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답답한 액션 영화의 세계에서, 이런 스파이 [영화]
영화 스파이 (Spy, 2015), 미국
글 입력 2018.08.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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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배우는, 그냥 '배우'다.'남자 배우'라고 할 것도 없이 그 역시 그저 '배우'다. 모든 여성이 현장이 아닌 답답한 사무국에만 있는 것은 아닐 테고, 단지 여성이어서 그가 동료들을 능가했을 때 그게 주목해야 할만한 이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능력 덕이다.그럼에도 '여자'와 '남자'라는 참 단순하지만 아직까지 그 간극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드는 두 가지 요소로 나누며 이 영화를 설명한 이유가 있다. 아직까지 국내와 해외 할 것 없이 액션 영화들에서 많은 여자 배우들의 능력이 한계적으로 그려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혹은 남성들만이 가득한 세계에서 가끔씩 주인공에게 도움을 주는 술집 여자로 그려지는 데 그치거나. 캐릭터나 특정 세계관을 그려내는 데 있어 특별한 성을 가진 배우만이 요구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런 영화들을 수없이 보면서 답답했다.그래서 이 영화는 아주 통쾌하게, 그리고 정말 쉽게 보여준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남자 액션 주인공의 자리에 여배우를, 아니 멜리사 맥카시라는 배우를 등장시키면서. 답답한 액션 영화의 세계에서, 그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주인공의 등장은 과연 새롭지 않을 수 없었다.영화 스파이 (Spy, 2015)미국, 멜리사 맥카시(가운데) 주연으레 액션 영화들이 그러하듯, 영화는 남자 배우의 화려한 액션 장면과 함께 시작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도 아닌, 조연일 리 없을 듯한 주드 로의 연기가 계속되면서 영화는 남자 배우의 호흡에 맞춰 큰 흐름이 잡혀 나갈 듯 보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영화의 주인공이리라 생각했던 주드 로는 임무를 수행한 뒤 적에게 사망하고 만다. '주인공이 벌써 죽을 리가 없을 텐데? 곧 깨어나겠지' 했건만 깨어날 리 만무해 보인다.그리고 영화는, 예상치 못한 전개와 함께 숨어 있던 진짜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카메라가 방금 전 액션이 일어났던 현장이 아닌, CIA 사무실 '내부'를 비추기 시작한 것. 현장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하는 스파이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행동을 지시하는 이는 '진짜 주인공' 수잔 쿠퍼(멜리사 맥카시)였다. 실시간으로 현장 요원의 동태를 파악하며 '뒤에 누군가 오고 있어요!'부터 '지금 주먹을 날려요!'까지, 거의 원격 조종을 하는 셈이다.사무국의 정보 요원인 수잔 쿠퍼는 현장에 나가지 않는다. 역할은 사무국에 남아 '현장 요원'들에게 원격 상황 시스템 등을 통해 이어폰 너머로 방어나 공격을 지시하고 적들의 동태를 살피며 전달해주는 것. 자신의 지시로 마침내 작전이 성공했을 때, 현장에 있는 요원과 함께 기뻐하지만 언제나 앉아서 모니터와 이어폰 너머로 지시만 해야 하는 역할에 답답함을 느낀다.사무국 정보 요원 수잔 쿠퍼 (멜리사 맥카시)왠지 날렵함과는 거리가 멀 듯한, 통통한 체격을 가진 주인공의 모습과는 달리, 사실 수잔 쿠퍼는 현장 실기 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을 받은 요원이다. 주인공의 외형이나 인물 설정으로부터, 액션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배우의 주무기는 미인계이며, 날씬하거나 아름답다는 틀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일찍이 흥미로운 부분이다.주인공이 우연한 기회로 현장 임무를 맡게 되면서 극은 점점 더 여자 배우이자 요원인 그녀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진행된다. 전문적인 그녀의 커리어에 있어, 그리고 남자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군에 있어 그녀는 지성뿐만 아니라 당연히 남성이 우월할 것이라고 여겨지는 ‘육체적’, 즉 현장 임무 수행의 부분에서도 전혀 남성 동료들에게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능가’한다. 사건을 해결하는데 끼어들고 싶어 자꾸 그녀의 곁을 맴도는 몇몇 남자 동료들은 전혀 도움이 되질 않거나, 생각이 모자라는 인물들로 비치며 그녀에게서 ‘필요 없다’, ‘저리 가라’라는 말을 들으며 내쳐질 뿐이다.더욱 흥미로운 점은 사건을 해결하는 쪽이 여성일 뿐만 아니라, 적으로 등장하는 집단의 주인공 역시 여성이라는 점이다. 화려한, 영화에서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액션 장면들 역시 여자 주인공과 함께 또 다른 여성들이 채워 나간다.이처럼 영화는 남자 배우들의 주 무대였던 액션 영화에서, 마치 원더우먼 같은, 아니 원더우먼과 같이 ‘완벽한 몸매와 외모’를 가지지도 않았건만 더없이 자신의 직업과 임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인물을 그려낸다. 적에게 인질로 잡히거나, 도움이 필요하거나, 혹은 남편이나 아버지가 맡은 바를 다 해내고 세상을 구한 뒤 돌아오길 집에서 기다리는 여성이 아닌, 이 영화에서의 여성들은 CIA 부국장, 뛰어난 역량의 현장 요원, 부를 겸비한 적, 그리고 남자의 도움은 전혀 필요해 보이지 않는 강한 여성들이다.직장 상사의 자리, 액션 장면들이 즐비하는 현장의 인물들과 엑스트라들, 그리고 적들까지 항상 당연한 듯 남자 배우들이 차지해왔지만, 이 영화는 그런 남성 중심의 뻔한 틀을 뒤집는다.[남윤주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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