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를 잊은 그대에게 [문학]

글 입력 2018.04.01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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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글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과
     편안하게 대화하는 느낌으로 적었습니다.
     같이 소통하는 듯 편안하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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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시를 잊은 그대에게> 공식 홈페이지)
 
  
여러분, 혹시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드라마를 알고 계신가요 ?
최근에 방송을 시작한 해당 드라마는 병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답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른 병원의 이야기인데요, 바로 의사들이 주인공이 아닌 병원드라마입니다.
여태껏 방영되었던 병원드라마를 돌이켜보면, 항상 유능한 의사들이 주인공이었으며
우리 또한 그것을 당연시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를 잊은 그대에게>는 공식화된 병원드라마의 틀을 깨면서
코메디컬 스태프 (Comedical Staff : 의사 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종사자들) 들이
주인공이 되는 드라마입니다.
물리치료사와 방사선사가, 그들의 이야기가, 이 드라마의 중심입니다.
 
그런데 왜 병원드라마의 제목이 <시를 잊은 그대에게>일까요 ?
시와 의료계가 어떠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
이 드라마는 그저 의료종사들의 평범하면서도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해지는 '시', 일상의 슬픔, 감동, 지침, 고단, 분노 등이 시라는 문학적 아름다움을 통해
위로 받는다는 점이 드라마에 어떠한 특별함을 더해줍니다.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서는 마지막에 항상 주인공의 감정이 '시'로 표현됩니다.
그래서 색다르게 주인공의 대사, 행동, 표정, 눈물 등이 아니라 낭송되는 '시'로 그 감정이 표현되고,
적어도 1개 이상의 시를 드라마를 보면서 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드라마를 보면서 알게 된, 저에게 다가와 꽂힌 시 한 편을 여기서 소개할까 합니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 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그 때 그 사람이
그 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
 
      
반 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나는
꽃봉오리인 것을
 
     
시 한 편 잘 머금고 오셨나요 ? 어떠셨나요 ?
저는 이 시 한 편은 너무나 큰 공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마 이 시를 통해 후회와 미련으로 얼룩진 저의 삶을 되돌아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들 있으시지 않으신가요 ? 지나간 것에 대한 후회와 미련, 이 둘은 항상 우리네 삶과 함께 하고
있지는 않나요 ?
그 때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조금 더 열심히 해볼 걸...
그 때 알량한 자존심을 내세우지말 걸...
그 때 용서를 받아줄 걸...
그 때 용서를 구할 걸...
이런 말 조금은 지겨우신가요 ? 너무 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우리는 어렸을 적부터 '지금 네가 흘러 보내는 1초, 1분, 1시간이
나중에 너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될 거야. 그러니깐 소중히 잘 사용해 !'
이런 충고를 너무나 많이 들어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평범한 어쩌면 지겨울 수도 있는 삶의 깨달음을 우리네 일상에서 쉽게 사용하는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단어들, 수식어구들을 통해 접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고개를 끄덕이고
마음 속에 깊게 각인되는 것, 이것이 시가 아닐까요 ?

저는 특히,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나는
꽃봉오리인 것을

이 마지막 구절이 가장 빠르고 깊게 저에게 다가와 박혔습니다.
요즈음 제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다는
좌절감에 빠졌습니다. 허탈함 그리고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 구절이 저에게 다가와 작은 위로의 손길을 건네는 거 같았습니다.
어떠한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에서 겪는 좌절감, 실패감, 무력감, 
그리고 사소하다고 자책해왔던 작은 노력들, 이들이 저의 내면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꽃봉오리가 활짝- 피어나기 위해 조금씩 조금씩
물을 주고 있는 중이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믿고 믿을려고 노력하다 보면 정말로 보잘것 없고 하찮아 보이던 꽃봉오리가
아름다운 꽃으로 활짝 피어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요 ?


여러분들은 제가 소개한 이 한 편의 시를 읽고
어떠한 감정과 생각이 일렁이셨나요 ?
저는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믿어보자고, 어쩌면 인생의 큰 자산은
나에 대한 믿음이 아니겠냐고, 말을 건네고 싶네요. 시를 잊은 그대에게.


[이혜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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