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고전X탈춤, '오셀로와 이아고' -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극]

글 입력 2018.01.21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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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와 이아고
- 2017 공연예술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 -




포스터_오셀로와 이아고.jpg
 

셰익스피어 고전 명작 X 한국 전통예술 탈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천하제일 탈공작소





쇼케이스 사진_1.jpg
▲ 쇼케이스 스틸컷 (1)


 한국예술위원회가 매년 주최하는 예술 지원사업 ‘공연예술 창작산실.’ 2017년에도 어김없이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쟁쟁한 작품들이 단계별 심의를 거쳐 우수 창작 레퍼토리 선정작을 내놓았다. 연극, 무용, 뮤지컬, 전통예술, 오페라 등 공연예술 전 장르를 아우르며, 기획부터 쇼케이스까지 치열한 단계별 심사를 거쳐 선정된 신작들은 그 결과답게 굉장한 실력과 작품성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도 5개 장르에서 총 22개의 작품이 선정되었고, 작품들은 순차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마음껏 그 역량을 뽐내게 된다. 천하제일 탈공작소의 <오셀로와 이아고>도 선정된 신작이다. 동시에 내가 손꼽던 기대작 중 하나다. 공연예술 창작산실 선정작은 옥수수가 팝콘이 되어 튀어 오르듯, 톡톡 튀어 오르는 기발한 신예 창작자들이 자랑스럽게 내보인 작품들이다. 머지않아 더 빛을 발할 ‘믿고 보는’ 올해의 신작, 그 중 고전의 의미와 단체의 개성을 구성지게 조화시킨 전통예술 <오셀로와 이아고>를 혜화 아르코예술극장에서 보았다.
 
 극장에 들어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음산한 분위기와 무대였다. 사전에 탈춤이라는 걸 모르고 간 건 아니지만 그에 대한 지식도 부족했고 실제로 보게 된 건 처음이라 잘 그려지지 않았더랬다. 그저 머릿속에 상상되는 이미지 그 자체였기에 탈춤 무대는 어떨까, ‘어때야 할까(다른 극과 차별점)’ 궁금했다. 붉은 바닥 위에 흰색 굵은 모래(?)가 골고루 쌓여있던 무대. 소금 같기도 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극중에서는 자작자작 밟히며 나는 소리가 꽤 인상적이었다. 인물들의 감정이 격해졌을 때, 그들이 춤을 추며 바닥을 세게 구르거나 발로 그것들을 차곤 했다. 그러면 흩뿌려지거나 튀어 오르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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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케이스 스틸컷 (2)


 언제나 새롭고 참신한 시도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뒤따르는 법이다. 고전과 전통예술의 콜라보라고 했을 때, 그 의도가 무척 짜릿했음은 사실이지만 자칫 난해해지거나 각각이 가진 개성이 죽진 않을까 우려가 되곤 했다. 이런 점에서 <오셀로와 이아고>는 선망과 질투와 필연적인 저항이 못내 깃든 ‘콜라보’의 장에서 그 포문을 잘 연 것 같다는 생각. 시작이라는 데 후한 점수를 받은 것도 없잖아 있지만 대체적으로 실험요소들을 적절하게 담아냈다. 원작을 모두 담아내야한다는(창작자 뿐 아니라 보는 이들도 그렇잖은가?) 강박을 버리고 중심이 되는 장면을 막으로 구성하여 흐름의 이해를 도왔다. 마치 라이브 포토를 넘겨보는 기분이랄까. 그렇다고 탈춤에 무게를 두었느냐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온전한 탈춤과 전통적인 몸짓의 연속이 극을 채웠다면 보다 전문적이었겠지만 보는 이들의 흥미를 끌어내는 데는 호불호가 갈렸을 것이다.

 <오셀로와 이아고>는 탈춤을 기반으로 끌어가되 때론 살랑이는 손짓몸짓으로, 때론 우스꽝스러운 율동으로 관객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그렇기 때문에 혹자는 탈춤이 가진 짙은 색채와 전문성이 덜어졌음에 있어서 아쉬움을 표할 지도 모르겠다. 한복을 입고 탈을 쓴 탓에 고전명작의 느낌도 덜어지고, 그렇다고 한국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애매한 지점에서 이벤트성을 띄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동의하는 바이나, 글쎄. 빨강과 주황을 섞은 것도 아니고, 빨강과 파랑을 섞은 것인데 보라가 되지 않았을 수가. 그러니 탈춤을 차용하여 서양 고전을 담아낸 데다 다수의 관객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나로서는 관객석 어딘가에 앉아 무척 즐겁게 본 공연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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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곡은 대사로 이루어진 장르고 무용은 몸으로 전달하는 장르다. 대사를 확 줄여 탈춤의 형식으로 바꿔오고도 사악한 말재간을 가진 이아고와 그에 놀아나는 오셀로, 그리고 데스데모나의 억울한 상황들이 전달된 데는 각각 고성오광대, 하회별신굿탈놀이, 강령탈춤을 이수한 실제 탈꾼들의 노련함도 있었겠지만 음악과 연출도 못지않게 역할하였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오셀로가 가면을 바꿔 썼을 때다. 데스데모나가 카시오와 정분이 난 걸 알고 붉으락푸르락 분노하던 오셀로가 격렬하게 탈춤을 추다 화에 못 이겨 가면을 벗어버렸을 때는 깜짝 놀랐다. 탈춤에서 탈을 벗기도 하나...? 하는 생각도 슬며시. 이아고가 건네는 마냥 웃는 얼굴의 탈로 바꿔 쓰고 원래의 탈은 밟아 부숴버리는 오셀로. 그런 오셀로를 보며 ‘마음을 숨기는 탈을 쓰라’고 말하는 이아고의 대사에 소름이 돋았다. 원작 <오셀로>가 가진 주제와 탈에 내포된 의미가 정말 딱 적합하지 않은가? <오셀로와 이아고>의 탄생의 의미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이었던 것 같다. 얇은 막을 경계로 전통음악도 무대에서 함께 하였다. 직접 소리를 하고 악기를 연주했다. 관객과 마주앉아 연주했기에 악기소리가 직접적으로 들려 더 신명이 났다. 특히 내가 좋았던 건 소리꾼의 소리다. 목을 타고 사정없이 토해지는 소리가 그로테스크하게도 느껴졌다. 바로 앞에서 펼쳐지는 전통극과 잘 어우러졌다.


천하제일탈공작소.jpg


 창작산실 선정작답게 연출의 의도와 단체의 개성과 극에 실어 넣은 힘까지 전반적으로 탄탄한 구성이었다. 과연 기대되는 이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작품 안에 혼신의 힘을 다해 그들이 추구하는 예술과 탈춤을 펼쳐나갈 방향성을 넣었을 것이다. 다른 이들에겐 어떻게 느껴졌을지 모르겠지만 예술에 무지몽매한, 평범한 한 관객으로서 본 나에게 이들의 다음 작품은 충분히 나의 기대와 설렘을 이끌어낸다. 또 여러 면에서 참 멋졌다. 전통 탈춤이라는 비주류의 영역에서 그것이 가진 예술성과 우수성, 그리고 우리의 역사가 담긴 가무를 알리려는 노력은 그것을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들 덕에 완전히 잊히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계속 되어오는가 보다. 이러다 색이 섞이든, 바래지든, 아니면 더 짙어지든 그건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분명히 우리의 우려보다는 기대하는 바로 나아갈 것임을 믿는다. <오셀로와 이아고>, 즐겁게 보았다.



웹전단_오셀로와이아고.jpg
 

[김지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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