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창궐'과 같지만 다르다! [영화]

글 입력 2019.02.26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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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inion. 킹덤



얼마전 넷플릭스 최초로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 콘텐츠인 <킹덤>시즌1이 막을 내렸다. 드라마 <싸인>,<유령>,<시그널>등 수많은 명작들을 집필한 김은희 작가와 <터널>,<끝까지 간다>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만남으로 공개 이전부터 화제를 모은 드라마 <킹덤>은 웹툰 '버닝헬'을 원작으로 하고있다. 개인적으로 김은희 작가의 작품 스타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엄청난 기대를 한 드라마였지만 시즌이 끝나고 한참 뒤에야 드라마를 봐야겠다는 '결심'을 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킹덤>은 조선시대 좀비물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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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좀비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좀비물 특유의 그로테스크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 절망적인 상황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피로감이 매우 불쾌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우습지만 필자는 한번도 좀비물을 중간에 끊지 않고 한번에 본적이 없다. 잔인한 장면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들면 잠시 영상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 마저 본다. 그렇기에 <킹덤>을 보겠다는 결심은 나에게 무척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킹덤>의 시즌1을 보고 난 뒤 나의 감상은 이렇다. 기존의 내가 본 몇몇의 좀비물보다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하다. 넷플릭스라는 조금 더 자유로운 플랫폼에서 만들어지다 보니 매우 적나라한 표현방식을 사용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킹덤> 속 인물들이 겪게되는 상황들은 여느 좀비물 마냥 절망스럽다. 그리고 이러한 절망스러움은 좀비에 대항할만한 무기가 없는 조선시대라는 배경에서 더욱 절망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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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킹덤>은 필자가 항상 좀비물을 보면서 느꼈던 불편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말 매력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좀비와 싸우는 모습을 매우 잔인하게 묘사함에도 불구하고 중간에 한번도 끊지않고 봤을 정도로 <킹덤>은 내용적 그리고 연출적으로 엄청난 몰입감을 보여준다. 또한 드라마는 작년 10월 개봉한 영화인 <창궐>과 매우 흡사하다. 두 작품 모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좀비물이고 그 안에서 좀비를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려는 사람들과 백성들을 지키려는 세자의 대립을 주요 갈등요소로 보여준다.

 

이처럼 배경과 갈등요소 등 많은 부분에서 흡사한 두 작품이지만 작품에 대한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매우 상반된다. 많은 혹평을 받았던 영화 <창궐>과 달리 <킹덤>은 많은 호평속에 시즌1을 마무리 지었다. 굳이 <창궐>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만들어진 좀비물들은 그간 많은 혹평을 받아왔다.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로 만들어지는 좀비물의 퀄리티와 비교될 수 밖에 없지만 그것들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좀비영화는 완성도에 있어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리고 <킹덤>역시 한국좀비물의 하나로써 이러한 부정적인 프레임에 갇혀 많은 걱정을 낳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킹덤>이 기존과는 다른 한국 좀비영화로 현재 평가받고 있는것에 대해 필자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좀비'에 대한 명쾌한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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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자면 단연코 좀비에 대한 '설정'일 것이다. 빛이나 물에 약한 좀비, 저녘에만 활동하는 좀비, 물려야만 감염되는 좀비 등 좀비를 다루는 다양한 작품이 있는 만큼 좀비에 대한 설정도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좀비물에서 작품 초반에 정의한 좀비의 설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리얼하게 좀비를 묘사했다 하더라도 이러한 설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그 작품은 개연성이 매우 부족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기존의 한국의 좀비물이 안좋은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는 이러한 기본적인 설정을 끝까지 끌고나가지 못한데에 있기도 하다.

 

<창궐> 역시 초반부 좀비에 대한 설정이 관객들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울 뿐더러 영화 후반부로 가면서 이러한 설정들을 스스로 파괴하는 장면들을 보여준다. 예를들어, 밤에만 좀비가 활동한다는 기본적인 설정을 낮에 임금의 수라상에 달려드는 좀비상궁의 장면을 통해 작품 스스로 반박하게 된다. 반면 <킹덤>은 고온에서는 활동하지 않고 저온에서만 활동하는 설정과 물리면 바로 좀비가되는 기본 설정에 매우 충실하다. 5시간 가량의 분량동안 이러한 설정들은 매우 명쾌하게 드러나 시청자들은 작품 내내 이러한 설정들에 대한 의문 없이 오롯이 상황과 인물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좀비물도 초중반부에는 이를 충실히 지키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막 시즌1이 끝난 <킹덤>도 과연 이어질 시리즈에 있어 이러한 설정들을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시즌1에 설정해 놓은 좀비에 대한 설정들이 복잡하지 않고 명쾌하다는 점 그리고 김은희 작가의 이전 작품들을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의 작품 전개에 있어서 개연성엔 큰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2. 긴장감있는 주요인물 간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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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좀비물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좀비'가 아니더라도 세자 '이창'과 영의정 '조학주'의 권력대립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창궐과 킹덤에서 세자에게는 두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첫번째는 조선 전역에 퍼진 전염병(좀비)를 해결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정의롭지 못한 권력층과의 권력다툼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창궐을 비롯한 한국의 많은 좀비물은 이 두가지 이야기를 밸런스있게 끌고나가지 못했다. 두가지 과제가 어느정도 연결되 있기는 하지만 작품의 후반부로 갈수록 한가지 과제 특히 첫번째 과제에만 초점이 맞춰진채 이야기기 전개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반면 킹덤은 첫시즌이긴 하지만 조학주와 이창의 대립은 매우 분명하게 드러나고 흥미롭다. 두 캐릭터의 성격이 매우 분명하기 때문이다. 명확히 상황을 판단하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면서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는 조학주라는 캐릭터는 단순히 권력에만 매몰되어 어리석은 판단을 내리는 기존의 악역들과는 매우 다르다.

 

그리고 조학주라는 강력한 악역과 대립해야하는 세자 이창의 모습 역시 그에 맞게 강력하다. 왕이 되길 두려워하지만 결국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왕이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는 기존 서사에서 세자의 모습과 달리, 처음부터 왕이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이창의 모습은 강력한 악역인 조학주에 견주어 둘의 대립관계를 긴장감있게 유지한다.

 

또한 둘의 대립이 한양뿐만 아니라 동래, 상주 등 다양한 공간에서 펼쳐지면서 창궐과 달리 이야기가 여러장소에서 펼쳐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대립관계를 동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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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제 시즌1이 막 끝난 드라마이고 김은희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킹덤 시즌1은 16부작 드라마로 생각한다면 3부에 해당된다. 그렇기에 남은 시즌에서 킹덤이 앞서 언급한 이런 강점들을 유지하고 시즌1 곳곳에 뿌려놓은 떡밥들을 잘 회수할 수 있을지는 분명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더라도 킹덤의 출발은 여느 인기 드라마의 초반부만큼, 어쩌면 그보다 훌륭하다. 그렇기에 킹덤이 앞으로의 시즌에서 보여줄 이야기들과 국내 좀비물로써 보여줄 가능성이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오현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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