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과장됨의 우아함, <돈키호테> [공연]

글 입력 2018.11.2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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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엄마 손에 이끌려 갔던 발레공연을 제외하면 <돈키호테>는 내가 처음으로 선택해서 접한 발레공연이다. 그리고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발레공연을 또 보러 가고 싶은 것은 물론이고, 발레 동작의 아름다움에 반해버린 나는, 유치원 시절 이후로 잊고 살았던 발레를 다시 한번 꼭 배우겠다는 다짐까지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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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극의 감정



발레는 무언극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데 온몸을 사용한다. 발의 움직임, 점프, 서로 밀치는 동작 등 발레에서는 모든 것이 감정 표현의 수단이다. 희극 발레이기 때문에 감정을 표현하는 동작에서 과장된 부분들이 존재하는데, 그 과장됨을 우아함으로 바꿔주는 발레 안무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개인적으로 무용수들의 표정을 더욱 잘 볼 수 있었다면 더욱 이 공연을 몰입하면서 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Viktoria Tereshkina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2).jpg
Viktoria Tereshkina in Don Quixote 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오케스트라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린스키 발레단의 오케스트라 음악은 정말 황홀했다. 오케스트라 연주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는 공연장 환경이었다면 훨씬 좋았을 테지만, 그들이 들려준 음악은 오직 음악에만 집중해도 멋질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발레라는 무언극에서 음악의 힘은 더욱 극대화된다. 또 다른 장면이 시작될 때, 극의 분위기를 전환할 때 앞서 느낌을 조성해주는 것이 바로 음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발레에서 대사의 역할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더불어 ‘음악’이 톡톡히 해내는지도 모르겠다.




인상적이었던 장면들



1막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투우사 ‘에스파다’의 빨간 천을 이용한 안무이다. 사선 대형으로 서서 빨간 천을 이용한 군무와 발레 안무라니! 발레공연에서 이런 장면을 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흡사 빨간 천을 이용해서 춤을 추는 ‘아이돌’의 공연을 보는 기분이라고 할까? 이 안무를 보면서 에스파다의 매력에 정신을 놓았다.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1).JPG
Alexander Sergeev in Don Qixote_by Natasha Razina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1막에는 정말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데, 모든 사람이 함께 부채로 박자를 맞춰주며 뒷배경을 채운다. 1인 안무를 할 때는 다 함께 지켜보면서 박수로 박자를 맞춰주기도 하고, 주인공들 뒤에서 캐릭터 댄스를 선보이기도 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해내는 것이다. 주인공들 뒤를 받쳐주는 배경 인물들에게 집중하면서, 또 스페인의 작은 마을을 연상시키는 무대 배경에 집중하면서 가장 몰입도 있게 관람한 1막이었다.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4).JPG
Don Quixote by Valentin Baranovsky
ⓒ 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그래도 역시나 입을 쩍 벌리면서 봤던 부분들은 클래식 발레 안무들이었다. 2막에서 돈키호테의 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큐피드들의 무대를 보면서, 정말 꿈을 꾸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노랑, 분홍, 하늘빛의 오묘한 색상의 튜튜를 입은 발레리나들은 동화책을 찢고 나온 요정 같았다. 3막의 그랑파르되는 내 기대만큼이나, 그 이상으로 훌륭히 소화해주었다. 이때부터는 모든 관객이 손뼉을 치지 않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환호하면서 감상한 것 같다. 32회전 푸에테를 내 눈으로 보고 왔다니! 그동안 봐왔던 인간의 몸으로 하는 예술이라고는 가수들의 ‘춤’이 전부였던 나에게, 발레의 고난도 기술과 동작들은 새로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인간의 몸과 동작이 저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하는 마음으로 발레의 원초적인 매력에 반해버렸다.



 

희극 발레를 더 만나고 싶다.



발레공연을 보면서 느낀 것은, 관람 전에 반드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공연은 ‘발알못’인 내가 보기에도 즐기기에는 충분했지만, 분명히 더 알았으면 훨씬 재밌게 봤을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토리에 대한 이해보다도 각 공연에서 유명한 안무 정도는 미리 찾아보고 익혀 두는 것을 추천한다. 그래야 무용수들이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고, 무용수 각자의 매력을 찾아내는 진정한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돈키호테>와 같은 ‘희극’ 발레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발레 초보인 내가 보기에도 이 작품을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스토리와 더불어 바질의 자살소동과 같은 희극적인 요소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페인의 전통춤과 접목한 캐릭터 댄스와 오리엔탈 댄스 또한, 레 동작만으로 이루어진 타작품들 보다도 관객들이 더욱 이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나는 <돈키호테>를 통해 발레와 멋진 첫만남을 가졌으니, 앞으로 더욱 발레와 친해질 수 있는 희극 발레들을 만나고 싶다.



[조연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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