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색면회화를 통한 예술 존재의 이유를 생각하다 [시각예술]

색면회화의 세 거장을 만나다
글 입력 2018.11.1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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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캔버스에 물감이 단순한 규칙으로 또는 완전히 하나의 물감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본적이 있을 것이다. 많은 감상자들은 이 작품을 어떻게 봐야할지 난해함을 느끼기도 하고, 이 정도는 나도 할 수 있는데 라는 당혹감을 표출하기도 한다. 거대한 캔버스를 색으로 덮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작품의 경향을 무엇이라 부르는지, 대표 작가들은 누가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와 같이 캔버스에 과감히 칠해진 형태를 색면회화라 칭한다. 1950년대에 들어 추상표현주의 사조와 함께 색면회화가 등장했다. 1940년대 후반부터 일부 미술가들은 물감과 색채를 다루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면서 추상표현주의를 개성적으로 해석하여 표현하기 시작했다. 야수파, 표현주의, 초현실주의에서 유래된 색면회화는 단색이나 두세 가지 색상을 매우 거대한 캔버스의 넓은 면에 스며들게 하거나 펴바르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감상자들이 사색에 빠지게끔 만들었다.


색면회화는 거대한 영역에 강렬한 색채를 사용하여, 보는 이의 감정을 해소하거나 고양시킨다. 어떤 구상적인 이미지가 없기 때문에 붓 자국이나 색조 대비 등에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캔버스에 색의 영역을 배치하는 데에만 주력한다. 이러한 특색을 통해 감상자들이 무한한 의미를 느끼게 하고, 뚜렷하지 않은 형태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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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r heroicus sublimis>, Barnett Newman, 1951



이 작품은 색면 회화의 거장 바넷 뉴먼의 <vir heroicus sublimis>이다. 그는 점, 선, 면 이라는 최소한의 표현, 기초적인 수단만으로 작가의 의도를 표현할 수 있다고 믿었고 감상자들에게 무한한 영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작품에서 보이는 ‘띠’ 또는 ‘선’ 같은 것은 그를 대표하는 양식이다. 이를 ‘지퍼 zips’라고 부른다.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이 선은 양쪽의 면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이 선을 바라보고 있으면 숭고함과 정신성이 느껴진다.


붉고 정돈된 형태는 강렬하면서 절제된 느낌을 준다. 단색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를 마주하면 감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일 것이다. 우리가 흔히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과는 엄연히 다른 그의 작품은 미술의 한계를 허물고 영역을 확장시키는 듯 하다. 단순하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은 작품이다. 최소한의 수단으로 최대한의 감정과 상상력을 자극시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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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ange and yellow>, Mark Rothko, 1956



다음은 마크 로스코의 <Orange and yellow>이다. 모호한 색면과 분명하지 않은 경계선이 그의 작품의 특징이다. 현실, 사실 등의 주제보다는 공간, 색채, 형태와 같은 형식적인 부분을 탐구하였다. 그는 캔버스에 재현적인 요소들을 완전히 제거시키고 추상적인 형태만을 표현했다. 예술의 진보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예술이 자본의 논리에 종속되는 현상을 경계하며 예술 그 자체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과 집착으로 그는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택했다.


로스코의 생애와 그의 가치관, 예술에 대한 태도 등을 살펴보니 그의 작품이 전하는 진심이 더욱 와 닿는 것 같다. 구체적인 형상을 지우고 평면과 색으로 진실을 찾고자 하는 태도는 무궁무진한 탐색을 이끌어낸다.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에서 인간의 본질과 근원적 감정을 탐구하길 바랐다. 평면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색, 총체적으로 다가오는 분위기는 어딘지 모를 깊숙한 가슴 속에서 서서히 일어나는, 설명할 수 없는 숭고한 감정과 애절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의 작품을 통해 위대한 작품 앞에서 느끼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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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J No. 1 (PH-142), Clyfford Still, 1957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와 함께 알려진 색면회화의 대표 작가인 클리포드 스틸이다. 당시 유럽의 모더니즘을 철저히 거부하고 추상 형태를 그려냈다. 그의 작품은 호프만과 로스코와는 달리 불규칙하고 고르지 못한 배열을 표현한다. 이는 마치 찢어진 종이, 헤집은 천 조각처럼 보인다. 장식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는 완전한 추상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물감을 굉장히 두텁게 발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날카롭고 불꽃과 같은 뾰족 한 추상적 형태를 효과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는 회화가 어떤 것을 정확히 묘사하거나, 상징할 필요 없이 회화 그 자체만으로 고유한 역할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회화가 가진 위대함을 온전하게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을 통해 추상회화의 이면을 느꼈다. 바넷 뉴먼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감정의 깊숙한 부분을 끄집어내지만, 클리포드 스틸의 작품은 최상에 존재하고 있는 감정을 건드린다. 평면에 자리 잡은 들쭉날쭉한 추상이 감상자들의 내면을 흔든다.


*


‘현대미술의 난해함’이라고 불리는 논란의 대상인 색면회화를 살펴보았다. 과연 이들의 작품을 가치 없다고, 나도 할 수 있다고 폄하할 수 있을까. 작품에 대한 평가를 보이는 모습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예술에 임하는 그들의 진심과, 누구도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고찰로부터 나온 결과물은, 단순히 색을 칠한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바보라도 캔버스에 색을 칠할 수 있다”  “진정한 회화는 양심의 문제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진실로부터 그림을 그린다”


- Clyfford Still



색면회화를 통해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를 깨닫는다. 감상자를 작품의 한 요소로 끌어들여 나의 세계를 움직인다. 일방향적인 TV, 스마트폰과 같은 매체는 개개인에 대해 탐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예술은 평소엔 돌아볼 수 없는 자신의 고뇌, 우울, 사색과 같은 감정을 마주하게 함으로써 심리적 감응을 일으킨다. 온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고 내면을 헤아려야 한다. 예술은 이와 같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나의 세계 모두의 세계를 건강하게끔 만든다.


색면회화의 가치, 예술가들의 진심 그리고 예술 존재의 이유를 곱씹으며 색면회화를 다시금 감상해 본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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