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과 우리

글 입력 2018.02.22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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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과 우리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대한민국 인구는 약 5171만이다. 카카오톡 국내 가입자 수는 무려 4200만 명이다. 카카오톡, 이하 ‘카톡’은 오늘날 국민 대다수의 일상에 빼놓을 수 없는 소통 도구며 국내 메신저의 상징 그 자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들은 물리적 거리가 떨어져있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준다. 그 과정에서 체감할 수 있는 편의성과 속도감은 기존 수단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을 더 편리하게 해주는 과학기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문명의 혜택을 유익하고 건강하게 활용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긍정적 효과 못지않은 부작용을 우리 삶에 가져오기도 했다.

 길거리나 카페, 지하철 뭐 어딜 가도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런 풍경은 너무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적잖은 사람들이 설령 친구나 연인, 가족 등의 일행과 같이 있어도 틈만 나면 습관적으로 폰을 만지며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SNS(Social Network Service)나 모바일 게임, 카메라를 키곤 한다.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나 역시도 심심치 않게 그러고 있다. 그러나 습관적으로 폰을 확인하는 행동은 중독현상의 초기 증세가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속박당한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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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네이버 건강백과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를 비롯해 여타 SNS의 발달은 수많은 사람들을 온라인에 접속시키고 접촉하게 한다. 우리의 외로움을 달래 준다. 그 어느 때라도 화면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고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빠져들고 그럴수록 자신들이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SNS는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글을 쓸 수 있게 해 불특정 사람들한테 알릴 수 있게 한다. 프로필에 원하는 사진을 올릴 수 있게 한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잘 나온’ 사진을 올려 계속해서 포장하게 만든다.

 SNS에 몸담은 사람들은 자신의 폰을 확인했을 때 메시지가 왔다는 알림이 없으면 고독함을 느낀다.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길 바라거나 말을 걸어본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들의 높은 사용률은 숫자에 불과하지 않고 부정적인 숫자로 보여진다. 현대인들은 온전한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기 어려워한다. 고독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몰라 그 고독감을 견디기 어렵다는 이 아이러니. 책을 읽는다거나 다른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 재미없고 힘들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앱들은 책에 있는 내용을 포함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다. 대단하지만 그만큼 우리를 지배한다.

 물론 나를 비롯해 가급적 카카오톡을 하지 않는 사람들 역시 꽤 있다. 카톡을 수시로 확인하며 메시지를 주고받는 사람들보다는 비교적 소수에 해당할거라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에겐 오히려 카카오톡이 귀찮다. 그리고 불편하다. 메시지를 확인하면 무언가 답장을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메시지를 읽으면 곧바로 상대방도 알 수 있게 된다. 그런 수신확인 기능 따위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톡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안 하면 상대는 자기를 무시한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톡을 보내면 금방 확인할거라고 착각하게 만들어버렸다.

 업무 시간이 끝나도 직장상사들 또는 담당업무 관련자들에게 수시로 오는 ‘업무용’ 카톡 때문에 직장인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휴가를 가서 계속 회사 일에 신경써야 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처럼 우리 삶 속에서 큰 축인 노동에서도 카카오톡은 사람들을 옥죄는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원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카카오톡을 수시로 확인하게 만든다. 무시라도 하면 폰 확인을 안했냐며 혼난다는, 많은 직장인들은 고통스럽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하면 정말 편하다. 그 편리함은 속도에서 온다. 하지만 정말로 그렇게 빨라진 속도가 인간들에게 그만큼의 여유를 가져다줬는가? 아니라고 본다. 때로는 실수하고 상처받을지라도 사람들을 직접 만나야 한다. 온라인에서 스쳐 지나갈 스냅사진 같은 교류가 아닌, 진정성과 깊이가 있는 유대감을 형성해야 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가상적인 관계들이 ‘현실적인 관계의 가장 실질적인 부분’을 마구 휘저어버린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사회적 유대관계와 약속들을 마치 한 순간의 광고처럼 인식하여 실제세계(오프라인)를 잃어간다는 날카로운 경고다.

 끝으로, 여러 사람에게 이런 얘길 듣고 산다. “넌 카톡 안보냐?”, “톡을 언제 보냈는데 이제야 확인해?” 거참 본인들이 빠르게 확인하고 빠르게 답장한다고 나까지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 마시라니까.


[송경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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