상에선 그야말로 누구나 뮤지션이자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


각자 자신만의 요새에서 생각과 악상을 담아 노래로 만든다. 이런 경계의 모호와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현대사회에서 그들의 요새는 너무나도 취약하고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 플랫폼창동61과 요새요새는 그런 세상에서 자신들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알린다.




공중그늘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같은 이미지였다. 기타 두대와 보컬, 신디사이저, 드럼, 베이스로 이루어진 5인조 밴드는 공연장을 가득 메우는 사운드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가사가 몇 없고 보컬의 소리도 가사를 전달한다기보다는 밴드의 일부가 되어 사운드를 더 완벽하게 만들어준다는 느낌이었다.


라이브 버전 꽤 길다고 생각될만한 곡들을 가사 없이 듣기 위해서는 저 다섯 악기들이 같은 연주를 하면서도 각자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 조용한 느낌일 줄 알았던 보컬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막상 곡들을 들어보니 꽤 힘이 넘쳤다. 여기저기 드럼 사운드에 몸을 맡긴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쩐지 나는 신나기보다는 진지함이 묻어난다고 느꼈다.



공중그늘 프로필사진.jpg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산책’이라는, 가사가 총 8줄인 곡이다. ‘길을 잃었지만 우리는 산책이라 부르지’ 이 구절을 듣는 순간, 젊은 세대의 감정과 생각을 잘 표현한 구절이라고 생각된다. 뮤직비디오도 어딘가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오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음원으로 들었을 때보다 라이브로 들었을 때의 그 열정적인 소리가 더 좋았다.



산책


우리는 길을 잃었지만 

산책이라 부르지

불안한 매듭을 바라보며

새삼스레 걸어가






사뮈



사뮈의 보컬이자 기타리스트는 뒤이어 나올 밴드 ‘다브다’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다고 한다. 군대에서 많은 곡들을 쓰고 자신의 음악을 하고싶어 사뮈가 되었다고 하는데, 목소리와 가사에 담긴 고민이 짙은 색깔이었다. 이번 공연에는 실리카겔의 기타리스트가 연주를 도와줬는데, 정말 기타를 심각하게 잘 다루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여튼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인 ‘사뮈’는 공중그늘과는 또다른 색깔의 밴드 사운드를 들려주었다. 보컬의 비중이 전 공연자보다 높아진 사뮈는 특색 있는 보컬이 밴드를 이끌어갔다. 예전의 김현식이나 전인권 등이 연상되는,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긁히는 그의 목소리는 충분히 특별했다.



사뮈.jpg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찌그러진 동그라미’다. 제목만 보고도 찌그러진 동그라미가 뭘 의미하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공중그늘도 그랬듯이, 사뮈도 결국 우리 세대의 방황과 알 수 없는 미래 등을 음악이라는 형식으로 담았다. 그렇기에 ‘나는 찌그러진 동그라미야’라는 가사가 아니라 ‘우리는 찌그러진 동그라미야’라고 썼을 것이다. 남들이 완전한 동그라미이고 나 자신이 찌그러진 동그라미인 것을 알았을 때보다 남들도 나처럼 다 똑같이 찌그러진 동그라미라는 것을 알았을 때가 훨씬 절망적이다. 완전한 동그라미가 될 수 없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에, 연약한 나의 열망은 모두 타버렸기 때문이다. 호소력 짙은 사뮈의 목소리는 그런 절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찌그러진 동그라미


연약한 나의 열망은 모두

낙엽과 함께 불타버렸고

이제 주머니에 잡히는 건

담배와 라이터뿐이군요






다브다



네이버 온스테이지를 관심있게 보는 이유는 다브다같은 아티스트들을 몰라서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스테이지에서 봤던 그들의 모습보다 이번 공연의 다브다는 훨씬 더 파괴적이었다. 밴드에서 드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분위기를 리드해 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강한 사운드에 어쿠스틱 기타 한대 놓고 조용히 읊을 것 같은 보컬의 목소리가 잘 어울렸다. 목소리가 묻히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역시 목소리보다는 연주에 훨씬 더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전체적인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곡은 ‘청춘’이다. 나는 ‘청춘’이라는 제목의 음악에 이유 없이 끌리곤 하는데 내가 지금 청춘을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우효의 청춘, 김창완의 청춘, 다이나믹 듀오의 청춘까지 하나같이 과거와 미래 그 어디에도 발길을 옮기지 못하고 현재에 남아있는 청춘의 삶을 솔직하게 그려낸다. 아무튼 다브다는 ‘오월의 파도’라는 시적인 표현으로 청춘을 말한다. 푸른 봄이라는 뜻이니깐 오월의 파도가 영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공연장에서는 오월의 파도가 뭘까 계속 곰곰이 생각했었다.



청춘


여기 오월의 파도가 부서진다

여기 청춘의 파도가 부서져

여기 오월의 파도가 부서진다

여기 청춘의 파도가 부서져






BAND



누군가는 밴드 음악의 전성기는 갔다고 평론한다. ‘밴드’는 옛날 그룹사운드의 추억 정도로 기억될뿐이며 걸출한 밴드들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아이돌 음악이나 팝, 힙합, 혹은 일레트로닉 음악에 자리를 내주었다.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음원 차트 순위권에 밴드 음악이 오르기는 정말 쉽지 않으며, 작년 한 해에도 그 차트에서 이름을 남겼던 밴드는 퀸 정도였다.


하지만 음원 차트 아래, 자신들의 요새에서 이들은 그들만의 전성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누군가는 정통 사운드로, 누군가는 일렉트로닉 장비를 섞어서 밴드 음악과 함께 어울리는 사운드로, 누군가는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생각을 전달하면서. 요새요새는 그들의 요새에서 만든 음악을 이 세상에 잠깐 분출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밴드를 좋아한다면, 합주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그런 뜨거운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다면 다음 요새요새 vol.4에 함께 해도 좋을 것같다.





[손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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