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 [전시]

저... 전시회는 처음인데 괜찮을까요?
글 입력 2018.07.16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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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연인들과 꽃, 1949, 마르크 샤갈>


몽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밤하늘 아래,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고 있다. 그 사랑을 축복이라도 하듯이 꽃병 속의 꽃은 저마다의 색을 한껏 뽐낸다. 그들이 속삭이는 사랑만큼이나 아름다운 꽃 그 아래로 보이는 마을은 작지만 평화로워 보인다.

샤갈의 작품은 이처럼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하지만 그 삶은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는 전쟁과 유대인 박해의 아픔을 견뎌내야 했다. 그가 한평생 잊지 못했던 그의 부인 벨라를 일찍 떠나보내기도 했다. 우리가 샤갈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가난과 불행이 이어지는 삶 속에서도 그는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시련이 그를 덮칠지라도 특유의 낙천주의와 천진함으로 그는 삶의 기쁨과 사랑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갈수록 팍팍해져 가는 삶 속에서 방향을 잃기도 하고 본래 목적을 잊기도 하는 우리. 이번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화가이기 전에 인간 '샤갈'의 사랑과 삶의 자취를 좇으며, 그의 그림과도 같은 따뜻한 위로의 말을 우리에게 건넨다.

지난 6월 5일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막한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9월 26일까지 열린다. 국립 이스라엘 미술관이 기획한 이번 전시의 주제는 '사랑'과 '삶'이다. 초상화, 나의 인생, 연인들, 성서, 죽은 혼, 라퐁텐의 우화, 벨라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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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1954, 마르크 샤갈>


필자는 전시회 경험이 많지 않다. 예술 쪽에 조예가 깊지도 않아 '마르크 샤갈' 하면 떠오르는 작품도 없다. 이런 사람들도 꽤나 많을 것이다. 미술관이나 전시회는 왜 가는지 모르겠고, 뭔지 모르니까 느껴지는게 없고, 그렇게 흥미는 더욱 떨어지고 아예 예술 문외한이 되어버린다. 내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게 된 이유, 나는 전시회에서도 뭔가를 배우려 했다. 정답을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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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반짝이는 스테인드 글라스. 나는 이런 작품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한다. '작가가 우리에게 주려고 한 것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겨 있을까?' 전시회나 박물관을 다니면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해주시는 큐레이터 분들이 있다. 그러면 꼭 그분들의 말을 열심히 듣고 기억하려고 한다. 정작 작품은 제대로 보지도 않는다.

지난해 여름 친구와 유럽 여행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친구와 나는 오스트리아의 한 미술관을 갔다. 입구에서 오디오 해설기를 사고는 해설기의 해설을 들으며 미술관을 다녔다. 안타깝게도 한국어 버전이 없었기에 영어로 된 해설을 집중해서 들었고 작품보다 해설을 듣는 데에 더 집중했다. 심지어는 그 유명한 클림트의 키스를 보고도 현지 가이드의 영어를 알아듣는데 집중했던 것 같다. 뭐라도 배우는 듯해서 뿌듯했던 기억이 난다. 눈 앞의 걸작은 보지 않은 채.

당연하게도(?) 그 때 들은 해설은 지금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서야 깨닫는다. 예술이란 것이 본래 보는 사람에 따라 다 다른 것이 아닐까. 도상학이니, 이 작품 속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다느니, 다 좋다. 하지만 그건 큐레이터 분들의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지 않나. 해설이 작품을 보는데 걸리적거린다면 듣지 않아도 좋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느꼈는지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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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1937, 마르크 샤갈>


고등학교 시절 수학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말씀하셨다. "해설지 보지 말고 안 풀리는 문제 있으면 최소 30분은 고민해라, 이 방법 저 방법 이 개념 저 개념 다 써보는거야. 그렇게 풀어야 진짜 네 것이 된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조금이라도 문제가 안 풀리면 해설지를 찾았던 나는 수학을 잘 하는 학생이 되지 못했다. 제 버릇 남 못 준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5년이 지난 지금, 예술 앞에서도 해설지를 들여다 보았던 것이다.

첨부한 몇 장의 작품과 제목만 봐도 보이지 않나. 샤갈의 작품이 얼마나 따뜻하며 끊임없이 사랑을 노래하는지. 그거면 되었다. 전시회가 처음이어도 상관 없고 샤갈을 몰라도 관계 없다. 일단 눈으로 보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샤갈은 생전 이렇게 말했다.
"삶이 언젠가 끝나는 것이라면, 삶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칠해야 한다."

그래, 그렇다면 그의 작품들도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있겠지. 아무래도 시작은 가볍고 밝은 게 좋지 않겠나.(샤갈의 작품이 가볍다는 것이 아니다.) 예술이 어렵고 미술관이나 전시회가 재미없는 사람들! 여기 여러분을 위한 전시가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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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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