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세계인 '알렉산더 지라드展' [전시]

글 입력 2018.01.12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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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텍스타일, 건축가, 인테리어, 등등… 내가 알렉산더 지라드라는 이름을 접하고 처음으로 그에게서 받게 된 인상은 디자인이기는 하나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의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접하면 2D의 이미지와 같은 평면적인 작업들을 먼저 생각하는 까닭이다. 내가 생각하는 그는 상당히 입체적인 작업을 하고 그러한 작품들을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았다.

 그러나 사실 내가 전시장 안에 딱 발을 내딛었을 때 제일 먼저 보게 된 것은 평면적인 작업물로,디자이너로서의 시작이 되는 그림이나 스케치와 같은 것들이었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되게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음영이 있는데도 왠지 모르게 평면적으로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한 발짝 떨어져서 그림을 보고 있으면 창 문 너머에 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입체적인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쉽기도 했다. 양립할 수 없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던 특징들이 한 그림 안에서 느껴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의 그림이 재미있는 다른 이유는 하나의 그림 안에 다양한 재료가 눈에 탁 도드라지게 보인다는 것이다. 직선이지만 선이 매끄럽지 않은 색연필의 표현과 여기저기 얼룩진 수채화의 조화를 보면서 복잡한 도시의 느낌을 잘 전달하는 것 같다고 느꼈고 그 복잡함이 예쁘게 느껴져서 그림을 보고 있으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초기 작품인 그림과 스케치들을 지나오면 텍스타일 건축가로서의 그의 단면을 볼 수 있다. 텍스타일에 대해 막연하고 추상적인 관념만 가지고 있었을 뿐 정확한 개념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텍스타일이 간단히 이야기해 직물을 바탕으로 하는 디자인의 갈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파트는 상당히 눈을 즐겁게 해 준다. 말 그대로 즐거웠다. 텍스타일의 특성 상 패턴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형형색색의 자유로운 선과 도형들의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열 맞추어 줄 맞추어 집합해 있는 듯한 깔끔한 인상 또한 동시에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왔던 ‘패턴’이란 단순한 반복에 불과했는데 그가 보여주는 패턴들은 변화 있으면서도 하나의 컨셉을 가졌다는 점에서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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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에서 지라드 자택에 대해 읽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데 지라드는 산타페의 자택을 구매해 자신의 실험실로 생각하고 꾸준히 변화시켰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실험실’에서 실험했던 결과들은 다른 프로젝트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나는 그가 ‘집’이라는 공간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 예술가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테리어라는 디자인 장르는 하나의 공간에서 실현시키기에 다른 예술 장르보다 어려움이 많을 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집을 자신의 작업실, 실험실, 나아가 전시장으로 활용하는 것, 끊임 없이 변화를 시도하는 것, 공간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나에게는 매력적인 사고로 다가왔다.

 또 내가 인상깊게 보았던 파트는 브래니프 인터내셔널 항공사와의 작업물들을 전시한 부분이었다. 그 파트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으나 복고풍이면서도 키치하다는 점을 통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브래니프는 70년대에 다른 항공사와의 차별화를 위해서 비행기의 기체를 다양한 색으로 칠했다고 하며 또한 독특한 유니폼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브래니프만의 개성을 표현했다. 이러한 항공사의 개성, 그리고 알렉산더 지라드와의 콜라보를 보면서 예술을 중시하는 기업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때문인지 브래니프는 당시 가장 세련된 항공사로 인식되었다고 한다. 그에 대단히 공감하게 되었으며 딱딱하고 단순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보면서 시대를 내리 사랑 받을 법 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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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의 끝자락에 오면, 수집가 지라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는 포크아트를 미래를 위한 영감의 원천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수집했으며 이에 대해 탐구하는 것을 또 다른 작품으로 남겼다. 그가 찰스&레이 임스 부부와 함께 제작한 ‘망자의 날’이라는 15분짜리 영화는 멕시코의 기념일인 망자의 날 하루를 좇아 수공예품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그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지구 반대편의 문화와 하루를 보여주는 그 영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공예품들에 대한 지식뿐만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가치관이다. (“이것은 살아 있는 사람들, 죽은 사람, 그리고 다시 살아있는 사람이 따듯하게 교제하는 것입니다.” _망자의 날 中) 지라드가 포크아트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이러한 매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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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확실히 알렉산더 지라드 전은 내가 전시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풍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사실 지라드의 작업물들은 ​멀리서 모아 놓은 것을 보면 예쁘긴 하지만 가까이서 하나하나 보기에는 머리 아프게 전시되어 있다. 그냥 지나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조금은 인내를 가지고 하나하나 들여보다 보면 분명히 위트 있고 흥미로운 작품들을 발견하게 된다. 눈을 즐겁게 해주고 이어서 깊은 생각을 주니 그의 작품들은 디자인으로서의 가장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이너와 수집가로서 다양한 장르의 경계를 드나들며 그야말로 디자이너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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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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