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비평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

연극 비평가 극단 신작로 작품
글 입력 2017.12.04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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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평가 ‘무엇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


오랜만에 혜화동 동숭아트센터에 다녀왔다. 연극 비평가를 보기 위해서다. 극단 신작로가 제작한 이 비평가 연극은 2017년 예술창작지원 사업 선정 작품으로 스페인 작가인 후안 마요르가의 원작을 2인극으로 제작한 연극이었다. 비평가 연극은 연극의 대본을 쓰는 극작가인 스카르파(이종무 연기)와 그 연극을 보고 연극 평을 쓰는 비평가 볼로디아(김승언 연기)의 대화 형태로 진행되었다. 여기서 내가 흥미롭게 생각한 것은 모두 무엇인가를 위해 글을 쓰는 두 사람의 만남과 대화였다. 연극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철학적 사유와 논리로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속에 표현되고 있었고, 언어샤워를 하는 것처럼 끝없이 쏟아지는 은유적인 표현과 논리를 들으며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극장의 반응 또한 뜨거웠다 평일 늦은 시간에 펼쳐지는 연극이었지만 객석은 거의 만원이었고 연극을 하는 100분 동안 두 사람이 하는 대화에 흠뻑 빠져서 웃기도 하고 연극이 주는 의미를 생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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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란 무엇인가? 연극을 보면 뭐가 변할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무대였고 무엇을 위해 극작가는 연극을 쓰고 또 왜 그 연극을 평가하는 것일까? 연극 자체에 대한 필요성을 연극으로 역설하고 있었다.

연극을 보고 작품 속의 볼로디아는 사람들의 감정만을 자극하는 감동이 없는 연극, 감동 없는 감상주의라고 비판했고 세상에는 온통 나쁜 배우들이 판치고 있으니 연극에서만이라도 진실을 꺼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작가 스카르파는 연극은 절대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용감함을 연기하는 배우들은 실제 삶에서 완벽한 겁쟁이들이고, 무대에서 자유를 외치는 연출가들은 실제 삶에서는 끔찍한 폭군들이며 작가들은 우리가 쓰는 단어들을 날마다 수백 번은 어기며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극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연극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관객들에게 새롭게 질문을 하는 연극이었다.

이 글을 쓴 스페인의 작가 후안 마요르가(1965년~현재)는 작품에 나오는 스카르파처럼 연극의 대본을 쓰는 극작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서전적인 것은 아니어도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과 연극에 대한 생각이 깊이 있게 연결되어 있다고 고백하며 관객이 비평가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연극은 만드는 사람들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유하고 공유하는 사람들에 의해 새롭게 만들어지고 그것을 보고 평가하고 나누면서 비로소 연극이 완성되어 간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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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평가의 내용은 이렇게 시작한다. 10여 년 전 젊은 스카르파의 연극은 모든 사람에게 찬사를 받으며 끝났지만 볼로디아는 스카르파를 향해 가혹한 비평을 쏟아낸다. 그의 비평을 증오하면서도 스카르파는 그 비평을 1000번도 더 읽고 볼로디아의 평가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스카르파는 볼로디아를 뛰어넘는 위대한 극작가가 되길 원하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결국, 자신의 작품 속에서 자기 자신조차 찾아내지 못한 존재의 의미를 파악하게 되고 볼로디아의 비평을 스승의 가르침으로 받아들인다. 첫 작품에서 “깨진 거울 앞에서 옷을 벗는 여인”에 대한 볼로디아의 논리를 이해하게 되고 그의 비평을 가르침 삼아 아프지만 성장하는 계기로 삼게 된다. 하지만 볼로디아의 비평은 해를 거듭할수록 차갑기만 하고 볼로디아를 이해하기 위해 우연히 볼로디아의 뒤를 밟게 된다. 그리고 기적처럼 드디어 오랜 절필 끝에 스카르파의 작품이 완성되고 무대에 오른다. 스카르파는 누구보다 볼로디아의 칭찬을 바란다. 모든 사람의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의 비평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와인 한 병을 사들고 볼로디아를 찾아간다. 둘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 대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되고 작품에 대한 논쟁을 통해 진실을 찾아나간다.

스카르파가 이렇게 볼로디아의 비평에 오로지 집중하며 자신을 가다듬고 연극을 만들어갈 즈음 볼로디아는 어떻게 지냈을까? 볼로디아는 어떤 비평을 쓰든지 그 글은 스카르파가 읽어주기를 기대하며 비평을 써나갔고 비평 하나하나에 스카르파가 성장하고 배울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겨 놓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스카르파를 비평으로 가르쳐왔다고 주장한다. 스카르파는 자신의 비평을 모르는 채 넘어가지 않고 끝까지 마주하고 정답을 찾으려 노력했다고 칭찬해 주고 스카르파의 새 작품을 오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고 기대했다고 고백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열광했지만 볼로디아는 달랐다.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친 것은 자신들의 거짓말을 지지해 주었기 때문이고 스카르파는 거짓말을 선택했노라고 비판한다.

두 사람은 마치 거울을 보며 서로 다른 듯 닮은 이야기를 끝도 없이 이어간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사실 이야기 속에서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스카르파는 볼로디아의 실제 일상을 엿보게 되고 비평가 볼로디아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가 머물렀던 공간과 그가 만났던 사람들 그의 행보를 기록하는 과정에서 그가 만난 어떤 여인을 진실이라고 이야기한다. 볼로디아를 사랑한 그 여인의 사랑이 진실일까? 그렇다면 그녀의 진실을 이해하지 못한 볼로디아가 잘못한 것일까? 이제 스카르파는 그 진실의 여인을 볼로디아가 진심으로 찾기를 원한다면 볼로디아가 적당한 단어들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중간중간에는 위트와 유머가 넘치고 서늘한 논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주인공이 살아온 스토리가 아름답게 살아났다. 비평가와 극작가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평가하는 또 다른 작품으로 들어가서 논쟁을 하고 그 작품 속의 권투선수 에릭과 타오베스에 대한 이야기를 마치 비평가와 극작가의 관계로 은유적인 표현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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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한 연극 한 편을 감상하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다. 감명 깊은 책을 한 권 읽은 것처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본 연극이었다.


“스카르파는 자신만의 감정을 갖고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해요. 가만히 침묵하세요. 모두가 떠들 때는 침묵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들을 수 있고, 모두가 움직일 때 제대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뒤 따라 가려 하지 마세요. 제대로 보려면 경계밖에 머물러야 해요. 침묵하는 사람만이 제대로 들을 수 있어요. 현재의 흐름에서 벗어나 감히 고독이나 조롱과 마주하세요. 그리고 저항하기 위한 일을 준비하세요.”

- 연극의 대사 중에서





[김효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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