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오는 날엔 편지를 [문학]

겨울이 다 끝나기 전에 읽는 시 한편
글 입력 2018.02.2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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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겨울 눈 오는 어느 날이었다. 집 앞에서 미끄러져 대자로 누워버렸다. 부끄러움을 느끼던 것도 잠시 하늘이 보이자 조금 더 이대로 누워있었으면 하는 욕망이 나를 사로잡았다. 물론 바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타협했지만 말이다. 2018년 2월의 막바지이다. 겨울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워 나를 힘들게 하였다. 하지만 그만큼 자주 내리는 눈으로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눈 내리는 하늘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새하얀 눈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해준다. 이렇게 겨울을 끝내는 것이 아쉬워 이번 겨우내 나와 함께 한 시 한 편을 소개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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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윤동주

누나!
이 겨울에도
눈이 가득 왔읍니다.

흰 봉투에
눈을 한줌 넣고
글씨도 쓰지 말고
우표도 붙이지 말고
말숙하게 그대로
편지를 부칠가요?

누나 가신 나라엔
눈이 아니 온다기에.


 겨울이 오고 눈 오는 날이면 읽게 되는 시다. 윤동주 시인의 시들은 아련하기도 하고 가끔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그 겨울 어떤 삶을 보내었는지 감히 추측조차 할 수 없지만, 윤동주 시인도 하늘의 눈을 보며 잠깐의 설렘이라도 느꼈길 빌어본다.

 나는 시를 읽을 때 분석하기보다는 그냥 그대로 느껴지는 대로 시를 읽는다. 시는 내가 어느 감정으로 읽는가에 따라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나의 감정 상태에 따라 편지라는 시는 풋풋한 첫사랑을 상상할 수도 있게 하고 절절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도 한다. 이번 겨울은 단순히 추위 때문 만에 힘든 것은 아니었다. 아프고 참담한 심정을 느끼게 하는 일들을 연이어 보며 편지는 나에게 또 다른 울림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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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이 시 한 편과 얼마나 잘 어울리는가를 모두가 느끼기를 바란다. 남은 겨울 윤동주 시인의 편지로 따스하게 보내며 봄을 기다려본다.


[황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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