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이 소스로 삼은 실화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렇다. 베토벤의 동생은 폐결핵에 걸려 죽게 되고, 남은 조카를 둘러싼 베토벤과 동생의 부인 요한나(조카 카를의 엄마)의 법적 소송이 진행된다. 베토벤의 동생은 형 베토벤이 아이의 유일한 후견인이라고 유언을 남겼는데, 죽기 직전엔 요한나를 공동 후견인으로 인정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이로 인해, 그의 유언과 조카 카를을 둘러싼 베토벤과 요한나의 법정공방이 시작되었다. 베토벤은 요한나가 사치스러울 뿐더러 사기, 횡령의 전과도 갖고 있어 내켜하지 않았고, 조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양육권을 얻어내려 했다고 한다. (이 공방으로 요한나와 베토벤이 연인 사이였고, 카를은 베토벤의 아들이 아니냐는 속설도 돌았지만 근거 없는 억측일 뿐이었다.) 공방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와중에 베토벤과 함께 살던 카를이 집에서 가출해 요한나를 찾아가는가 하면, 베토벤이 (공방 도중) 신분 도용자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는 등, 고통과 고뇌의 연속이 그에게 찾아든다. 결국 베토벤은 오랜 싸움 끝에 승소하게 되지만, 생의 고통을 덜어주기엔 역부족이었다.

요제프 칼 슈타이어가 그린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초상화 (1820)
뮤지컬 <루드윅>은 이 실화를 바탕으로 작품을 꾸려낸다. '희대의 아티스트' 베토벤과 그를 '루드윅'이라고 부르는 작은 소년, 조카 카를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인데, 이때 마리라는 허구의 여성 캐릭터를 등장시키며 실화 위에 메시지를 두텁게 쌓으려 한다. "선생님의 음악이 제 인생을 바꿔놨어요" 베토벤의 음악을 들으며 인생을 다잡은 마리, 청력을 잃고 모든 걸 포기해가는 베토벤, 그의 조카 카를, 그리고 마리가 데려온 소년 발터. 베토벤의 인생과 조카를 둘러싼 실화 위에서, 이야기는 자신만의 행로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주지하다시피 팩션 드라마는 관객들에게 익숙한 소재로 새로운 즐거움을 안길 수 있다. 더군다나 실화는, 또 역사는 머릿속 상상의 세계보다 훨씬 더 스펙타클할 수 있는 소재의 보고가 아닌가. 다만 여러 우려처럼, 역사 왜곡 논란, 재해석 논란 역시 피해갈 수 없는 구덩이다. 그리고 단순한 역사의 재현, 실화의 재현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야기'로서 무대 위에 올라야 하는 당위 역시 갖춰야 할 테다.
뮤지컬 평론가 정수연의 지적처럼 "실존했던 예술가를 소재로 삼은 수많은 창작뮤지컬"들이 비슷한 구성과 분위기로 "예술가의 이름과 이미지를 내세워"왔는데, <루드윅> 역시 그 흥행 코드(정 평론가는 이 코드에서 긍정적인 징후를 읽어내지 않았다. 「퇴행하는 서사와 함께 사라지는 것들 <랭보>」, <더뮤지컬> 2018년 12월호)를 따를지, 따르지 않는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도 주목해볼 만하다. 베토벤을 다룬 팩션 드라마. 우리는 공연을 본 직후 '팩'을 이야기하게 될까, 아니면 '션'을 이야기하게 될까. 혹여나 그 모든 걸 아우르는 담론의 장이 열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모든 거부했던 한 청년.
희대의 아티스트.
베토벤은 자신의 남은 날이
오랜 친구에게 마치 유서와 같은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펜이 종이 위를 지날 때마다
청년이 된 베토벤은 청력을 잃고 사랑하는 여인 또한 잃는다.
좌절의 늪에 빠져 죽음과 마주하던,
폭풍우 속 그날 밤,
발터의 피아노 선생님이 되어달라 청한다.
그녀의 제안을 완강히 거부하나, 마리는 그도 잊고 있었던
음악의 힘과 세상을 향한 강한 울림을 이야기한다.
거장 앞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루드윅 : 베토벤 더 피아노
2018년 11월 27일(화) ~ 2019년 1월 27일(일)
평일 오후 8시
토요일 오후 3시, 오후 7시
공연장소
JTN아트홀 1관
허강녕 <베토벤심포니>, <리멤버>
추정화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연출상 <인터뷰>, <스모크>
허수현 제2회 더뮤지컬어워즈 작곡상 <라디오스타>, <아가사>
김병진 <은밀하게 위대하게>, <알타보이즈>
김주호, 정의욱, 이주광(루드윅 역), 강찬, 김현진, 박준휘 (청년 역)
김소향, 김지유, 김려원(마리 역), 임남정(마리 언더스터디)
차성제, 함희수(발터 역), 강수영(피아니스트)
전석 일반 55,000원
110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