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제는 오늘이 아니라서, 연극 복덕방 [공연]

연극 복덕방
글 입력 2017.12.0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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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목수_복덕방_포스터.jpg
  
 
 
Prologue.


  세대 차이를 경험할 때마다 요즘 1020세대는 ‘꼰대’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본인이 속해있는 세대 집단과 가치관이 다르거나, 자신을 가르치려 하는 기성세대를 낮추어 부르던 것에서 몇 년 전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에 와서는 이 말이 더 널리 쓰이면서 기성세대를 비판하는 한편, 같은 세대 집단이라도 공유하고 있는 주된 가치관에서 벗어난 발언이나 행동을 할 경우 사용하며 ‘꼰대’가 되기를 무척 경계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연극 복덕방 속의 인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신의 젊은 날에 있던 세상이 변해가고 있음을 부정하며 빠르게 흐르는 시대의 물결 속에서 과거를 붙잡으려 하지만, 그것이 녹록지가 않은 세 인물이 겪는 슬프고도 일상적인 이야기. 하지만 요즘 사용되는 ‘꼰대’라는 말이 지칭하는 대상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하던 이들을 통해 연극에서 말하려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일제강점기, 그들의 시대 적응기


  연극 복덕방의 시대 배경은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로 소설의 배경과 같다. 일제강점기를 겪으며 당시의 인물들은 나라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점뿐만 아니라 빠르게 흘러들어오는 서양의 신문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한 시대변화를 겪고 있었다. 이 시간 속에서 당시 사람들은 적응을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내야 했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시대에 뒤처진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되었다. 세상은 적응에 성공한 사람들의 것이 되어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진 이들은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떠한 자리를 갖지 못한 채 지난 시간을 그리워하는 것으로 삶을 채울 뿐이었다.
 
  이태준의 소설이 담담하게 사실을 그려내는 듯하지만 지적하는 바는 바로 이렇게 시대적으로 도태된 이들의 부적응이었다. 흐름에 부적응한다는 것은 삶에 대한 그들의 게으른 태도일 수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는 연민의 시선도 어느 정도 느껴진다. 딸 경화에게서 인색한 부양을 받는 안 초시와 훈련원 시절을 추억하는 서 참의, 그들의 친구 박 영감이 주로 하는 것은 복덕방에 모여 농담을 나누고 장난을 주고받는 데 그친다. 여기서 표면적으로는 그들의 삶이 더 이상 나아질 바도, 나빠질 바도 없는 안정이 보이지만 더 나아가서는 그것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던 세 사람의 무력함도 동시에 묘사한다.
 
 
소설을보다 복덕방 이태준편 컨셉사진.jpg 



일확천금, 그들의 경제관


  말 그대로 일확천금(한꺼번에 많은 돈을 얻음을 일컫는 말). 별다른 노력 없이 자신의 지위 상승을 꿈꿨다는 것이다. 부동산 사기로 투자금을 잃고 슬픔에 빠져 음독자살로 생을 끝내버린 안 초시의 비극은 일확천금이 허실과 그의 무능력함을 함께 보여준다. 변해버린 세상에서 돈을 벌기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도 어려웠을 안 초시와 같은 인물이 지위 상승을 위해 욕심냈던 것은 지금과 다를 바 없이 또다시 돈이었다. 돈을 벌 능력이 없어도 돈이 필요하기에 일확천금의 기회는 그에게 하늘이 준 기회였다.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해지던 세상에서 있지도 않던 동아줄을 덥석 잡았던 안 초시는 그대로 떨어져 버렸고 결국 이전보다 더 팍팍한 삶을 이어가게 되었다. 변화에 적응할 능력과 인식이 부족했던 이들이 바랐던 요행은 삶에 대한 의지로부터 안 초시를 멀어지게 했음을 이 결말보다 더 사실적으로 드러낼 수 있을까.
   


객관화, 여럿의 이야기


  연극에 등장하는 총 네 명의 인물은 당시의 인물상을 각자 상징한다. 복식을 통해서도 그를 알 수 있다. 훈련원 시절을 그리워하는 서 참의가 입은 두루마기, 단발을 했지만 한복을 입고 있던 안 초시, 단발을 하고 양복을 입은 박 영감, 무용복을 입고 등장하는 경화. 시대변화에 어느 정도로 적응했는지, 사고가 변화했는지를 드러내 주는 복식에서 네 인물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인식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나 이들을 객관화하여 바라보면 주제는 하나에 도달한다. 세 인물의 실패한 시대 적응기와 내일을 바라보는 경화의 시선. 같은 시대에 존재했던 인물들의 명암을 이분하는 느낌이 들고 말지만, 어제는 오늘이 아니라서, 달라진 오늘과 내일을 바라보지 못한 이들의 삶에 생긴 균열이 존재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이 균열은 모여 공동의 슬픔과 무력감이 되었고 현대로 와서는 암울했던 역사에 대한 필자의 연민 혹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현재도 급변하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극단목수_복덕방_웹상세.jpg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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