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신청곡> 들려드릴게요. (Feat. 이소라) [음악]

지나가는 겨울이 아쉬운 당신에게
글 입력 2019.03.0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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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이소라의 <신청곡>을 들으면서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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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 복사본.jpg
사진: 에르타알레


 

내게 좋은 노래란 좋은 리듬보단 좋은 가사가 먼저다. 좋은 가사가 무엇인지 스스로도 정의 내릴 수는 없다. 그냥 ‘이런 단어가 들어가서 좋고, 저런 문장이 들어가서 별로다’라고 말은 할 수 있지만, 어떤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노래가사 중 ‘구겨진 감정’이라는 표현을 매우 좋아한다. 오로지 이 가사를 계속 노래 속에서 듣고 싶어서 그 노래를 수없이 많이 들었다. 반면, ‘구겨진 종잇장’이라는가사는 내게 별 감흥을 주지 않는다. 굳이 기준을 따지자면 나는 뻔한 단어들의 나열을 싫어하는 것 같다. 실제로 구겨질 수 있는 건 종잇장이지 감정이 아니다. 감정이 구겨진다는 건 어떤 걸까. 나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드는 가사를 좋은 가사라고 느끼는구나 하고 짐작할 뿐이다. 이렇게 좋은 관용구를 알고 나면 다음부터 그 관용구는 내 것이 된다.


처음 들을 때 ‘구겨진 감정’이라는 것이 생소했다면, 실제로 내가 상상했던 것과 비슷한 감정이나 기분을 느낄 때, 나는 비로소 그 표현을 완전히 이해하고 내 마음속 사전에 저장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이런 것에서 묘한 쾌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 보지만 마음을 울리는 가사를 보면 늘 작사가는 어떤상황을 떠올리며 노랫말을 썼을지 상상하게 된다. 그런 다음에는 노래의 깊이를 한층 더 알게 되고 온전히 가사와 리듬에 집중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다.

 


So I turn on my radio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And on the radio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이소라의 <신청곡>은 앞서 말한 내 기준에서는 좋은 가사라고 할 수 없다. 관용구는 물론이고 흔한 비유적 표현조차 많이 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문장이 간결하고 그 뜻이 정확해서 쉽게 읽히는 노랫말이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요즘 나의 두 귀를 붙잡고 내 플레이리스트를 떠나지 않는다. 이 노래가 내 귓가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라디오”를 소재로 썼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에 주파수를 맞춰 머리맡에 두고 디제이의 목소리와 신청곡을 자장가 삼아 잠들곤 했다. 이소라의 <신청곡>을 들으면 그때의 내가 떠오른다. 언니와 같은 침대에 비좁게 누워 라디오 사연을 들으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었던 그 순간을 생각하면 마음이 뭉클해지는것은 비단 나만 가지고 있는 추억은 아닐 것이다. 관용구와는 다른 의미로 이 노래의 가사 역시 나를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라디오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곁에 머물렀고 그 어떤 물결이 일어도 다른 형태로 우리 곁에 살아남았다. 아날로그는 도태되고 디지털은 추앙받는 시대에서 라디오는 그렇게 형체 없이 무형의 가치 그대로 남아 우리를 위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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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르타엘레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cry

가슴이 답답한 밤에 나 대신 울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라디오가 도태되지 않고 오래도록 곁에 머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많은 시간 음악을 통해 위로받는다. 어쩌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마침 내 심정과 같을 때, 디제이의 따스한 목소리가 마치 내게 하는 말 같을 때, 직접 플레이리스트에서 고른 노래를 들을 때보다 더 울컥하게되는 이유는 라디오가 다른 누군가로서 우리 곁에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울적한 날,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다가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관심과 위로가 더욱 절실한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 의미에서<신청곡>의 랩 가사는 우리 주변의 다른 누군가를 대신해 라디오가 전해주는 말처럼 들린다. 방탄소년단의 멤버 슈가가 직접 랩 메이킹에 참여했는데 이소라의 슬픈 노랫말과 대조되는 포근함이 배어 있다. 그리하여 노랫말은 더 구슬프게 들리고 라디오는 더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부각시킨다.

 

과거, 라디오를 통해 노래를 들었던 나는 오늘,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노래를 통해 라디오를 듣는다. 오늘도 수많은 또 다른 내가 노래로 또 라디오로 위로받았을 것이다. 잠시 잊고 살았어도 좋다. 출근길 차 안에서, 퇴근길 버스에서 가끔 들리던 라디오 속 노래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면 그걸로 좋다.

 

 

함께 할게 그대의 탄생과 끝

어디든 함께 임을 기억하기를

언제나 당신의 삶을 위로할 테니

부디 내게 가끔 기대어 쉬어 가기를


 

이소라-신청곡.jpg
캘리그라피: Instagram_@mydearideas

 

 


 

 

겨울이 아쉬운 당신에게

기억은 흐려져가지만,

추억은 더욱 진해진다.


기억 속 무언가가 흐려져 간다면

함께 했던 추억들로 붙잡으면 된다.


라디오가 그렇게 우리 곁에 남아

더욱 짙어진 것처럼

 



 


So I turn on my radio

낯선 목소리가 들려오고

And on the radio

슬픈 그 사연이 너무 내 얘기 같아서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smile

마음이 울적한 밤에 나 대신 웃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Hey DJ play me a song to make me cry

가슴이 답답한 밤에 나 대신 울어줄

그를 잊게 해줄 노래

 

창 밖엔 또 비가 와 

이럴 땐 꼭 네가 떠올라

잠이 오지 않아

난 어쩔 수 없나 봐


.

.

.


이소라, 신청곡 (Feat. SUGA of BTS)

 


[김요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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