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맨땅에 헤딩하기 [도서]

글 입력 2018.11.2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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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굳이 내가 왜 읽어야 하지? 처음에는 솔직히 재미 없었다. 내가 시골의 풀에게 무슨 관심이 있으랴.

전형적인 말 많으신 중년 어른의 재미 없는 일상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래서 초반에는 속도가 느렸다. 에세이는 한 사람의 세계를 다녀오는 거라고 하지만, 내가 관심 없는 분야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흘긋흘긋 보다가, 상투한 표현이지만-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빠져 들었다. 역시 이야기꾼, 소설가의 글은 흡입력이 있었다. 내가 별로 재미 없어하는 풀 이야기도, 단식 이야기도, 어찌나 이렇게 취향에 안맞는지 - 내가 벗어나고 싶어했던 시골의 이야기도, 어느샌가 재미있게 읽고 있었다.

나는 왜 이걸 읽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면서도 계속 읽었다. 읽고나서 느낀 점은 문체와 흐름은 둘째 치고 재미있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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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활동적인 소설가구나. 마치 우리 엄마를 보는 것 같았다.

항상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무언가를 하고, 같이 여행도 다니고, 크게 계산없이 서로 도와주고 상부상조 하는 생활에, 그렇제 지내다 보니까 어떤 자리도 맡게 되고. 정말 사람 냄새가 많이 났다. '세상 사는 이야기'가 어쩜 이리도 적합한지. 그래서 더 익숙하고 편안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생활이기에 따분하다고 생각했었던건가 싶기도 하다.

나는 지방에서 나고 자랐고 -시골이라는 표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항상 벗어나고 싶었다. 답답했으니까. 나는 언제나 대도시를 동경했다. 나는 '아주아주 작은 소도시'에 살고 있었으니까. 외국에는 가지 못하더라도 한국 안에서라도 야금야금 대도시로 이동을 했다. 그런데 작가는 '도시'인 '부산'을 떠나서 더 깊은 산골로 이동했다. 얼마나 작고 소박한 마을인가.

뭔가 벗어나고 싶어서 나온 나와, 가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적응하게 된(?)  소설가와도 대비가 되어서 뭔가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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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니버스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데 글 흐름이 좀 재미있엇다. 이야기의 시작은 화제거리를 던진다. 하지만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화자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 흐름이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보다보니 재미있었다. 화두에 나온 이야기는 어떤 말을 하려고 꺼낸 걸까? 하고 :)

주위 사람들도 참 많이 나온다. 흥미로운 사람들. 작가만큼 흥미로운 사람들도 꽤 많았다. 그 중에서도 돌쇠처럼 집안 일을 도와주는 사람과, 섬에 사는 친구 이야기가 참 인상 깊었다. 나도 이사람의 지인이라면 나올 수 있을까? 창작하는 사람의 매력적인 건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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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얘기하지만 참 독특한 사람이다.

가볍게 나왔었던 도피와 명상은 어느새 후반부에는 명상 센터 운영 4년이 나와있다. 단식 캠프에 간간히 갔던 경험은 어느샌가 익숙한 프로 단식러(?)가 되어 있었다. 여행도 야금야금 시작하더니 어느샌가 정기 행사가 되어 있었다. 시간 순서가 정확히 나오지는 않아도, 옆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듯듣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참 재미있는 사람의 소박한 이야기를 읽었다.

사람냄새 나는 이 글을 왜 재밌게 읽었는지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따스한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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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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