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키덜트라면 꼭 가야 할 전시 <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

글 입력 2018.08.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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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라면 꼭 가야할 전시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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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드디어 기다리던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전시회에 다녀왔다. 일부 캐릭터와 OST 정도만 알고 있기 때문에 나보다 만화를 훨씬 더 잘 아는 엄마와 함께 전시를 구경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사정이 생겨 혼자 전시를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도 나도 많이 아쉬워했지만, 전시를 보고 난 후에는 내가 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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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입구


용산에서 전시가 열린다고 하기에 이전에 전시를 본적이 있는 전쟁기념관인 줄 알았는데, 전자상가였다. 전자상가를 다른 일도 아니고 전시로 처음 가게 되다니 조금 새로웠다. 용산역과도 가까워서 뚜벅이가 가기에도 좋았다. 가게들을 구경하며 걷고 있자니, 키덜트(Kidult, Kid와 Adult의 합성어)에게 천국과 같은 이곳에서, 매니악한 ‘은하철도 999’의 전시가 열린다는 것이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전시에서도 “오타쿠의 메카인 용산전자상가에서”라는 설명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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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내부 (왼)
전시 초입에 있는 네온사인.
입구에 어울리는 대사였다 (오)


전시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말이었지만 오전이라 그런지 관람객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 않았다. 전시 구조는 독특하게도 지그재그로 감상하는 형태였다. 빈 가게를 하나의 부스로 꾸며놓은 것 같았다. 초반에는 ‘은하철도 999’에 대한 전시, ‘레이지버스’에 대한 전시가 있었고, 이후에 아티스트들이 그들만의 감성으로 ‘은하철도 999’를 새롭게 표현한 창작물이 전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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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초입,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가기 위한 절차처럼, 예스러운 인테리어가 반겨주었다. 그 시절 TV로 ‘은하철도 999’가 방영되고 있었다. 할머니 방에서 많이 봤던 자개장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초반에는 주로 ‘은하철도 999’와 ‘레이지버스’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뤘다. 사실 이 전시를 통해 ‘레이지버스’를 처음 알게 되었다. ‘은하철도 999’의 세계관이 이렇게 방대하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사실은, ‘메텔’이 로봇인간이었다는 사실이다. ‘은하철도 999’에 대해서 정말 아는 것이 없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전시 내용이 만화 내용과 관련된 것이다 보니까, 나처럼 정말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울 듯싶었다. 엄마랑 함께 올 수 있었으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을 지도 모르는데, 참 아쉬운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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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부터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자신만의 스타일로 ‘은하철도 999’를 해석한 미디어 아트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평범한 사고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전시부스도 있었고, 포토존으로 제격인 전시부스도 있었고, 또 현대적인 그림으로 해석한 그림도 있었다. 이 전시가 평범한 그림 전시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면 조금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이건 너무 미래적인데?’ 라는 생각이 드는 미디어아트 마저도 어느 순간 전시에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은하철도 999’가 그만큼 미래적이고 또 몽환적이면서, 그만의 코드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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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스도 있었다. VR존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부스였다. VR존은 궁금했지만, 혼자 갔기 때문에 조금 민망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쉽게 체험해보지 못했다. 그림 그릴 수 있는 부스는 진짜 만화가처럼 라이트박스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한참 그림에 관심이 많았을 때, 라이트박스는 만화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한 번쯤 써보고 싶어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쓸 기회가 생겨 참 반가웠다. 역시 혼자라서 머쓱했지만, 그런 추억 때문에 쉽사리 지나치지 못하고 결국 한 자리를 차지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그림들이 준비되어 있었지만, 그 중 그리기 쉬워 보이는 ‘메텔’ 그림을 선택했다. 색연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싶었지만, 아무렴 어떤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고이 접어 집까지 가져갔다. 부모세대의 추억이 담긴 전시에서 나의 추억을 발견하고 또 덕분에 소원성취를 할 수 있어 기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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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감상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굿즈샵’이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전시의 마무리를 담당하는 ‘굿즈샵’이 잘 꾸며져 있지 못하면 전시의 마지막 감상을 망치는 느낌이 든다. 반대로 잘 만들어진 굿즈가 많으면, 마무리가 즐겁다. 지갑을 열게 되기도 하고, 내 지갑을 열게 만든 그 굿즈를 보면서 두고두고 그 전시를 곱씹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시는 끝까지 좋은 인상을 남겼다. 사고 싶은 아이템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은하철도 999’의 포인트를 잘 뽑아서, 그리고 요즘 트렌드를 잘 반영해서 만든 듯 했다. 레트로 느낌이 물씬 나는 맥주잔을 살까말까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엽서 두 장과 뱃지 하나로 만족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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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출구(왼)
구매한 굿즈들과 대림미술관 스티커, 티켓.
티켓에 옛날 기차처럼 입장 시 구멍을 뚫어준다 (오)
 

전시는 여러모로 재밌었다. 그동안 전형적인 그림전시만 봐왔기 때문인지, 일종의 전시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전시는 전시에게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다. 독특한 전개방식, 원작의 분위기를 잘 담아낸 색다른 미디어 아트들. 조금 짧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림과 글만 보다 끝나는 다른 전시들과 비교했을 때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은하철도 999’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은하철도 999’를 좋아하고, 레트로를 좋아하고 그림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고 피규어를 좋아하는 키덜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전시일 것이다.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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