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의미와 감상 사이의 예술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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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AP 사진전에서, 사진에 담긴 역사를 ‘너’라는 특정한 존재로 지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3가지 섹션도 <너의 하루로 흘러가>, <내게 남긴 온도>, <네가 들려준 소리들> 등의 표현을 썼다. 사건 혹은 의미를 가장 가까운 대상으로 환원시킴으로써 보는 방식을 달리하라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특히 보도사진전이라 그 반대의 성질을 강조하기 위한 기획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번 전시에서는 감상자가 보도사진의 의미보다 감성, 드라마, 예술성에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는 사실만은 확실하다.
사진미학의 절정이라 할 수 있는 사진들 앞에선 잠시 역사의 자세한 사건을 몰라도 상관없다. 카메라는 순진무구할 정도로 대상과 풍경 앞에서 순수하게 빛을 펼칠 뿐이다.
- 보도자료 중
‘예술성.’ 적어놓고 비로소 이 단어를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 부담이 된다. 그건 ‘잠시 역사의 자세한 사건을 몰라도 상관 없’는 태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 문장이 잠시 ‘의미’에서 해방된 아름다움을 감상하라는 뜻이라면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의미에서 해방된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일은 중요하다. 어쩐지 현대 예술에는 그 감상을 막는 외력이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이번 사진전 내용이 ‘보도사진’ 이라는 점에 있다.
<내게 남긴 온도>에선 카메라는 역사의 사건이나 진실보다 자신에게 묻어있는 온도를 기억한다. 감정이 남아 있는 사진의 한 순간 한 순간에는 인간의 또 다른 풍경인 내면 속 진실이 숨쉬고 있다.
- 보도자료 중
예술이 무엇인지 각자의 기준은 다르고, 나의 기준도 매번 새로워진다. 특히 요새는 ‘폭력 없는 시선’에 가장 관심이 있다.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말과 행동, 그리고 표현.
어떤 장면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카메라의 기술적 특성에는 어쩌면 이미 폭력성이 잠재된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역사의 사건이나 진실에 관하여 생각하는 일을 잠시 유보하라는 권고가 달갑지만은 않게 들린다. ‘내면 속 진실’은 '역사의 진실'과 분리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번 전시의 사진은 유보할 수 있는 사건으로 큐레이팅 되었나? 아니면 내가 스스로 검열을 심하게 하는 건가?
카메라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계의 현장은 때론 강렬할 만큼 뜨겁고 때로는 눈이 부실만큼 아름답고 황홀하다.
- 보도자료 중
세계의 현장은 눈이 부실 만큼 아름답고 황홀하기도 하겠지만, 참혹하기도 할 텐데.
언젠가 전시를 보고 죄책감을 느낀 적 있다.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열렸던 <날씨의 맛> 전이었는데, 핵폭발의 순간을 담은 조형물을 본 때였다. 그 형상이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한 동시에 그런 감상을 한 스스로에게 조금 경악했다. 형상이 아름다울지언정 내용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한 것 같다. 용납하기 힘들어도 모순된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는 것. 이 감상은 허용되는가, 혹은 '어디까지' 허용되는가.
자칫 건조해 보이는 보도사진의 편견을 부수고 인간의 숨결로 누구보다 깊게 파고들었던 카메라의 호흡들은 인류가 만들어온 역사, 정치, 이념을 뛰어넘어 인간의 감정 곁으로 다가간다.
- 보도자료 중
퓰리처상을 수상한 사진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보도사진에 편견은 갖고 있지 않을 것이다. 단 거기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은 역사, 정치, 이념을 '뛰어넘어서'가 아니라 '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런 나의 견해는 다시, 관객이 작품을 감상할 때 의미에 무게를 두는 한계를 반복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이 부분에 관하여 고민하고 싶다.
전시명에이피사진전“너를 다시 볼 수 있을까?”일시2018.12.29 ~ 2019.03.03장소세종문화회관 미술관주최㈜메이크로드, 동아일보사후원AP통신, 채널A, 주한미국대사관, (사)한국사진작가협회,(사)한국여성사진가협회, 한국사진학회, (사) 한국광고학회,(주)디시인사이드, SLR클럽작품난민 소녀난민 소년붉은 색 물감을 칠한 소년일요일 버스중동 걸프전철야기도희생자를 위한 자국[환영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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