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경계를 허물다! ‘춘향전 VOL.1: Spring Is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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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전 VOL 1: Spring Is Coming극단 이방인의 고전 프로젝트 4th한국 고전 첫 번째 작품 ‘춘향전’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다. 겨우내 잠들었던 것들이 땅의 기운을 받으며 생에 한걸음 더 가까워진다. 저 멀리 죽음에서부터 탄생으로 이어지는 삶의 과정은 어느 계절보다 봄의 무렵에 가장 활발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봄이 의미하는 게 ‘완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봄은 절정의 순간이 아니라, 절정에 이르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그렇게 봄은 죽음에서 탄생을, 비어있음에서 가득 찬 순간을 향해 나아가는 계절이다.
다시 말하자면, 봄은 그 자체로 무르익어가는 과정이지 수확의 계절은 아니라는 것이다. 서두에서 봄의 속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봄의 속성을 마구 발산하는 <춘향전 VOL.1: Spring is Coming(이하 춘향전)>을 더 자세히 말하기 위해서다. 고전소설 『춘향전』을 모티브로하여 새로운 해석과, 형식의 파괴를 알리는 작품은 극단 이방인의 신작으로 연희예술극장에서 오는 2월 2일(일)까지 막을 올린다.
<춘향전>, 새로운 표현양식으로 재창조하다
SYNOPSIS때는 조선, 숙종 대왕 시절남원에는 기생의 딸인 절세미인 춘향이가 살고 있었으니,고을의 양반 자제인 몽룡은 춘향이를 보고 한 눈에 반해버린다.방자와 향단의 도움으로 몽룡이는 춘향이를 만나게 되는데.."편모 슬하로소이다. 나이는 이팔이요.이름은 춘향이라 하옵니다. 도련님을 뵙게되어.......벙어리군요?"한편, 남원에는 엘리트 변사또가 부임하고,관청의 관례대로 기생을 부른다."이방아, 이름에 '향'자가 들어가는 기생은 없느냐?""잘생겼다? 그런데 나으리, 사또 본부 수행.. 못하겠소!"춘향의 서신을 받은 몽룡, 몽룡은 과거시험장이 아닌 대장간으로 달려가는데..*극단 이방인의 <춘향전>은 고정적인 키워드로 대변되던 『춘향전』을 이들의 시선에서 새로이 각색한 작품이다. ‘청춘사랑’, ‘정열부인’, ‘권선징악’으로 대변되는 춘향전의 주제를 동시대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 한 것이다. 흔히들 춘향전 하면 이몽룡과 성춘향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떠올린다.
동시에 남녀간의 자유로운 사랑이 불가능했던 당시 조선사회의 권위적인 면모도 같이 생각한다. 그러나 극단 이방인은 이들의 사랑 앞에 ‘자유’를 덧붙여 자유로운 사랑이야기, 자주적인 여성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극 중 춘향이는 당돌하고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인물로 자신 앞에 다가오는 남성들(이몽룡, 변사또)에 당당하게 맞선다. 결투나 대결이기보다는 적어도 사랑 앞에서는 동등한 인격체로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또한 작품에서 흥미로운 것은 기존의 원작에서는 깊이 다뤄지지 않은 방자와 향단의 사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해석된 두 인물은 선술집에서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썸 아닌 썸을 타기도 한다. 기존의 서술에서 방자와 향단은 뒤에 숨어있는 인물에 불과하였지만, 극단 이방인의 <춘향전>에서는 21세기 남녀의 흔한 사랑을 대변하는 인물로 다가온다.
극단 이방인의 <춘향전>은 상당히 도전적이다. 대본을 재료로 태워 새로운 표현 양식으로 재창조하였다고 말할 정도로 기존의 <춘향전>은 만나볼 수 없다. 이에 덧붙여 작품은 서사를 강조하기보다 서사를 전개하는 형식의 파괴를 알린다. 흔히들 연극하면 희곡과 이를 어우르는 무대, 조명과 같은 장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춘향전>은 서사가 곧 형식이고, 형식이 곧 서사가 되는 새로운 변신을 시도한다.
무대가 곧 객석, 경계를 허물다
<춘향전>에는 무대가 존재하지 않는다. 보다 엄밀히 말하자면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계는 어떻게 허물어지는가? 그것은 관람객을 단순 수용자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참여자로 만드는 과정을 통해서 가능하다. 보편적인 입장에서 연극은 무대와 객석, 행위자와 수용자가 분명하게 나뉜다. 가령 무대가 있으면 관객은 객석에 앉아 무대 위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춘향전>은 기존의 관습을 택하지 않고 무대가 곧 객석이고, 객석이 곧 무대로 만든다.
이와 같은 방식은 곧 자유로운 관람 환경으로 이어진다. 연극이 진행되는 연희예술극장은 극장이라기보다 파티장에 가깝다. 자유로운 이동, 사진촬영, 음료섭취가 연극이 일어나는 내내 가능하니 말이다. 다섯 구역으로 나눠진 공간을 움직이며 연기하는 배우를 따라 관객은 같이 이동한다. 이동이 귀찮거나 어색한 이는 편한 곳에 서서 연극의 전개를 두루 살필 수 있다. 또한 트렌디한 음향과 마이크를 통해서 배우들이 대사를 전달하기에 하나의 퍼포먼스를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관객은 쇼케이스 안의 전시물이 되기도 하고, 작품 소품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하면서 있는 그대로 연극을 향유하게 되는 것이다.
<춘향전>, 디오니소스로의 귀환
극단 이방인의 <춘향전>은 기존의 관습과는 사뭇 다른 공연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새로운 시도는 혁신을 가져다주지만, 기존의 것으로부터 익숙함을 느끼는 이들에게는 어색함을 주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에는 기존의 연극에 익숙했기에 극을 관람하는 데 있어서 연극과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관극 이후 고민한 결과, 그것은 서사만을 바라보고, 배우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보았던 기존의 방식이 습관화 되어 있었기 때문이라는 나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춘향전>을 보면서 자꾸 극을 이해해야지, 서사를 따라가야지 하는 것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처사와도 같다. 오히려 멀리서 극을 보고 좁게 다가가야 극단 이방인이 외치는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형식의 파괴란 거시적인 의미에서 작품을 보고 서사의 내용으로 빠져든다면 작품이 더욱 재밌게 느껴질 것이다. 작품 내적인 부분에서 연극에 집중한다면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한 무대, 힙합 비트와 국악의 만남, 3막 구조와 세 번의 인터미션이란 색다른 전개 방식을 즐길 수 있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없으며, 관람과 참여의 경계가 모호한 <춘향전>이다. 기존의 대립되어 온 것들이 하나씩 허물어지고 있다. 몰아적(沒我)적이고 도취적인 이방인의 <춘향전>에서 디오니소스적인 무언가가 담뿍 배어나온다. 파괴로부터 해프닝 연극이란 새로운 형식을 제언하는 <춘향전>은 그 자체로 열광이자 생성의 근원으로 다가온다.
욕구, 감정, 파괴적인 것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는 디오니소스의 측면은 <춘향전>에 들어와 색다른 연극의 시작을 알리게 한다. 아직은 관객 모두가 참여라는 동화 과정에 이르지는 못하지만, 경계를 허물어가는 과정으로부터 이들의 발자취에 디오니소스적인 것이 다분히 배어있다고 볼 수 있다.
연극은 끝나기 마련이다. 허나 <춘향전>은 끝나지 않는 파티의 연속이다. 공연 후에는 요일별로 컨셉이 바뀌는 애프터파티가 준비되어 있다. 지극히 디오니소스적인 것을 연극이 끝난 이후에도 만날 수 있다. 일방적인 관람이 아닌, 함께 호흡하는 공연이며 동시에 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다가오는 <춘향전>이다.
해프닝의 시작, 연극의 색다른 방향성
국악, 일렉트로, 무브먼트, 전시, 애프터파티가 한 데 어우러진 <춘향전>은 그 자체로 해프닝의 연속이다. 서사를 배제하고 드라마를 재료로 사용하는 형식주의는 통상적인 연극의 정의를 깨뜨리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판을 벌어졌고, 색다른 연극은 등장했다. ‘이 시대의 여성을 과거의 여성으로부터 찾고자’하는 이들의 목적은 자유로이 공간을 오가며 도발적이고 대담한 인물의 등장으로 탐구 가능성을 알렸고, 이를 표현하기 위한 양식으로 다양한 경계가 허물어질 수 있었다.
‘봄이 온다’라는 부제가 문득 떠오른다.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봄은 무르익은 상태가 아니다. 다만 피어나고 점점 익어가는 과정의 시작에 해당할 뿐이다. 색다른 시도를 하였지만 <춘향전>이 연구하고 탐구해야 할 부분은 존재한다. 서사와 극적전개의 관계, 누구나 참여 가능한 100%참여로 이끌 수 있는 방법 등을 면밀히 생각한다면 무르익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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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연명
춘향전VOL.1: Spring Is Coming
공연 기간
2019년 1월 20일(일) ~ 2월 2일(일)
시간
평일 20시
토요일 19시
일요일 15시
(매주 화요일 쉼)
러닝타임
90분
장소
연희예술극장
연출
신재철
주최/제작
극단 이방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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