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국내 대규모 팝아트를 만나다. 'HI-POP,거리로 나온 예술'

친숙하면서 이색적인 팝아트 통통 튀는 매력도 있지만 생각보다 고민을 낳기도 해.
글 입력 2018.02.03 23:4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151.jpg
  

국내 대규모 팝아트 전시회라더니 많아도 많아도 너무 많다!

르메르디앙 M 컨템포러리에 도착하자마자 카페테리아와 로비에 사람이 없다 싶어 여유롭겠거니 싶었지만 웬일, 전시장 안으로 본격 진입하니 사람이 많아도 너무나 많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이라 그런지 인기가 대단한 걸까?

분위기는 밝고 밝았다. 뭐라고 딱 정의할 수 없는 미국 스타일. 그 에너지가 공기의 흐름마저 바꿔버린 느낌.


image_2814203171517665973273.jpg
 

팝아트의 전반적인 설명으로 하이팝 전시회는 시작된다. 

처음으로 나를 맞이한 작가는 '로버트 라우센버그 Robert Rauschenberg'.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일상의 모든 사물 및 파기된 것들을 조합하여 확대된 새로운 개념의 콜라주식 미술 경향인 '콤바인 페인팅'이란 장르를 만든 이 사람의 작품은 그야말로 난해 그 자체였다. 하나의 작품임은 확실히 알겠는데 솔직한 심경으로는 설명 없이 이해가 힘들 것 같아 다시 밖으로 향했다. 오디오 가이드를 향해서.


IMG_4688.jpg
 

생명줄을 연결하듯 오디오 가이드를 귀에 꽂고 유준상의 정직한 목소리를 가이드 삼아 본격적인 미국 팝아트 세계로의 여행이 시작됐다.

의미 있는 조각들이 한데 모여 또 하나의 의미를 창조하는 작품들이 주를 이뤘던 로버트 라우센버그는, 작가의 세계를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아니 버거웠다. 사실만 놓고 봤을 때 제목과 작품명, 그리고 작품 속 담긴 하나하나의 의미, 조각조각 나누어진 개별의 존재들을 독립적으로 이해한 후 하나로 융합시켜 해답을 찾기엔 상당히 까다로웠다. 도무지 안되겠다 싶어 최선의 선택은 '디자인틱하게 감상하기.' 그렇게 감상하니 까다로웠던 작품이 점차 안정적으로 보였다.


image_2142251211517666611861.jpg
 

하이팝 전시회 첫 시작부터 망설임의 고민이 드려는 찰나, 팝아트의 진면목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말로 표현하자면 '만화 기법'이랄까 흔히 팝아트를 생각하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 이미지들이 대거 등장하기 시작했다. 알록달록 진하고 화려한 색깔과 작품 속 담긴 멋진 인물들 사물들. 작품들이 진열되어 있는 이 공간 자체만으로도 경쾌함을 주기에 딱이었다. 

그러나 작가들이 표현하고자 했던 쿨한 느낌의 표현이라던지 기하학적 패턴이나 무늬들은, 작품을 천천히 음미하기만 해도 "아 이런 식으로 표현했구나" 싶은 생각에 곧바로 받아들이게 되었지만, 만화적인 기법에서 오는 가벼운 느낌 때문인지 의미가 담긴 메시지는 사실상 크게 와닿지는 못했던 것 같다. 역으로 이런 게 팝아트 고유의 매력인가 싶기도 해 갈팡질팡 머릿속 생각 고리의 회전은 심히 깊어만 갔다.

분명히 작품과의 거리 경계선은 무너진 것 같은데 고전 작품들보다 더 많은 고민을 낳는 건 왜일까.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어디선가 음악이 들린다. 경쾌한 비트가 들리기에 비트에 맞춰 빠르게 그곳으로 몸을 옮겼다.

주인공은 '키스 해링 Keith Haring'. 키스 해링은 경쾌한 음악과 만나 상당히 펑키 한 느낌이 강했던 작가다. 앤디 워홀과의 합작은 귀여움을 자아냈고 말 그대로 그저 즐기기에 좋았다. 그러나 그저 즐기기만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그중 '종말 시리즈'는 에이즈 감염이 확산되었던 시대상을 반영해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기괴한 느낌도 있었지만 표면적인 표현보다는 시대상을 생각하며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했더니 결국 남는 건 그의 의식이었다. 팝아트라고 해서 가볍게만 여길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image_7410732561517667216324.jpg

IMG_4893.jpg


하이팝 전시회의 끝이 보인다.

'LOVE'로 유명한 '로버트 인디애나 Robert Indiana'와 '앤디 워홀 Andy Warhol'은 그 옆 다른 전시장에서 더욱이 화려하게 전시되었다. 사실 작품 하나하나 주의 깊게 보느라 지친 기색이 있던 나였는데, 로버트 인디애나를 거쳐 앤디 워홀의 작품을 만나니 에너지는 다시 샘솟기 시작했다. 역시 앤디 워홀의 힘인가. 내가 이번 하이팝 전시회에서 가장 기대했던 작가다.

앤디 워홀을 끝으로 이번 팝아트 전시는, 깊은 감성보다는 재치와 화려한 색감, 인물과 친숙한 사물의 조화가 만들어 낸 조금은 가볍고도 발랄한 에너지만으로 충분했고 만족스러웠다. 대규모였던 만큼 생각의 시간과 체력이 필요했던 것이 새삼 놀라웠지만 팝아트가 예상과 달리 그저 쉬운 예술이 아님을 깨달았고 작품과 고민이 충돌했던 순간들이 전시장을 나와 비로소 내 안에 즐거움으로 자리매김했다.



IMG_2435.jpg
 

[그녀윤양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